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예비후보때 1순위, 후보된 뒤 9순위..그리고 지금징벌적손해배상 축소 등..김종인 '팽' 당할 때 "예상"[아시아경제 이윤재 기자] "경제민주화가 없어진 건, 이미 예견됐던 일 아닌가?"21일 발표된 박근혜정부의 국정비전, 국정목표 선정에 경제민주화는 없었다. 이를 두고 한 정치권 인사는 담담한 목소리로 이처럼 말했다. 지난해 11월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경제민주화 내용을 발표할 당시, 경제민주화를 총괄했던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사실상 토사구팽됐을 때 이미 예견됐던 일이라는 설명이다.지난해 11월 16일 박근혜 당시 대선 후보는 '경제민주화 공약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대규모기업집단법 제정, 기존 순환출자 의결권 제한, 중요 경제범죄에 대한 국민참여 재판 도입 등을 제외한 경제민주화 방안을 발표한바 있다. 김종인 위원장이 내세웠던 것과 비교해 상당히 축소된 경제민주화 방안이었다.경제민주화는 박 당선인이 18대 대선 당시 예비후보자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10대 공약'을 제출할 때만 해도 첫번째 공약이었다. 그러나 대선공약집에서는 10대 공약중 9순위로 밀렸고, 이어 향후 5년간 '박근혜 정부'의 로드맵인 국정과제에서는 용어 자체가 사라진 것이다.경제민주화를 대신해 자리잡은 표현은 '원칙이 바로 선 시장경제 질서 확립'이다. 이는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라는 첫 번째 국정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하위 전략 중 다섯 번째로 설정됐다. 이 전략에는 또 ▲경제적 약자의 권익보호 ▲소비자 권익보호 ▲실질적 피해구제를 위한 공정거래법 집행 체계 개선 ▲대기업 집단 지배주주의 사익편취행위 근절 ▲기업지배구조 개선 ▲금융서비스의 공정경쟁 기반 구축 등 6가지의 세부계획이 담겨있다.이에 대해 강석훈 인수위 국정기획조정분과 위원은 "원칙이 바로 선 시장 경제 질서 확립이 경제민주화보다 광의 개념으로 향후에도 두 용어를 같이 쓸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류성걸 경제 1분과 간사는 "국정 목표에 관련 사항을 다 나열할 수 없어, 경제파트 국정목표 아래 국정과제로 포함시켰다. 경제민주화 실천 의지와는 관계가 없다"고 해명했다.이 같은 해명과는 달리 경제민주화 공약은 상당부문 축소되거나 자취를 감춘 것이 사실이다. 당초 박 당선인은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관련해서는 배상금액을 최고 10배까지 확대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국정과제 내용에는 '현행 하도급법 규정 및 외국 사례를 고려해 징벌적 배상금액 상한을 3배로 규정한다고 설명됐다. 지금도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기술 탈취에 대해 최대 3배까지 손해배상 책임을 물리는 것을 감안하면 '경제민주화'를 위한 진전은 전혀 없었던 셈이다.또 대기업 총수의 불법 행위를 막기 위해 지배주주의 횡령 등에 대해서는 징역형을 원칙으로 한다는 공약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상 횡령 등에 대한 형량 강화'라는 표현으로 쪼그라들었다.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소액주주가 독립적으로 사외이사를 선임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했던 공약역시 자취를 감췄고, 단계적으로 도입하겠다고 명시돼 있던 '다중대표소송제도' 역시 국정과제에서는 찾을 수 없다.금융과 산업을 분리하겠다던 약속도 후퇴했다. 박 당선인의 대선공약집에는 금융회사의 고객 자산이 대기업의 지배구조에 활용될 수 있기 때문에 금융ㆍ보험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비금융계열사의 주식에 대한 의결권 상한을 단독금융회사 기준으로 향후 5년간 단계적으로 5%까지 강화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 역시 국정과제에서는 '금융보험사 보유 비금융계열사 주식에 대한 의결권 제한 강화'라는 모호한 표현으로 수정됐다.중소기업 대통령이 되겠다고 강조해왔던 중소기업 정책 역시 뒷걸음질 쳤다. 중소기업 기술인력을 반복적으로 빼가는 대기업에 대해 교육 훈련분담금을 가중 부과하기로 했던 대선 공약은 국정과제에서 사라지고 없다.류성걸 간사는 "책자는 요약이기 때문에 세부적인 사항이 없다"고 설명했지만 222페이지에 달하는 국정과제에서 제외된 공약이 차기 정부에서 얼마나 추진력있게 실천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이에 대해 민주당 윤관석 원내 대변인은 "출범하기도 전에 국민과의 약속을, 시대적인 과제라고까지 얘기했던 경제민주화 약속을 버린다면 국민도 당선인에게서 사라지게 될 것"이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키웠다.이윤재 기자 gal-ru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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