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정책과 조화 필요 강조..재정적자 비율 3% 규정 논쟁 새 국면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유럽연합(EU)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 3% 제한 규정에 대한 논란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주제 마누엘 바호주 EU 집행위원장이 그동안 독일 주도로 취해진 긴축 정책에 한계가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3% 규정은 지금까지 EU 긴축 정책의 목표로 인식돼 왔다. 바호주 위원장의 발언은 이미 유명무실화된 3% 규정이 지켜지기 어렵다는 것을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바호주 EU 집행위원장은 유럽위기의 대응책으로 그동안 취해진 긴축 정책이 공공 수용력(public acceptance) 측면에서 한계에 부딪혔다고 밝혔다. 그는 "사회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긴축만이 하나의 정책으로 보여지는 것은 지속될 수 없다"며 "우리의 정책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었으며 긴축 위주의 정책은 한계에 부딪혔다"고 지적했다. 더 이상 긴축을 취하기 힘든 상황이며 성장에 초점을 맞춘 위기 해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바호주 위원장은 위기 해법을 두고 긴축 정책이냐 성장 정책이냐라는 논란 자체가 잘못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긴축 정책만으로는 해법이 나올 수 없다며 정답은 두 가지 대응책을 합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유로존을 성장으로 되돌리기 위한 방안이라면 부채를 더 쌓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다만 부채에 기반한 성장은 지속될 수 없다는 점이 유럽 금융위기에서 배운 가장 큰 교훈이라고 덧붙였다.영국 일간 가디언은 바호주 위원장의 발언이 그동안 독일 주도로 진행된 긴축 정책에 과오가 있음을 EU 집행위가 이례적으로 인정한 것이라고 22일(현지시간) 분석했다. 아울러 EU가 긴축 정책으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의견에 동의한 것이라고 평했다. 지속적으로 긴축 일변도의 정책에 대해 문제를 지적해왔던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지난주에도 영국 경제의 부진을 지적하며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이 긴축정책을 재검토할 것을 촉구했다. 가디언은 또 바호주 위원장의 발언이 EU 회원국이 재정적자 비율 3%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해당 국가에 좀더 여유를 주겠다는 뜻도 나타낸 것으로 분석했다. 바호주 위원장의 발언으로 긴축을 강조해온 독일의 입지는 더욱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유럽 전역에 반독일 정서가 확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긴축에 대한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그는 유로존 전역에서 양립하기 힘든 위기 대응책이 제기되고 있는 자체가 카오스(혼돈)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로존이 화합해야 할 필요는 있지만 각 국이 자신들의 국가적 관습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유로존 협력이 중요하지만 이를 위해 독일이 긴축에 대한 의지를 굽히지는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차기 EU 정상회의는 오는 6월에 예정돼 있고 이에 앞서 독일은 프랑스와 함께 5월까지 공동 경제정책 제안을 마련해 발표할 계획이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는 결과물이 나오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긴축을 강조하는 독일과 성장을 강조하는 프랑스의 입장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가 아예 독일-프랑스 관계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 있는 9월 독일 총선 결과를 기다릴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박병희 기자 nut@<ⓒ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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