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독일 제2의 은행 코메르츠방크는 2007년 4월만 해도 주가가 37유로에 육박했다. 그러나 2011년 8월 이후 1유로 선에서 좀체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마르틴 블레싱 코메르츠방크 최고경영자(CEO·49·사진)는 자사 주가가 부진한 이유로 두 가지를 꼽았다.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첫째, 구제금융 자금을 언제 어떻게 갚을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그리고 둘째, 코메르츠방크가 비핵심 사업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 불확실하다는 점이다.블레싱은 "2009년 정부로부터 182억유로를 지원받을 당시만 해도 향후 수익으로 갚으려 했으나 곧 유로위기가 터져 어쩔 수 없이 증자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2009년 1월 구제금융 당시 정부 지분은 25%였다. 코메르츠방크는 2011년 계획보다 빨리 일부 자금을 갚았지만 정부 지분이 지금도 20%에 육박한다.2009년 블레싱은 2012년에 40억유로 수익을 내겠다고 했지만 상황은 전혀 다르게 전개됐다. 블레싱은 수익성이 악화된 점을 저금리 기조의 장기화를 이유로 꼽았다. 블레싱은 유로위기 이후 위험자산 규모와 비용을 당초 계획보다 크게 줄였다. 그러나 저금리 기조가 결국 은행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 그는 "유로위기 후 유럽중앙은행(ECB)이 시장 안정화 차원에서 기준금리를 적극적으로 내렸다"면서 "이는 올바른 선택이었지만 은행에 수익성이 악화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설명했다.블레싱은 "족쇄인 구제금융 자금을 가능한 한 일찍 갚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증자를 정당화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블레싱이 CEO로 있는 동안 코메르츠방크는 계속 증자해 유동 주식 수가 10배로 늘었다. 결국 증가한 주식 수가 코메르츠방크에 부담으로 작용했다.구제금융 자금을 상환하기 위해 증자에 나설 경우 블레싱에게 좋을 게 하나 없다. 블레싱도 코메르츠방크 주주이기 때문이다. 블레싱은 코메르츠방크 주가가 30유로일 때도 주식 매수에 나서 현재 막대한 평가손을 기록 중이다. 최근 월급으로 코메르츠방크 주식을 추가로 매수했다. 소위 말하는 물타기를 한 것이다. 블레싱은 자기가 "도박꾼도 낙관론자도 아니다"라며 "장기 투자자로 코메르츠방크의 든든한 후원자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코메르츠방크 주식을 정기적으로 매입하며 한 번도 팔지 않았다. 또 은퇴하기 전까지는 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블레싱은 코메르츠방크 주식 투자 손실을 만회하려면 현재 주가가 3배로 올라야 한다고 말했다. 블레싱은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경영진 보수 제한과 관련해 구제금융을 받은 은행들이 주주와 채권자들에 수익을 돌려줘야 한다는 점에는 원칙적으로 공감하지만 그렇다고 법적으로 경영진의 보수를 제한하는 것은 반대한다고 밝혔다. 블레싱이 구제금융 자금 상환보다 비핵심 사업 정리가 주가에 더 악재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현재 코메르츠방크의 선박, 상업용 부동산 대출 등 비핵심 사업 자산 규모는 1510억유로(약 222조6555억원)다. 코메르츠방크는 이를 오는 2016년까지 900억유로 정도로 줄일 계획이다. 자산 축소는 계획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블레싱은 "비핵심 사업 부문 자산 가운데 상당 부분이 독일 국채와 부동산 대출로 이뤄져 있다"고 밝혔다. 이는 걱정할 대상이 아니다. 문제는 각각 90억유로와 26억유로에 이르는 이탈리아·스페인 국채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스페인과 이탈리아 국채 보유 규모가 줄고 있다는 점이다. 블레싱은 "이탈리아·스페인 국채보다 더 큰 골칫거리가 선박 대출"이라고 털어놓았다. 코메르츠방크는 현재 190억유로인 선박 금융 규모를 2016년까지 140억유로로 줄일 계획이다. 박병희 기자 nut@<ⓒ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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