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남 강남대 세무학 교수
5월은 소득세 신고납부의 달이다. 연간 소득세 세수는 약 50조원으로 우리나라 전체 조세수입의 25% 정도를 차지하는 중요한 세목이다. 흔히 소득세는 가장 공평한 세제라고 한다. 왜냐하면 납세자의 개인적 사정을 대부분 반영해 공제해주고 소득에 따라 누진과세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득세의 체계와 구성이 매우 치밀할 수밖에 없다. 반면 부가가치세는 납세자의 형편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거래금액에 10%의 세율을 적용해 징수하면 그만이다. 이러니 소득세는 다른 세목과 등급이 다르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그럼에도 근로소득자와 자영사업자 간 상대적인 세금부담 차이는 여전하다.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논리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 흔히 근로소득자는 소득을 숨길 수 없는 유리알 지갑인 반면 자영사업자는 매출을 누락시키거나 경비를 과다 계상해 소득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이 문제를 단기간에 해결하기는 어렵다. 우리 사회 시스템 전반의 투명성이 높아져야 가능하다. 하지만 거창한 구호나 복잡한 작업 없이도 과세관청에서 조금만 신경 쓰면 고칠 수 있는 항목이 많다. 대표적 사례 몇 가지를 꼽아본다. 첫째, 경조사비다. 근로소득자는 세금을 납부한 이후의 돈으로 경조사비를 지출한다. 40대 근로소득자라면 연간 경조사비가 족히 100만~200만원은 될 것이다. 이와 달리 자영업자는 업무 관련성만 입증하면 대부분 경비(업무추진비)로 인정된다. 친인척 경조사에 인심을 쓸 수 있어 체면이 서고 세금도 적게 내니 일석이조다. 관습상 경조사비를 무시할 수 없으니 공평 과세의 관점에서 근로자에 대한 경조사비 공제 항목을 신설해 일정 금액을 비용으로 공제해주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둘째, 승용차 운행 비용이다. 근로자에게는 자가운전 보조금 명목으로 월 20만원 정도 비과세 혜택이 주어지는 반면 자영사업자는 사업에 사용할 경우 아무런 제한 규정이 없다. 따라서 고급 외제 승용차를 타고 다닐수록 세금 부담은 줄어든다. 차량 가격이 비쌀수록 유지비와 감가상각비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형식상 사업용이라고 해놓고선 실제로는 가족이 타고 다녀도 밝혀내기가 쉽지 않다. 세법에서 자영사업자의 자동차 구입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는 없다. 하지만 세금은 공평하게 납부해야 하지 않겠는가. 따라서 근로자 소유 차량의 평균 배기량과 유지 비용만큼만 자영사업자의 차량 관련 경비를 인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이 이렇게 하고 있다. 세금이 줄줄 새는 것을 막는 것은 물론 환경 보호에도 좋다. 셋째, 식사대다. 근로자에게는 식사비 조로 월 10만원 정도 비과세된다. 한 달에 20일 근무할 경우 끼니당 5000원 꼴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자영사업자는 세법상 아무런 제한 규정이 없어 비싸고 좋은 것을 먹을수록 세금을 적게 낼 수 있다. 업무추진비 또는 접대비 명목으로 세금을 인위적으로 줄일 수 있다. 우리 사회의 고질병인 질펀한 접대 문화를 개선하고 어느 정치인이 말한 것처럼 '가족과 저녁이 있는 삶'을 위해서라도 회사 비용 중 접대비에 대해서는 세법상 모두 부인함으로써 세금을 부담시킬 필요가 있다. 미국 등 선진국 대부분이 그러하다. 더구나 자영사업자들은 소득을 조작해 결손이 났다고 신고할 경우 건강보험료 등 4대 보험료를 전액 납부하지 않을 수 있다. 바로 이와 같은 점 때문에 매해 5월 소득세 신고의 달이 오면 근로소득자들은 괜히 배가 아파 온다. 절대적 빈곤보다 상대적 박탈감을 치유하는 것이 더 어렵다. 언제부턴가 힐링(치유)이 대세다. 다들 어디가 아프다고 한다. 근로소득자들의 이유 있는 배 아픔을 치유하기 위한 과세관청의 성의 있는 관심이 절실하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 교수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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