[아시아나機 착륙사고]조사정보 '발췌' 발표하는 NTSB…'방어' 나선 국토부

같은 참사 다른 분석…韓·美 브리핑 충돌

최정호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

-진실은 하나인데…아시아나機 사고원인 두고 끝없는 이견[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아시아나항공의 샌프란시스코 공항 착륙사고 원인을 둘러싸고 한-미 당국간 이견이 표면화되고 있다.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는 연일 공식 브리핑을 통해 조종사의 과실에 초점을 두며 여론몰이를 하는 모습이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블랙박스 조사와 조종사 면담 등을 대조해야 정확한 사실관계가 정립될 수 있다는 점을 전제로 공항측의 부적절한 대응을 지적하고 있다. 12일 오전(한국시간) NTSB는 마지막 공항 현지 브리핑을 마쳤음에도 양국간 공방이 잦아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데버러 허스먼 NTSB 의장은 앞으로도 파악되는 사실이 있을 경우 수시로 자료를 낼 것이라고 공언했다. 국토부는 보다 정확한 사실관계를 국민에 알리기 위해서라도 적절한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발표 시기와 방식부터 논란= 정부는 NTSB가 조사내용을 공개하는 태도에 대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수많은 조사결과 중 일부 내용만 발췌하고 일방적으로 발표한다는 것이다. 이에 일부 내용에 대해서는 일일이 '팩트(사실)'를 확인해봐야 한다며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사고가 발생한 지난 7일 서둘러 정부 조사단을 현지로 급파하기 시작한 때부터 이상조짐은 감지됐다. 첫날부터 NTSB 조사요원들이 조종사 면담에 나섰고 하루 뒤 NTSB 의장이 이 내용을 브리핑하자 국토부는 다급한 표정을 내비쳤다. 내부에서는 사고 전후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우리 조사단의 조종사 면담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9일까지 NTSB가 브리핑 직전에야 발표내용을 통보해오며 언론을 통해 부정확한 정보가 국제사회에 퍼지는 점을 우려한 국토부는 대응에 나서기 시작했다. 이때만 해도 우회적 방식이었다. "방대한 조사내용 중 일부에 불과하며 면담 결과는 모든 자료를 대조해 종합해야 사실관계가 드러날 수 있다"는 선에 그쳤다. 그러던 국토부는 11일 NTSB가 조종사의 조종과실 문제를 집중 제기하자 적극적으로 반론을 폈다. 최정호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11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조종사의 진술 내용을 공개하는 것이 사고 원인 조사에 바람직한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항공사고 관련 발표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규정에 따라 철저히 팩트(사실)에 입각해야 하는데 진술을 모두 공개하는 것은 오해나 추측을 불러일으켜 정확한 사고 원인 조사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경고인 셈이다.
◆조종사 과실 등에 일일이 공박= 최 실장이 NTSB의 발표내용을 반박한 것은 조종사의 좌석 위치와 충돌직전 조치상황, 사고 후 승객탈출 대응속도 등이다. 새롭게 관제탑의 역할부재 문제까지 끄집어 냈다. NTSB는 조종사의 착륙 과정의 자리배치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최 실장은 "왼쪽 좌석에 관숙비행 중인 조종사가 앉았다"며 "당연히 관숙비행 중에 있는 조종사는 왼쪽 기장석에 앉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또 "기장과 부기장의 자리 위치는 비행교범에 따른 것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고 했다. 최 실장은 나아가 "어떤 의도로, 어떤 사실로 그렇게 발언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정확한 사실을 확인하지 않고 발언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며 역공에 나서기도 했다.충돌 직전의 조종사의 실수를 지속적으로 부각시키는 NTSB의 태도에 대해서는 블랙박스와 교차분석을 통해 드러날 문제라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최 실장은 "조종사들이 오토 스로틀(자동 속도유지장치)을 작동시켰다는 진술을 했고 사고 후 기체 상태 확인 과정에서도 켜져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면서도 "조종사들이 장치를 작동시켰는지 여부, 장치를 켰으나 가동이 됐는지 여부는 블랙박스 등과의 대조로 확인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국토부는 또 오토 스로틀이 작동하려면 수많은 장치까지 모두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내놨다.NTSB가 사고 직후 조종사들이 착륙 도중의 실수에 이어 사고 후에도 뒤늦게 승객을 대피시켰다고 발표하자 전혀 다르다며 반박했다. 허스먼 NTSB 의장은 11일 브리핑에서 "항공기가 활주로에 멈춰선 다음 긴급대피 슬라이드가 펼쳐질 때까지 90초 이상이 소요됐다"며 "조종사들은 항공기 충돌 직후 즉각적인 탈출 지시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 실장은 "확인하기로는 지연이라는 단어는 없었다. 현지 언론 보도나 비행기에 탑승한 승객들의 증언 등을 통해 볼 때 승무원들이 적절하고 신속하게 자기 직무에 충실하게 승객대피 업무를 수행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실장은 샌프란시스코 공항 관제기관의 과실 여부도 따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착륙 전 속도가 지나치게 느린 비정상적인 상황인데도 관제기관에서 어떠한 경고도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국토부는 "관제기관에서 조종사에게 제공한 경고는 없었다"고 확인했다. 최 실장은 "관제사의 직무 범위와 충실도에 대해 조사단에서 정밀하게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박소연 기자 mus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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