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최근 정계 은퇴 선언을 한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우리 사회에서 숱한 논란을 낳아 온 인물이다. 현실정치인의 정치적 이념과 가치관, 정치인으로서의 행적과 공과에 대해서 그 만큼 격렬한 찬반과 호오의 반응을 불러일으킨 이도 아마 흔치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한국 사회, 특히 공직 사회에 분명히 기여했다고 평가하고 싶은 점이 한 가지 있다. 바로 2007년 보건복지부 장관 퇴임 직후 '대한민국 개조론'이라는 책을 펴내 장관으로서의 자신의 경험을 차분히 돌아보고 자평하며 미래를 위한 복지정책의 비전에 대한 화두를 내놓은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고위 공직을 스스로 정리하고 결산하는 새로운 전범을 제시한 것이었다고 보고 싶다. 그러나 우리 공직사회에서 유 전 장관의 경우는 지극히 예외적인 사례다. 수많은 장관들이 있었지만 물러나면서 단편적이고 감상적인 회고담을 늘어놓는 것에서 벗어난 이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었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물러날 준비를 하고 있는 많은 장관들은 지금 주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유명 로펌 등 고임의 전관 예우 일자리를 찾아 분주하지는 않을까. 이미 확고한 '전통'으로 굳어진 그런 관행을 좇는 것에 대해 이명박 정부의 장관들에게만 가혹한 비판의 잣대를 들이대는 건 불공정한 일일 수 있다. 그러나 한 부처의 장관이라는 경험은 단 하루에 그치더라도 한국 사회를 총체적이면서도 심층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귀하디귀한 기회다. 이건 그 개인의 머릿속에만 남겨두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우리 사회의 귀중한 공적 자산이다. 이 자산을 사유화하거나 사장하지 않고, 정제해서 공공의 자산으로 만드는 것,그건 개인의 미덕을 넘어서 사회에 대한 공직자로서의 의무일 수 있다.외국에서는 물러나는 고위 공직자들이 임기 동안에 겪고 고민했던 일들에 대해 냉철히 평가해 보고서를 작성하는 경우가 많다. 이 보고서는 그 어느 연구보고서보다 이론과 현실이 망라된, 그 사회의 현실과 정책에 대한 '임상보고서' 역할을 한다. 퇴임 후의 새로운 인생을 설계하고, 노후 대비 계획을 세우는 틈틈이 차분히 장관으로서의 경험과 고민들을 성찰하고 정리해보기 바란다. 그것이말로 어떤 멋진 퇴임사보다 훌륭한 퇴임의 변이 될 것이며, 진정한 인수인계가 될 것이다.김봉수 기자 bskim@<ⓒ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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