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발표된 올 1ㆍ4분기 성장률 0.9%를 놓고 정부와 한국은행이 티격태격하고 있다. 지난 11일 기준금리를 동결한 한은은 경기회복의 근거라며 금리를 그대로 두기 잘했다고 한다. 17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짠 기획재정부는 비교시점 성장률이 낮아서 높게 보이는 것으로 경기회복 신호가 아니라고 한다. 기준금리 인하를 놓고 자존심 대결을 벌이더니만, 이번에는 고작 1%도 안 되는 성장률을 놓고 서로 유리하게 해석하는 샅바싸움을 하고 있다. 성장률 통계를 작성해 발표하는 한은도 깜짝 놀랐다지만 속내를 보면 낙관할 수 없다. 전기 대비 성장률이 예상보다 조금 높게 나오긴 했어도 1% 미만 0%대 성장률이 내리 8분기째다. 전년 동기 대비로 따져도 겨우 1.5%로 2009년 3분기 이후 가장 낮다. 4% 안팎인 잠재성장률에 한참 못 미친다. 더구나 1ㆍ4분기에는 엔저에 따른 수출 감소의 영향이 본격화하지 않았다. 달러당 100엔 돌파를 목전에 둔 엔저의 영향이 현실화하고 미국의 재정절벽 여파까지 가세하면 2ㆍ4분기 수출은 장담할 수 없다. 수출이 부진하면 내수가 경기를 떠받쳐야 할 텐데 민간소비마저 0.3% 감소함으로써 먹구름이 짙어졌다. 이런 판에 경제정책 컨트롤타워인 기획재정부와 통화정책을 책임지는 한은이 한가롭게 경기 논쟁을 벌이며 시장에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이웃 일본은 신흥 공업국들로부터 욕을 먹으면서도 오랜 숙원인 엔저 및 디플레이션 해소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윤전기를 돌려 돈을 찍겠다는 아베 신조 총리에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가 트럭에 엔화를 싣고 다니며 뿌리겠다고 화답한 격으로 정부와 중앙은행이 똘똘 뭉친 모습이다. 이런 일본이나 미국ㆍ중국ㆍ유럽연합(EU)보다 대외변수에 대응하는 능력이 취약하기 짝이 없는 우리나라에선 정부와 중앙은행이 긴밀한 협조체제를 취하기는커녕 집안싸움만 하는 형국이다. 새 정부 출범 초기 추경 외 뾰족한 경기회복 카드가 없는 나라가 한국이다. 미국의 1ㆍ4분기 성장률이 3%를 넘을 것으로 예상됐다. 중국의 7.7% 성장률에 너무 낮다며 세계가 걱정한다. 그런데 한국은 고작 1.5% 성장률을 놓고 경기가 회복되네, 아니네 하며 집안싸움이다. 서로 팔뚝 굵다고 자랑하는 힘을 경기회복에 쏟길 바란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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