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표 공유경제 싹 자란다

광진구 화양동 주민센터 1층에 마련된 씨앗카페 '느티'에 가면 양복 빌려 입기 등 다양한 공유 경제가 실현되는 현장을 볼 수 있어 눈길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한 번 쓰고 버려지거나 잠들어 있는 생활용품 등을 공유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공유경제 싹이 자라고 있다. 13일 오후 2시부터 광진구 화양동 주민센터 1층 느티카페 앞 마당에서는 공유경제의 시작을 알리는 ‘2013 공유나루와 녹색장터’ 행사가 열렸다.화양동 주민들과 씨앗나눔마을연구소 등이 주축인 ‘느티마을사회적협동조합’과 화양동 새마을문고·자원봉사캠프가 주최한 이날 행사는 주민들이 서로 안 쓰는 물건을 나누고 필요한 물품을 공유하는 자리였다. 또 친환경 농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직거래 장터’와 주방용품과 유아용품 등을 재활용하는 ‘재활용 가게’, 쓰지 않는 물건을 교환하는 ‘물물교환대’ 등도 마련됐다.동 주민센터 1층 씨앗카페 '느티'에 들어가니 북카페 형식의 커피숍이지만 색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건국대생 둘은 1000원짜리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리포트를 작성하고 있는 것은 다른 북카페 모습 그대로다.

커피 판매대

그러나 카페 곳 곳에 ‘공유나루’ ‘공유 서가’ 등이 마련돼 있어 눈길을 끌었다. 이 곳엔 전공서적은 물론 여행용 가방, 어린이장난감, 전기드릴 등 공구, 제사용 기기, 청국장제조기, 오븐, 캠핑도구 등이 마련돼 있었다. 필요한 사람들은 저렴한 비용을 지불하고 빌려가 일정 기간 쓸 수 있는 공간인셈이다.특히 인근 대학생들이 면접을 보기 위해 양복을 맞춰 입는 것이 부담스러울 경우 이 곳에서 5000원 정도 부담하고 빌려 입을 수 있는 공유경제가 제대로 실현되고 있어 인기를 끌고 있었다.이 카페를 만들어 바리스터 6명과 2명 등 8명의 일자리가 마련됐다. 카페에는 또 다른 기능도 한다. 지난 4월11일 도시재생분야 세계적 권위자인 김정우 런던대 교수를 초청해 주민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강의가 진행됐다. 이날 강의는 건국대 교수 등이 참석할 정도로 열기를 보였다.

양복을 빌려입는 공유나루 코너.

또 광진구내 어린이집원장들 세미나도 개최됐다.이 사업이 가능해진 것은 정광희 화양동장이 부임하면서부터다. 정 동장은 건국대와 세종대 가 있는 화양동은 주민 60~70%가 대학생 등 젊은이들이라는 지역 특성을 감안, ‘문화가 있는 동네 만들기’ 비전을 마련하기 위해 북카페 사업 아이디어를 내 지난해 서울시로부터 북카페 사업 1위로 선정돼 인센티브 7500만원도 받았다.이후 주민들에게 화양동 비전과 함께 북카페 사업을 설명한 결과 주민 10명이 4000만원을 출자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정 동장은 이에 따라 화양동주민센터 1층 빈공간으로 남아있던 곳에 씨앗카페 ‘느티’를 만들어 냈다. 아메리카노 1000원, 카페라테 1500원 등 저렴한 커피를 팔아 아후 15만~20만원의 매상을 올릴 정도로 주민 참여도가 높다. 조금 있으면 커피는 2500원선으로 올라간다.

공유 나루 코너에는 제기 공구 등 다양한 생활용품이 마련돼 있다.

그러나 조합원에게는 2000원에 팔게 될 것이다.정 동장은 “이런 정도 매출이면 1년 안에 1억원 정도는 뽑을 수 있을 것같다”고 자신감을 보이며 “5만원을 출자하는 조합원 5000명을 모아 앞으로 사업을 늘려가겠다”고 말했다.그는 앞으로 어린이집, 미용실, 닭갈비집, 술집 등 뿐 아니라 대학생소비자협동조합까지 만들어지면 공동구매를 통한 저렴한 자재 구매 등이 가능해 지역경제가 크게 활성화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정 동장은 “사실 우리나라 대부분 대학가는 먹을 거리와 유흥가만 있지 문화가 없다”면서 “홍대앞처럼 문화가 살아 있는 대학가를 마련하기 위한 일환으로 이런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이런 차원에서 정 동장은 화양동 분수광장에서 매주 토요일 오후 7시30분부터 젊은이들이 참여하는 공연을 14차례나 진행했다. 15일 오후 7시30분에도 이 곳에서는 젊은이들 300~400여명이 참여하는 공연이 이뤄진다.

정광희 화양동장(맨 왼쪽)이 자양동 씨앗카페 '느티' 북카페 사업을 포함한 화양동 일대 지역개발 비전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

정 동장은 "화양동 일대를 건전한 대학가의 샘플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박종일 기자 dream@<ⓒ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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