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행정부, 내년 도로명주소 사업 전면시행.. 모든 분야에서 도로명주소 사용해야...현재 실제 사용률 6%대 불과...새주소 제대로 아는 사람도 32.5% 그쳐...기존 주소 써도 '불이익'은 없지만 당분간 '혼란' 불가피할 듯...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정부가 3800여억원을 투입해 10여년째 추진 중인 '도로명주소' 가 내년부터 전면시행된다. 내년부터는 모든 국민들이 바뀐 새 주소를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국민들이 익숙치않아 하고 있고 실제 사용률도 매우 저조해 장기간 공을 들여 추진한 사업이 빛을 보기 위해선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5일 안전행정부는 내년 1월1일부터 도로명주소를 전국민의 공법 관계상 주소로 단일화하는 등 전면시행한다고 밝혔다. 아직까지는 국민들이 법적인 관계에서 기존 지번 주소와 도로명 주소를 병행해 쓸 수 있는데, 내년부터는 재판ㆍ행정 등에서는 '도로명주소' 하나만 쓸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는 일제시절인 1910년부터 사용된 지번 주소가 실제 위치 찾기가 어렵고 불편한 점을 개선해 찾아가기 쉽고 알려주기 쉬운 주소 체계를 갖추자는 취지로 지난 1996년부터 도로명주소 사업을 시작했다. 예컨대 기존의 지번 위주 주소는 동ㆍ리+지번으로 주소가 이뤄져 있어 해당 지역을 잘 아는 사람 이외에는 주소만 보고 단번에 위치를 찾아내기는 어렵다. 반면 도로명 주소는 도로명+건물번호로 구성돼 해당 지역을 가본 적이 없다고 하더라도 도로만 찾아가면 비교적 쉽게 위치를 찾아낼 수 있다. 정부는 도로명주소 사용을 통해 주소를 보고 위치를 찾아가는 서비스가 혁신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즉 우체국ㆍ택배 등 물류 서비스의 비용 절감, 소방ㆍ구조 등 긴급 출동시 신속한 위치 파악이 가능해 시간이 단축돼 범인 검거 및 피해 축소 등의 효과가 기대된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지난 2007년 4월 도로명주소법을 제정ㆍ시행했으며, 막대한 예산과 시간, 노력, 주민 의견 수렴 등을 통해 전국의 주소들을 도로명 위주로 변경하는 한편 도로명판과 건물번호판을 설치했다. 지난해말 기준 새로 설치된 도로명판만 34만개, 건물번호판은 589만개에 이른다. 도로명주소 관리 보수를 위해 시스템, DB를 구축하는 한편 국민들에게 홍보하는 데에도 적지 않은 예산을 썼다.지난 2011년 7월29일부터 도로명주소가 법정주소로 인정돼 사용되기 시작했다. 정부는 주민등록ㆍ사업자등록, 건축물대장 등 대부분의 공적 장부상 주소를 도로명주소로 바꾸는 작업을 완료했다. 정부가 사용하는 1095종의 장부 중 법인ㆍ부동산등기부 등본 등 2종을 제외한 1093종의 장부상 주소가 이미 도로명주소로 전환됐다. 올해 말이면 모든 공적 장부상 주소가 도로명 주소로 전환된다.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주민등록등본 등 각종 민원 서류와 지방세 고지세 등을 도로명 주소로 발급하고 있기도 하다. 민간부분에서도 인터넷 길찾기ㆍ주소검색, 내비게이션 검색 등에서 도로명주소를 사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특히 주소 사용이 많은 백화점ㆍ마트ㆍ쇼핑몰, 은행ㆍ보험ㆍ카드 등 금융업체, 택배업체 등과 협의해 오는 6월까지 회원 가입 및 배송지 주소ㆍ보유고객 주소ㆍ홈페이지 및 명함상 주소 등 모든 업무에 도로명주소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도 했다. 문제는 아직까지 국민들이 도로명주소 인지도ㆍ사용률이 저조하다는 것이다. 안행부가 지난해 말 전국 성인남녀 6856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자신의 주소를 기존 지번 주소가 아닌 도로명 주소로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32.5%에 불과했다. 업무상 도로명 주소를 사용해 본 적이 있다고 대답한 사람도 22.6%에 그쳤다. 실제 현실은 더 열악하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우정사업본부의 지난해 말 조사 결과 전국 우편물의 옛날 주소와 새 도로명주소를 함께 사용한 평균 사용률은 12.2%에 불과했다. 그나마 새 도로명주소만 사용한 우편물은 절반 수준인 6.3%에 그치고 있다. 관공서가 의무적으로 도로명주소를 사용한 점을 감안하면 일반 국민들의 사용률은 더 낮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안행부는 내년 전면 시행을 앞두고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올해부터 아파트ㆍ연립주택 등 공동주택처럼 원룸 등에도 동ㆍ층ㆍ호를 부여하는 상세주소제도를 시행하는 게 대표적 사례다. 그동안 원룸ㆍ다가구주택 등의 경우 동ㆍ층ㆍ호가 부여되지 않아 거주자들이 택배ㆍ우편물 수령 등에 많은 불편을 겪어 왔다. 특히, 복잡한 시장이나 상가ㆍ업무용 건물 등은 층ㆍ호의 구분 없이 상호만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방문자들도 위치를 찾는데 어려움이 많았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보완책이었다. 유정복 안행부 장관도 지난 23일 도로명주소를 홍보하기 위해 수원시 못골시장에서 상인, 집배원, 시ㆍ도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상점마다 '호수(상세주소)'를 부여하는 도로명주소 안내판 제막행사를 갖는 등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편 정부는 2012년부터 도로명주소를 전면 시행할 방침이었지만 2011년 관련 법을 개정해 시행 시점을 2014년으로 2년 연장했다. 국민의 인지도가 낮고 사용률이 저조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동안 들인 홍보비만 180억원에 달하는 사업이다. 안행부 관계자는 "내년 전면 사용에도 불구하고 기존 주소를 사용해도 불이익을 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 "100년 동안 익숙하게 사용하던 것을 바꾸기는 쉽지 않지만, 일단 경험해 보면 쉽고 길찾기도 빠르다는 것을 알게 되는 만큼 민간기업들의 시스템 구축만 완료되고 어느정도 시간만 지나게 되면 급속도로 국민들의 인식이 전환돼 정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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