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에서]'박정희 시대'를 행복하게 극복하기

이은형 국민대 경영학 교수

새 대통령이 취임했다. 미국인 교수로부터 축하메일을 받았다. 최초의 여성대통령을 탄생시켰으니 얼마나 뿌듯하냐는 인사와 함께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한 기대를 보내왔다. 이 교수는 1970년대에는 선교사로, 1980년대에는 교환교수로 살았던 적이 있어서 한국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남다른 분이다. 특히 한국의 과거와 현재가 얼마나 확연하게 달라졌는지를 직접 보고 감탄했으며, 그래서 미래를 더욱 기대하는 '친한파'다. 그래서인지 박정희 대통령의 딸이라는 점보다는, 미국에서도 아직 해내지 못한 '여성 대통령의 탄생'을 이루어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을 보면서 여성이라는 느낌보다는 박정희 대통령의 딸, 오랫동안 이 나라를 '통치'했던 권력자의 가족이라는 이미지가 더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더구나 박근혜 대통령은 외모뿐만이 아니라 주변 사람을 대하는 태도나 인사스타일 등에서도 아버지를 닮았다. 인정하든 안 하든 우리는 박근혜 대통령을 통해 앞으로 박정희 대통령을 자주 떠올리게 될 것이다.  함성득 고려대 교수는 국내에서 '대통령학'이라는 생소한 분야를 개척한 인물이다. 함 교수에 따르면 박정희 대통령 이후 역대 대통령은 본인의 의도와 상관없이 '박정희 대통령'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고 한다. 전두환 대통령은 쿠데타를 통해 정권을 잡았다는 측면에서 비교됐으며, 그 때문에 '대통령 단임제'를 실행한 자신에 대해 자부심을 가졌다.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은 정적이었던 박정희 대통령보다 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을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권위주의를 청산하고 민주주의와 참여를 고취시키는 데 심혈을 기울인 것도 과거 민주화운동 경험에서 기인했을 것이라 생각된다.  박정희 대통령을 극복대상으로 삼았건, 경쟁상대로 삼았건 역대 대통령들은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함 교수의 분석이다. 가장 큰 이유는 재임기간의 차이다. 박정희 대통령은 18년 동안 대통령직을 수행했고 다른 대통령은 5년 단임이었기 때문에 비교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5년이라는 짧은 재임기간을 고려한다면 대통령이 재임기간 중 성과를 내겠다고 마음먹는 순간 무리수가 나오게 마련이다. 특히 18년 동안 재임했던 박정희 대통령을 롤모델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비유하자면 18년은 진주목걸이를 만들 수 있는 기간인 반면 5년은 구슬 몇 개 꿰어서 후임자에게 넘겨주어야 하는 기간이라는 것이다.  사실 박정희 시대의 유산은 우리나라 현대사 전반에 걸쳐 작용했다. 우리나라 국민 중 40대 이상은 박정희 시대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았다. 박정희 대통령이 추진했던 산업화와 압축적 경제성장에 의해 혜택을 입었거나, 그 그늘이었던 철권통치, 인권탄압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있거나, 또는 그 둘 다일수도 있다. 어쨌든 산업화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문민정부, 국민정부, 참여정부 등을 거쳐 오면서 크게 분출된 것도 그런 배경에서 봐야 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아버지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고 주문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인간이 개인적 경험이나 성장배경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지기는 어렵다. 역대 대통령들이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박정희 대통령의 영향을 받았다지만 박근혜 대통령이야말로 가장 닮은, 그리고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대통령일 것이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박근혜 대통령 시대를 거치면서 우리는 진정으로 박정희 시대를 극복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박근혜 대통령이 아버지의 좋은 점을 본받으면서 21세기에 맞게 '국민이 행복한 창조경제시대'를 여는 대통령이 되어 아버지를 극복하기를 기대한다. 이은형 국민대 경영학 교수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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