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앤비전]건설업 위기, '민관 파트너십'으로 넘자

최근 중견건설사의 연이은 부도에 이어 삼성엔지니어링과 GS건설의 어닝쇼크로 주가가 반 토막 났다. 다른 건설주도 20% 이상 하락했다. 2~3년 전부터 아파트가격의 하락으로 주거를 전문으로 하던 중견건설사들이 부도를 내기 시작하더니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투자자로 참여했던 건설사들이 분양시장이 가라앉으면서 부도를 맞는 곳이 늘었다.  최근 극동건설의 부실로 모기업인 웅진까지 부도가 나고 쌍용건설이 워크아웃을, STX건설은 법정관리를 신청하며 국내건설시장의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해외에 나갔던 대형건설사들까지 줄줄이 커다란 적자를 냈다. 이 현실을 바라보면서 건설업계가 막다른 도로의 끝에 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건설업계의 전문가들은 이미 어느 정도 현재의 상황을 예견하고 있었다. 인류 역사를 통해 가장 눈에 띄는 기술적 발전은 건설이다. 건설의 근간은 기술인데 국내의 건설은 부동산과 연계되어 일확천금을 노리는 분야 혹은 대기업의 계열사로 검은돈을 마련하는 창구의 역할을 해왔다. 최근 20년 동안 국내에서 가장 기술발전이 늦은 분야로 건설이 꼽힌다. 기술적 발전을 게을리하고 시행사의 역할을 하며 투기적 고수익에 골몰했기에 부동산 경기에 따라 건설사의 흥망이 결정되고 있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글로벌 경쟁력이 없기에 해외 프로젝트의 경우 저가수주로 상상하기 어려운 대규모 적자가 발생하기도 한다.  최근 고수익을 기대하며 수주했던 해외의 플랜트 프로젝트들은 대부분 계약조건이 매우 까다로운 EPC(설계ㆍ조달ㆍ시공) 일괄 수주 프로젝트다. 입찰 때부터 발주처의 요구사항들을 철저히 검토해야 하고 계약시점에서는 계약문구 하나하나를 국제적 관례에 의해 검증해야 하는 프로젝트들이다. 국내의 관행에 따라 쉽게 계약한 후 공사하면서 변경해나갈 수 있다고 접근하면 커다란 낭패를 볼 수밖에 없다. 건축주와의 계약도 문제지만 해외 협력업체와의 계약에도 함정이 많다. 결국 공사가 끝나가는 시점에서 받아야 할 돈은 못 받고 주지 않아도 되는 돈은 줘야 하는 일들이 겹치면서 적자가 누적된다. 사실 1980년대 중동 건설 특수로 해외공사 수주 붐이 일었을 때도 많은 건설사들이 계약을 잘못한 결과로 부도가 났었다. 30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그 당시 해외공사를 담당했던 선배들이 다 은퇴한 때문인지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 프로는 두 번 실수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런 면에서 보면 우리 건설업계는 아마추어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셈이다.  막다른 골목에 서 있는 것 같은 건설업계에 돌파구가 필요하다. 앞을 가로막은 담이 높고 단단하면 사다리가 필요하다. 예전처럼 정부가 기업을 등에 업고 담을 넘을 수는 없다. 하지만 위기상황에 사다리를 마련해주는 정도는 정부가 담당해야 한다. 건설로 국내 경기를 부양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건설업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할 때다. 이제 해외공사를 수주할 때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협조가 필요하다. 제3세계와 전후 국가들은 새로운 도시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최근 50년 동안 가장 많은 도시를 만든 나라는 대한민국이다. 도시를 만들면서 겪은 많은 실수들은 국제적 경쟁력의 원천이 되었다. 다른 국가가 500년에 걸쳐 만든 도시를 우리는 단 50년 동안 만들었다. 제3세계와 전후 국가들이 원하는 것은 '완벽함'이 아니라 '빠름'이다. 도시를 만드는 주체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였다.  국가가 국가를 상대로 프로젝트를 수주하고 차관을 공여하고 공사비지급을 보증하며 자원개발을 통해 차관을 돌려받는 '정부-민간 파트너십' 방식의 해외 진출이 절실하다. 정부가 제공하는 사다리를 타고 높은 담을 넘어 새로운 해외 시장으로 힘차게 달려가는 건설인들의 모습을 실현해내기 위한 구체적 실천계획이 필요한 때다. 이를 위해 LH 등 우리의 노하우를 활용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이필훈 포스코A&C 대표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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