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형 아시아경제팍스TV 앵커
지난해 국내증시에서 가장 주목을 받았던 기업은 무엇일까. 필자는 딱 두 종목이 생각난다.제조업 중에서는 삼성전자, 내수주에서는 에이블씨엔씨이다. 에이블씨엔씨는 남성들에겐 생소한 기업일 수도 있겠지만 이 기업, 길거리에서 자주 볼 수 있다. 바로 화장품 브랜드 미샤다. 미샤, 즉 에이블씨엔씨 주가는 지난해 2만원대에서 9만원대까지 상승해, 무려 274%의 성장을 보였다. 세계 경기 부진으로 소비자들은 지갑을 쉽사리 열지 않았다. 하지만 여자들에게 화장품은 필수 소비재다. 화장품은 사야겠는데 돈은 부족하니 결국 저렴한 가격에도 품질이 괜찮은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에 소비자들이 몰린 것이다. 소비자 트렌드가 이런 식으로 바뀌다보니 '저렴이' 화장품, '칩 시크(Cheap-chic)' 열풍이라는 신조어도 많이 생겨났다. 칩 시크는 합리적인 가격에 세련된 디자인, 실용적인 기능을 겸비한 제품 및 서비스를 뜻하는 신조어다.화장품 개발 생산기업 코스맥스의 주가도 지난해 247% 상승을 보였다. 2013년 현재까지 이들 주가를 보면 코스맥스는 다시 신고가를 이어가고 있지만, 에이블씨엔씨는 지난해 고점보다 40% 가량 주가가 떨어져있다.같은 화장품 업종 내에서도 이렇게 주가 차이가 나는 이유가 무엇일까. 사업 구조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에이블씨엔씨는 미샤다. 결국 미샤는 소비자가 마음에 드는 화장품을 잘 내놓고 잘 팔아야 좋은 실적이 나는 것이다. 코스맥스는 화장품 브랜드가 아니다. ODM 업체라고 해서 미샤같은 브랜드에서 제품의 콘셉트를 제시하면, 코스맥스는 그 콘셉트에 맞는 상품을 디자인하고 제작해 브랜드에 되파는 일을 한다. 미샤는 다른 중저가 브랜드, 더페이스샵, 스킨푸드, 네이쳐리퍼블릭 등과 경쟁에서 싸워야 한다. 대규모 마케팅 비용이 지출되어야 하고, 1년 내내 할인 경쟁에 나설 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 반면 코스맥스는 이들이 경쟁을 치열하게 할수록 공장 생산라인을 더 빨리 돌리며 행복한 비명을 지른다. 어제 에이블씨엔씨 종목게시판에 들어가 봤다. "이제 화장품 대장주 자리는 코스맥스에게 내주어야겠군요. 에이블씨엔씨는 계속 떨어지는데 왜 코스맥스 주가만 잘 오를까요." 답은 하나다. 코스맥스는 ODM업체이지만, 에이블씨엔씨는 '미샤'일 뿐 이다. 박수형 아시아경제팍스TV 앵커 tngud0425@paxnet.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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