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 친족기업 간 이뤄지는 거래내역을 공시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사실상 대기업 계열사와 다름없는 이들 기업 간 내부거래를 살펴보겠다는 의미다. 지금까지는 계열사와 비상장계열사의 거래에 대해서만 공시하면 됐다. 공시가 추진되면 친족기업 간 편법거래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5일 "공정거래법상 계열분리된 친족그룹 간 거래현황을 대기업이 공시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은 앞서 지난달 29일 대기업 계열사 간 부당 내부거래 뿐 아니라 친인척 기업 간 부당 내부거래도 심각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친족기업 간 거래 공시를 의무화하려면 공정거래법 제 11조를 고쳐 제재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현행 공정거래법 제11조 2항과 3항은 대기업 집단 계열사와 비상장계열사에 대한 거래공시를 의무화하고 있다. 여기에 계열분리된 친족기업 간 거래를 공시 대상으로 추가하면 제재 근거가 마련된다. 친족기업은 공정거래법상 계열사에 포함되지 않아 거래내역을 공시하지 않는다. 때문에 친족기업 간 거래는 그동안 일감 몰아주기 창구로 자주 활용됐다. 계열사 간 거래에서 한걸음 진화한 방법이었다. 지난해 10월 공정위의 제재를 받은 현대자동차 사례가 대표적이다. 현대자동차는 정비 가맹점 '블루 핸즈'에 매장 리뉴얼 지시를 내리면서 리바트의 책상, 의자, 소파 등을 사도록 강요했다. 리바트는 정몽구 현대차 회장의 조카이자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사촌인 정지선씨가 회장으로 있는 현대백화점 그룹의 계열사다. 당시 공정위는 리바트는 현대차그룹 계열사가 아니기 때문에 일감 몰아주기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 시정명령 수준의 제재에 그쳤다. 친족기업은 창업주에서 2세, 3세로 이어지면서 하나의 재벌그룹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직접적인 지분 관계는 없어 계열사는 아니지만 자연스레 모그룹의 일감을 친족기업들이 나눠갖는 경우가 많다. 그 경우 다른 중견ㆍ중소기업과는 보다 손쉽게 회사를 키울 수 있는 여지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LG그룹의 친족기업인 희성전자는 LG그룹의 지원을 받고 급성장했다. 희성전자는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동생인 구본능씨와 구본식씨가 지분 70% 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2000년 매출이 684억원에 지나지 않았던 희성전자는 이후 LCD패널의 핵심 부품인 BLU(백라이트유닛)를 LG 디스플레이에 대량 납품하면서 급성장했다. 2011년에는 1조28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국외 계열사를 포함하면 3조6000억원에 달한다. 친족기업 간 내부거래는 계열사 내부거래 비중을 줄이는 데 사용되기도 한다. 현대차그룹 계열 물류기업인 현대글로비스는 매출의 절반가량을 내부거래를 통해 얻었다. 2011년 기준 45.2%로 일감 몰아주기 과세대상(내부거래비중 30% 이상)에 해당한다. 그런데 글로비스는 지난 1월 현대중공업의 자회사인 현대오일뱅크와 1조원 규모의 원유 장기운송계약을 체결했다. 이 두 기업은 현행법상 계열사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글로비스의 내부거래 비중은 줄어들게 된 셈이다. 이를 두고 경제개혁연대는 계열사뿐 아니라 친족기업 간 거래에 대한 공시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개혁연대는 "공정위는 계열사는 물론 친족분리된 회사에 대한 부당지원행위 여부를 정기적으로 조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시의무가 시행되면 앞으로 계열사, 비상장계열사 뿐 아니라 친족기업 간 거래내역도 그 실상을 낱낱이 파악할 수 있게 된다. 법망을 교묘히 피한 편법거래는 사실상 힘들어진다.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상속ㆍ증여세법 시행령 개정안도 친족기업 간 공시의무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힘을 보탰다. 정부는 계열사 등 특수관계법인과 거래 비중이 30%를 넘는 기업은 변칙 증여를 받은 것으로 간주, 증여세를 내게 하겠다고 밝혔다.공정위는 재벌들이 이를 회피하기 위해 친족기업과 거래하는 사례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친족기업을 이용해 계열사 등과 거래비중을 30% 이하로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친족기업 간 거래 공시 의무화는 이런 부작용을 차단하는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김혜민 기자 hmeeng@<ⓒ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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