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정민 기자]철수하기도 쉽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개성공단을 지킨 우리 근로자들은 예정된 시간보다 7시간이 지난 자정 무렵이 돼서야 고국 땅을 밟았다. 하지만 4주여만에 고국 땅을 밟았다는 기쁨보단 안타까운 표정이 더 짙었다. 현지에 남은 7명의 얼굴이 밟혀서였다. 30일 밤12시30분 어둠 속을 뚫고 불빛이 비치자 파주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에 깔려 있던 무거운 공기가 걷혔다. 총 43대의 귀환 차량은 앞뒤로 잔뜩 짐을 싣은 상태로 줄지어 통제소를 통과했다. 근로자들을 기다리던 가족, 동료들의 표정이 금세 밝아졌다. 그러나 잠시였다. 곧이어 현지에 7명이 남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북측이 임금 등의 미수금을 이유로 물품의 반입을 가로막은 게 이유였다. 한쪽에선 인질로 잡힌 것 아니냐는 한숨도 나왔다. 29일 당초 기업인들은 차량에 최대한 완제품과 자재 등을 싣고 남측으로 귀환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북측이 물품반입을 거부하자 차량에서 다시 짐을 내리는데 시간이 지체됐다. 북측이 다시 차량과 물품 반입을 허용한 것은 당일 오후 9시께였다. 남측 인원들이 남아서 미수금 등을 협의할테니 일단 차량과 물품 귀환을 허용해달라는 설득이 받아들여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남측 법인장들 사이에선 "사실상 인질을 자처한 것"이라는 말까지 돌았다. 한 기업인은 "잔류 인원 7명이 남아서 임금문제 등을 협의하기로 한 게 아닐까 싶다"며 "우리측에서 당장 물품을 싣고 말고 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는 것 아니냐 우리가 남아서 더 협상하겠다고 설득했고 북측도 이를 수긍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일이 벌어지자 최근 귀환한 기업인은 잔류 인원의 신변안전을 위해 정부에 침착한 대응을 주문했다. 그는 "개성에 있는 동안 심적 부담이 엄청났다"며 "북한 군인들이 아침마다 무장을 하고 구보를 하는데 2명이 하던 것을 4명으로 늘리는 등 위화감을 조성하더라"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잔류인원이 개성공단에 체류하는 한 남북 대화 채널은 여전히 유효하다. 정부는 그동안 북측을 자극하는 발언을 삼가고 협상테이블에 앉혀야 한다. 잔류인원 7인은 인질이 아닌 서울-개성간 65km 거리를 좁힐 수 있는 마지막 희망끈이 되길 바란다.이정민 기자 ljm1011@<ⓒ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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