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WTO-EU 내세워 제소 협박미래부, '설명서에 수치만 표기'안으로 후퇴휴대폰 포장박스에 1등급, 2등급으로 전자파 강도를 쉽게 알아볼 없어 국내 소비자들만 피해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휴대폰 전자파 등급제'가 시동도 걸기 전 애플 생떼에 밀려 좌초 위기를 맞았다. 관련 법률인 전파법 개정안(전병헌 의원 대표 발의) 통과 후 올해 시행을 기다리고 있던 중에 미래창조과학부가 WTO(세계무역기구)와 EU(유럽연합)의 제소 압박에 지레 겁을 먹고 휴대폰 등급제를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기 때문이다. 3일 국회에 따르면 미래부는 휴대폰 포장박스에 1등급, 2등급으로 전자파 강도를 쉽게 알아볼 수 있는 등급제를 포기하고 그 대신 해당 휴대폰에 전자파가 얼마나 나오는지 보여주는 전자파 흡수율(SAR) 수치만 제품 박스나 사용자 설명서에 표기하는 방법을 고려 중이다. 이럴 경우 휴대폰 기종별로 전자파를 쉽게 비교 평가할 수 있는 등급제 취지가 무색해지고, 눈에 띄지 않은 설명서에 기재해 놓으면 소비자들이 전자파에 대한 정보를 한눈에 알아보기도 어렵다. 미래부가 이같은 선택을 한 이유는 EU와 WTO의 제소가능성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원래 휴대폰 전자파 등급제는 1등급과 2등급 두 가지로 분류하기로 했었다. SAR이 0.8W/kg 이하인 휴대폰은 1등급, SAR이 0.8~1.6W/kg인 휴대폰 2등급으로 정해진다. EU와 WTO에서 문제 삼은 건 등급 분할 기준이다. 미래부는 "미국과 유럽에서는 왜 유해성이 0.8W/kg을 기준으로 구분돼야 하는지 과학적 정당성이 없다며 휴대폰 등급제를 시행할 경우 제소하겠다고 한다"며 "패소하면 패널 또는 상소기구의 권고에 따라 전자파등급제 고시 폐기가 불가피한 것은 물론 보복도 감수해야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WTO와 EU는 애플과 같은 외국 휴대폰 제조업체의 이해관계를 같이 하고 있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이 때문에 미래부의 '포기 선언'은 결국 애플과 같은 외산 업체에 대한 굴복과 다름없다는 것이다. 아이폰의 경우 국내 안전기준(1.6W/kg)은 충족하지만 갤럭시 등 다른 국내 제조사 휴대폰보다는 높다. 국립전파연구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갤럭시S4의 전자파흡수율은 SK텔레콤용 모델이 0.55W/㎏, KT용 모델이 0.438W/㎏, LG유플러스용 모델이 0.353W/㎏으로, 등급을 매긴다면 1등급이다. 반면 아이폰5의 전자파흡수율은 1.07W/㎏로 2등급에 해당한다. 전자파 등급제가 시작된다면 불리한 쪽은 삼성보다 애플이다. 전병헌 의원실 관계자는 "애플이 세계 휴대폰 제조업협의회(MMF)와 함께 지난해부터 WTO 제소를 얘기하며 압박하자 미래부가 스스로 외산 제조업체들에게 무릎을 꿇은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휴대폰 전자파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없는 국내 소비자들만 피해를 보게 됐다"고 비판했다. 심나영 기자 sny@<ⓒ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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