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있는 아침]진정한 산악인 텐징 노르가이

백재현 온라인뉴스본부장

1953년 5월 29일 오전 11시. 네팔(그가 티베트 인이라는 설도 있습니다)의 셰르파인 텐징 노르가이는 에베레스트 정상을 바로 눈앞에 두고 있었습니다. 몇 발짝만 더 오르면 인류 최초로 에베레스트 정상을 밟게 되는 순간이죠. 그러면 당연히 그는 유명인으로서 영원히 이름을 남길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동료 에드먼드 힐러리를 기다립니다. 힐러리는 지쳐서 뒤에 처져 있었던 것이죠. 추위와 유혹 속에서 그는 무려 30분이나 힐러리를 기다린 끝에 힐러리로 하여금 먼저 정상을 밟게 합니다. 이들이 정상에 15분가량 머물며 찍은 사진에는 힐러리는 보이지 않고 텐징만 등장합니다. UN 깃발을 든 텐징의 사진은 세계 등반역사의 기념비적 사진이 된 것입니다. 힐러리 사진이 없는 것에 대해 텐징이 카메라를 조작할 줄 몰랐기 때문이라는 것이 힐러리의 설명이었지만 어쩌면 텐징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표시였을지도 모릅니다. 이후 텐징은 다시는 에베레스트 등반에 나서지 않았고 후진양성에 힘쓰다 뇌출혈로 쓰러져 71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났습니다.그는 "나는 어머니 무릎에 오르는 아이의 사랑으로 매번 산을 찾았다. 셰르파들에게는 정상을 의미하는 단어가 아예 존재 하지 않는다"라고 말했습니다.그는 진정 산이 무엇인지를 아는 사람이었고, 산을 사랑한 사람이었습니다.백재현 온라인뉴스본부장 itbria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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