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어제 발표한 대기업 신용위험 평가 결과 금융권에서 빌린 돈이 500억원을 넘는 대기업 40곳이 구조조정 대상에 올랐다. 절반인 20개사가 극심한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건설업체들이다. 골프ㆍ리조트, 태양광 업체도 대거 포함됐다. 여신 규모 2000억원이 넘는 대기업도 6개사나 된다. 지난해 36곳에 비해 4개가 늘었다.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건설, 해운 등 취약 업종의 대상 업체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내용 면에선 개선된 측면이 있다는 점이다. 워크아웃 대상인 C등급은 지난해 15개에서 27개로 증가했다. 대신 퇴출 대상인 D등급은 21개에서 13개로 크게 줄었다. 구조조정 대상 기업의 부실 여신 규모는 4조5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3000억원 적다. 금융권이 추가로 쌓아야 할 대손충당금 적립액도 지난해 1조1000억원에서 6800억원으로 줄었다. 개별 은행들이 감내할 만한 수준이라는 게 금감원의 판단이다. 구조조정을 하는 이유는 간명하다. 무리를 해서 한계기업의 수명을 연명하면 부실 규모만 커진다. 이는 은행 부실로 이어지고 경제 전반에 부담이 된다. 옥석을 가려 살릴 수 있는 기업은 살리되 정리할 기업은 과감히 퇴출시켜 시장의 불확실성을 걷어 내야 한다. 그 작업은 신속하고도 단호해야 한다. 정부는 "되도록 기업을 살리는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칫 생존 여력이 없는 기업을 연명시키는 결과로 이어져선 안 될 것이다. 물론 회생 가능성이 있는데도 금융권의 돈줄 죄기로 기업이 쓰러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 금융권이 워크아웃 대상 기업에 채권 회수나 대출한도 축소 등 불이익을 주지 않도록 지도하기로 한 것이나, 워크아웃 대상 기업의 협력업체에 대해서도 원활하게 자금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한 정부의 조치는 당연하다. 경기 회복이 지연될 경우 건설, 해운, 조선 등 취약 업종의 어려움은 더 커질 수 있다. 부실 징후는 건설, 조선의 후방산업인 시멘트, 석유화학 부문 등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게다가 대기업 구조조정의 여파로 협력업체인 중소기업도 100여개 이상 구조조정 대상에 오를 것이라고 한다. 부실 징후 기업의 재무위기에 대한 조기 경보 체제, 적시 대응 시스템 구축 등으로 리스크를 선제 관리하는 데 빈틈없어야 할 것이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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