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측은 사실상 신의 영역…경기전망 왜 안 맞나
"내가 아는 한 경제학자 대부분이 고용돼 일한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무언가를 알려준다." 월스트리트 사상 가장 성공한 펀드매니저로 평가되는 피터 린치가 한 말이다. 이 사실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무언가는 무엇인가. 린치는 '전설로 떠나는 월가의 영웅'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된 책에서 "만약 경제학자가 두 번 연속 성공적으로 경기침체나 금리를 맞힐 수 있다면 그들은 모두 벌써 백만장자가 돼 은퇴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예측에 성공해 백만장자가 된 경제학자가 없는 점으로 미루어, 미래를 정확히 내다본 경제학자는 없었다는 얘기다. 경제학이 향후 지표를 정확히 예상하는 데 도움을 주는지 여부는 경제학자들이 논의를 꺼리는 쟁점이다. 이에 대해 명쾌한 입장을 밝힌 경제학자로는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교수가 있다. 맨큐는 '경제학원리'에서 "경기변동은 불규칙하고 예측 불가능하다"고 인정했다. 경제 예측이 신의 영역인 이유는 몇 갈래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우선 일본 원전사고를 낸 쓰나미와 같은 자연재해는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다. 농업 작황과 어획고에 영향을 주는 기후 역시 예상을 벗어나기 일쑤다. 또 경제는 경제주체의 심리에 좌우되는 부분이 크다. 미국 부동산 버블은 부동산경기에 대한 낙관론이 가격 상승으로 나타나자 집값 상승이 다시 빚을 낸 주택 구매를 부추기고, 이는 또 낙관적인 전망과 집값 급등으로 연결되는 고리를 통해 부풀었다. 투자도 심리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를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일반이론'에서 "투자의 불안정성은 투기 외에 인간의 본성에도 기인한다"고 설파했다. 케인스는 "우리가 취하는 적극적인 행동의 많은 부분은 수치적인 예상보다는 충동적인 낙관주의에 의존한다"고 설명했다. 다른 요인은 경제가 스스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정책에 따라서 가속되거나 제동이 걸린다는 점이다. 효과를 내는 정책이든 경제를 악화시키는 정책이든, 경제가 순환하는 경로에 변화를 준다. 경제학자는 경제가 더 좋은 길을 밟도록 하는 정책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경제 지표를 바람직하게 바꾸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그렇게 하는 대신 지표를 예측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그 사명을 모르거나 망각했기 때문이 아닐까. 백우진 정경부장 cobalt100@<ⓒ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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