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저녁 아시아나 사고기에 탑승했던 김윤주(아시아나 승무원)씨가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가운데 박삼구 회장을 보자 울음을 터트리고 있다.
[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윤주야, 윤주야"아버지의 목소리는 떨렸다. 휠체어에 앉은 딸은 그를 끌어안고 울기 시작했다.(평소 박삼구 회장은 승무원을 딸로 부른다) 지난 11일 저녁 7시40분, 비행기 출입문과 연결된 43번 게이트 탑승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미국 샌프란시스코 착륙사고 탑승 승무원들의 상봉은 이같이 이뤄졌다. 박 회장은 이날 사고기 승무원 중 일부인 6명을 맞이하기 위해 비행기 출입문 바로 앞까지 찾았다. 입사 한 달 만에 사고를 당한 김윤주 승무원은 박 회장을 붙잡고 목 놓아 울었다. 그는 사고 당시 비상구에 설치된 슬라이드가 안쪽으로 터지면서 다리가 깔렸다. 아픔보다는 승객 구조에 힘을 보태지 못해 안타까웠다. 눈물에는 신입사원과 입사 18년차 베테랑의 구분이 없었다. 두 사람의 상봉 후 박 회장이 각각의 이름을 부를 때마다 눈물이 쏟아졌다. 눈물에는 사고에 대한 미안함과 승객들의 부상이 하루 빨리 완치되기를 바라는 기도가 함께 담겼다. 이윤혜 사무장은 "희생자 및 가족분들께 죄송하다"며 "하루 빨리 완쾌하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구조시간이 늦어졌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승무원 절반 이상이 부상인 상황이어서 더 빨리 못한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착륙과 동시에 슬라이드 안쪽이 터지면서 승무원 12명 중 부상자를 포함해 7명은 구조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5명이 할 수 밖에 없었기에 승객들을 더 빨리 밖으로 내보내지 못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5명의 승무원들은 승객들을 들쳐 업고 뛰었으며 되돌아가 다시 사람들을 끄집어냈다. 이미 사고기는 불타고 있었으나 구조작업은 본능적으로 이뤄졌다. 초등생 아이를 업고 500m를 달린 김지연 승무원은 "그 자리에 있었으면 누구라도 그랬을 것"이라고 말했다. 승무원들은 부상으로 아직 현지 병원에 있는 동료들에 대해 얘기하자 또 다시 울음을 터뜨렸다. 이들은 "저희 먼저 와서 미안하고 빨리 나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울면서 박 회장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다. 박 회장도 목이 메었다. 그는 일일이 등을 두드리며 "괜찮다. 괜찮다"며 "너희들이 많은 사람을 살리고 회사도 살렸다"며 연신 위로했다. 한편 박 회장은 이날 승무원들의 입국을 기다리면서 취재진에게 연신 "죄송하다"며 "상황이 이렇게 돼 할 말이 없다"고 인사했다. 다만 미국 조사당국에서 조종사들의 대화 내용을 공개하거나 승무원들의 구출작업이 늦어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명했다. 그는 "사고 조사는 관계당국이 알아서 잘 할 것"이라며 "사고조사 결과를 예단하거나 (충분한 분석 없이) 조사내용이 너무 빨리 발표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지난 7일 사고 발생 이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전권은 윤영두 아시아나항공 대표에게 맡겼지만 매일 아시아나항공내 비상대책본부에 들려 진행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특히 지난 9일 출산휴가에서 복귀한 승무원들과 점심식사 자리에서는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며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황준호 기자 rephwang@<ⓒ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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