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일 많다' 소감....시장점유율 탈환,신제품 출시,혁신예상
[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세계 최대 소비재 생산업체인 미국의 프록터앤갬블(P&G)이 지난 24일 앨런 G. 라플리(Lafley.65) 전 최고경영자(CEO)를 다시 CEO로 복귀시킨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현 밥 맥도널드 CEO(59)는 6월 말로 33년간의 P&G생활에 종지부를 찍고 퇴직금 없이 집으로 돌아간다.
앨런 라플리 P&G CEO내정자
맥도널드는 유니레버와 같은 시장자리를 내준 뒤 지난해 2016년까지 100억 달러의 비용을 절감하는 계획에 착수했지만 투자자들의 불만을 잠재우지 못했다. 활동가 투자가인 빌 액크만은 지난해 18억 달러어치의 주식을 샀다가 주가가 하락하자 맥도널드 교체를 밀어붙였다.라플리는 1977년 P&G에 입사해 23년만인 2000년 CEO직에 올라 9년간 회사를 경영한 정통 P&G맨으로 검증된 경영자로 소문나 있다. 그는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 도산한뒤 주택가격이 폭락하고 실업자가 급증하면서 소비자들이 P&G가 판매하는 고가품을 외면할 때인 2009년 7월 CEO 자리를 맥도널드에게 물려주고 퇴장했다. 4년 만에 그가 경영일선에 복귀하는 것을 놓고 일각에서는 스티브 잡스가 1976년 공동창업한 애플의 회생을 위해 1997년 복귀한 것이나 스타벅스의 슐츠가 8년 만인 2008년 스타벅스 CEO로 돌아오거나 델 컴퓨터의 창업자 마이컬 델이 2007년 손수 뽑은 후계자를 교체한 것이 비견하지만 결과가 좋을 지는 아무도 모른다.라플리는 2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전화인터뷰에서 “회사가,의무가 나를 불렀다”면서 “나는 돌아왔고 비즈니스에 뛰어들 준비가 돼 있다”며 의욕을 불살랐다.그의 복귀로 그가 말한 ‘의무’에 관심이 집중될 수 밖에 없다.라플리는 P&G에서는 혁신을 밀어붙인 경영자로 유명하다. 그는 직원들이 소비자의 가정에서 가서 소비자들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어라고 촉구했고 아시아와 라틴아메리카의 신흥시장에 진출했으며 2005년 질레트를 570억 달러에 인수하는 등 회사 덩치도 크게 키웠다. 또한 타이드(Tide)와 바운티(Bounty) 같은 고가 제품도 출시했다.라플리는 P&G의 장기전략을 세우고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한편, 여러해 동안 맥도널드를 경영자로 길렀다.라플리 복귀에 거는 기대는 매우 크다. P&G역사상 지금이 변화를 가장 잘 수용한 시기인 만큼 라플 리가 회오리 바람을 몰고 올 것이라는 관측도 없지 않다. 다시 말해 라플 리가 관리자로 앉아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말이다.일리노이주의 경영자 헤드헌트 업체인 크리스 콜더 어소시에이츠의 피트 크리스트 회장은 “라플 리가 이사회로부터 받은 명령은 P&G의 지속 성장과 몇 년 뒤 그의 뒤를 이을 CEO의 양성”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이사회가 라플리와 같은 아이콘 지도자를 복귀시킬 때는 이사회는 지금 변화를 일으켜야 하며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맥도널드가 경제여건이 어려운 시절에 CEO가 돼 힘든 일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라플리와 같은 뛰어난 ‘록스타’를 대체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평가하기도 했다.
6월 말로 퇴임하는 밥 맥도널드 P&G CEO
그의 치하에서 P&G는 미국 세제 시장에서 유니레버 등에게 시장점유율을 내줬다. 대박을 터뜨리는 상품의 출시는 멈췄다. 비용절감이 더디다는 비판마저 나돌아 맥도널드는 2012년 2월 비용절감을 내놓았으나 투자자들의 짜증은 이미 극에 도달한 후였다.P&G는 순익전망치를 세차례 조정해 분석가와 투자자들의 거센 반발을 사기도 했다.그는 연구개발 구조를 일신하고 신속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마케팅과 연구개발 담당,임원이 참여하는 전사조직을 만들었으나 별효과는 없었다.
P&G의 고급 세제 타이드(Tide)
P&G의 1분기 매출은 206억 달러로 전분기 대비 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전문가 예상치 207억 달러를 밑도는 것이다.어디 이 뿐인가? 지난 3년간 매출액은 연평균 3% 증가하는 데 그쳐 유니레버(8.9%)를 크게 밑돌았다.라플리는 블룸버그인터뷰에서 “나는 집에 앉아서 이사회가 부를 때를 기다리지 않았고 할 일이 많았으며 골프장에도 가지 않았다”면서 “다른 비즈니스가 많지만 이를 접고 110% P&G에만 전념할 것”이라고 말했다.그러나 라플 리가 P&G를 험한 바다에서 순항하게 하고 매출신장을 달성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예일대학교 경영대학원의 제프리 손펠드(Jeffrey Sonnenfeld) 부학장은 “그는 출신한 내부사람이자 좋아할 만한 사람이지만 유동적인 상황에 비해 생각이 굳은 사람이어서 급변하는 시장상황에서 P&G가 필요로하는 신속한 변화를 일으키는 데 걸리돌이 될 수 있다”고 혹평했다. 라플 리가 유념해야 할 대목이 아닐 수 없다.박희준 기자 jacklondo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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