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블로그]불평등 조약 자초한 용산개발 출자사들

[아시아경제 김창익 기자]"코레일이 원하는 대로 하다가 실패해도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민간) 출자사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 다시 검토해야 한다."(용산역세권개발 민간출자사 관계자들)코레일이 최종 제시한 특별합의서 내용을 놓고 용산역세권개발 민간출자사들의 입이 뾰족 나왔다. 코레일 주도의 사업 정상화에 대해 대부분 출자사들이 일단 공감을 표했지만 지난 26일 전달된 합의서 조항을 확인한 출자사들은 예기치 않았던 일부 조항이 포함돼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정상화 계획에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할 경우 코레일이 협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 논란의 핵심이다. 조항대로면 다른 출자사들이 협약 이행을 하지 않거나 어음 차환 발행이 안돼 사업을 지속할 수 없을 때에도 코레일은 사업을 즉시 중단할 수 있다. 출자사들은 코레일이 요구에 4월4일까지 동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지난 15일 정창영 코레일 사장이 29개 민간출자사들 대표를 한 자리에 불러 정상화 방안 초안을 발표했을 당시에도 출자사들은 상호손해배상청구권 포기 조항 등을 놓고 '불평등 합의'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하지만 이들 중 대다수는 지난 22일 정상화 방안에 대한 동의서를 제출했다. 논란의 초점이 상호청구권 포기 조항에서 사업해지권으로 옮겨간 것 외엔 상황이 달라진 게 없다. 코레일은 요구조건을 제시하고 민간출자사들에게 '찬성 아니면 파산' 중 양자택일을 강요하는 협상 전략을 일관되게 구사하고 있고, 겉으론 반발하면서 각 사별로는 돌아서 손익계산을 하는 민간출자사들의 행태도 변함이 없다. 특별합의서 조항 내용만 놓고 보면 코레일이 파산을 볼모로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민간 출자사들의 반발에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하지만 사업 정상화를 둘러싼 민간출자사들의 그간의 행태를 보면 '불평등 합의'를 자초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게 사실이다. 사실 25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 발행에 민간출자사들이 협약대로 지분율만큼씩 청약을 했어도 최소한 디폴트(채무불이행)란 극단적인 상황은 피할 수 있었다. 코레일을 제외한 민간출자사들의 지분율은 적게는 0.2%에서 많게는 15.1%로 50억원에서 377억5000만원을 부담해야 했다. 하지만 2대주주인 롯데관광은 돈이 없어서 청약을 못했고, 나머지 출자사들은 추가 부담을 거부했다.디폴트 후 결국 코레일은 시행사인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PFV)에 대한 경영권을 장악하고 사실상 단독경영을 하기 위한 협약서를 만들어 동의서에 도장을 찍으라고 출자사들을 압박하고 있다. 29개 출자사들이 지분율만큼의 회생 자금(CB 청약) 투입을 거부한 순간, 사실상 모든 결정을 코레일에 위임키로 한 것과 다름이 없다고 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어떤 부담도 지지 않으면서 평등한 협상을 요구하는 출자사들과 사업 회생 자금을 지원하면서 그에 대한 대가를 요구하는 코레일 중 누가 더 억지주장을 하고 있는 것일까. 민간 출자사들은 정상화의 길에 무임승차한 이상 코레일의 요구에 승복하는 것 외엔 협상의 카드가 없어 보인다. 역사상 정복자와 피정복자간에 맺어진 불평등 조약에 대한 단초를 누가 제공했는지 살펴볼 일이다김창익 기자 window@<ⓒ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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