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 전격 제안에 찬성파도 반대파도 '우려'.. 결론은 빨리 내야
서부이촌동 대림아파트 외벽에 '재벌기업 배부리는 통합개발 반대한다'고 페인트칠돼 있다. 2009년 4월 반대하는 주민들이 자금을 모아 작업했다.
[아시아경제 박미주 기자]"코레일이 용산사업 정상화하겠다고 했는데 말로만 그런 거다. 또 공공개발이라 보상금도 시세대로 나올 리 만무하다. 무조건 우리 아파트 개발에 반대한다."(서울 용산구 서부이촌동 주민 A씨)"용산 개발사업에 우리 아파트단지가 포함되길 바란다. 그런데 코레일은 계약을 손바닥 뒤집듯 바꾼다. 이번 정상화방안 제안도 아직 믿을 수 없다."(서울 용산구 서부이촌동 주민 B씨)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 무산 막바지에 사업 정상화방안을 제시한 지난 15일 저녁. 개발부지 인근 서부이촌동은 을씨년스러웠다. 드넓은 개발대상지는 황량했고 맞은편 주택들은 낡아보였다. 상가들은 간판이 오래됐고 일부 부동산 등 점포는 폐업했다.더 걸어 들어가자 상대적으로 말끔한 아파트 단지가 보였다. 그러나 외벽에는 '재벌기업 배불리는 통합개발 반대한다', '사유재산 강탈하는 강제수용 반대한다 오세훈은 물러나라' 등의 문구가 크게 페인트칠돼 있었다. 곳곳에는 용산개발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을 보여주는 플래카드가 여럿 걸려있었다.
서울 용산구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부지로 지정된 서부이촌동. 한 아파트 외벽에 '사유재산 강탈하는 강제수용 반대한다 오세훈은 물러나라'라고 쓰여있다.
대단지인 대림아파트 입구 건너에는 '강제수용에 반대하는 대림아파트 생존권사수연합' 사무실이 있었다. 내부에는 장년층 입주민들이 너댓명 모여 있었다. 김재홍 생존권사수연합 대변인은 "코레일이 정상화 방안을 내놨는데 그 의도는 자기들이 주도권을 잡으려고 하는 것"이라며 "그에 상관없이 우리는 멀쩡한 아파트를 개발하는 것에 반대하고 대림아파트 638가구 중 20%내외만 찬성할 뿐"이라고 말했다.김 대변인은 "구역지정고시일로부터 3년 안에 재신청을 하지 않으면 자동적으로 개발이 취소되는 법에 따라 다음달 21일까지 실시계획인가 신청을 하지 않고 아파트가 '존치'되길 기다리고 있다"며 "코레일의 용산사업은 잘 이뤄져서 인프라가 좋아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아파트 단지는 그냥 두고 분리개발하자는 얘기였다.이들이 아파트 개발에 반대하는 이유는 당초와 달라진 드림허브 측의 태도, 사유재산권 침해 등이었다. 김 대변인은 "사업개발 초기엔 찬성하는 주민이 많았는데 처음 이주비로 3억원을 지원한다고 했다가 동의서 제출 후 경기가 안 좋아지자 대출 이자만 지원한다고 말이 바뀌었다"며 "또 6년째 주민들은 아파트 매매거래가 묶여서 빚이 많은데도 이를 청산하지 못하고 아파트가 경매에 처해지는 사례가 빈번해졌다"고 한탄했다.
대림아파트 생존권사수연합 사무실
하지만 찬성파 주민의 얘기는 좀 달랐다. 개발에 찬성하는 김재철 이촌동11개구역 동의자 대책협의회 총무는 "이촌동 아파트들은 이미 용적률이 높아 재건축도 어려운데 용산개발하면서 같은 평수의 새 아파트를 준다고 하니 개발에 찬성하는 것"이라며 "나중에 드림허브가 대출이자만 이주비로 지원하겠다고 바꿨지만 어차피 처음 3억원 빌려주는 것도 갚아야 할 돈이라 괜찮았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 동의자가 67%에 달했는데 지난해에 서울시가 조사했을 때 동의율은 56.4%가 됐다"며 "사업이 길어지자 동의율이 낮아진 것이지만 여전히 찬성하는 주민이 더 많다"고 덧붙였다.코레일이 내놓은 정상화 방안을 꼼꼼히 살피던 김 총무는 "이번 코레일 정상화 방안이 좋은지 나쁜지 두고봐야 한다"고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제안서를 보면 분양매출과 자산유동화로 서부이촌동 주민들에게 보상하겠다고 했는데 몇년 후 보상할 가능성이 높고 주민들이 피해볼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이 빚 많은 공공기관장부터 조사해서 낙하산 인사를 바꾸겠다고 했는데 그것 때문에 정창영 코레일 사장이 갑자기 제안한 것 아니냐"고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꽉 막힌 용산개발사업으로 인근 부동산들도 고통을 겪고 있었다. 이촌동 베스트공인 관계자는 "매매거래는 당연히 없고 전월세도 하나도 없어서 사무실에는 일 있을 때만 온다"면서 "문 닫은 부동산도 많다"고 전했다. 그는 "문제는 '돈'인데 재개발·재건축 사업에서 원주민 정착률은 10%도 안 되고, 거대한 지분다툼에 피해를 보는 건 결국 입주민들"이라며 "더 버틸 돈이 없어서 경매에 부쳐지는 이촌동 아파트들이 많고 주민 불안감도 극도에 달해 반대율이 늘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6년째 아파트 매매를 못하게 해 빚도 갚을 수 없게 하는 건 명백한 사유재산권 침해"라며 "하루빨리 주민들을 위해 아파트를 거래할 수 있게 풀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코레일의 제안에 따라 민간투자자들이 대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며 용산개발사업이 파산 위기에서 막판 극적인 전환을 맞을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지만 개발 반대파는 물론 찬성파마저 우려섞인 시각이 교차하는 모습이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물산 등 민간투자자들이 이해득실을 놓고 계산에 바쁘지만 무산되는 것보다는 사업이 정상화돼야 먹거리가 많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아파트 입주민들의 입장을 돌아볼 수 있도록 속도를 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서부이촌동 거리에는 찬성파와 반대파 주민들이 걸어놓은 플래카드가 곳곳에 걸려있다. 사진은 코레일을 규탄하는 플래카다.
박미주 기자 beyond@<ⓒ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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