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사원, 입사부터 정착까지-1>출근 전-적응 도와줄 선임자 지정-2>한달 후-책임·역할 분명하게 선정-3>두달 후-사내 커뮤니티 가입 추천-4>석달 후-성과 관리·업무 이해 돕기[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경기 불황의 여파는 기업의 채용 방식에도 미친다. 불황이 깊어질수록 경력사원 채용은 확산된다. 하나부터 열까지 하나하나 가르쳐야 하는 신입사원 보다 '알만큼 아는' 경력사원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어지는 것이다. 경기 불황과 기업간 경쟁 심화 등 급격한 환경 변화에 재빨리 대응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교육 없이 단기간 내 성과를 낼 수 있는 준비된 인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2011년 기업 306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46.1%가 경력사원을 활용하려는 이유로 '신입사원 대비 높은 생산성'을 꼽았다. 이어 '기업 사업의 경쟁력 강화'(27.1%), '신규 사업 개발 또는 진출'(13.1%), '교육 및 훈련비용 절감'(11.8%) 등의 순이었다. 기업의 43.8%는 향후 경력사원 채용 확대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현재 100인 이상 기업체의 신규 입사자 중 경력사원 비중은 41%에 달한다. 기업의 경력사원 선호 현상은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경력사원의 조직 적응도를 높이는 방안에 대해 깊이 고민할 때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경력입사자의 전략적 관리방안' 보고서를 토대로 경력사원이 새로운 조직에 성공적으로 정착하고 성과를 낼 수 있는 관리 방안에 대해 알아본다. 고현철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산업과 제품의 라이프 사이클이 단축되면서 경력직 채용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런 추세에 맞춰 신입사원과 구별되는 경력사원의 조직 적응에 있어서 특징과 애로사항을 분석, 효과적인 관리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력사원의 조직 적응에 영향을 미치는 근무환경은= 경력사원이 조직의 구성원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조직 사회화'(organizational socialization)라고 한다. 이 과정에서 경력사원은 새로운 낯선 조직에 적응하느라 시행착오를 겪게 된다. 경력사원이 새로운 조직에 연착륙 할 수 있도록 돕는 회사 차원의 노력이 동반돼야 하는 이유다. 비슷한 근무환경에 처해도 회사 차원의 전략적인 지원을 받은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경력사원의 조직 사회화 결과는 상당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삼성경제연구소가 경력사원으로 입사해 근속연수 5년 미만인 119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의 조직 적응 점수는 65.3점이었다. 이는 신입사원으로 들어온 직원의 만족도(65.7점)와 비교할 때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수준이다. 그러나 부문별로 살펴보면 경력 몰입은 71.9점으로 높았지만 직무 만족 62.6점, 조직 몰입 61.2점으로 비교적 낮았다. 경력사원은 본인의 희망 직무를 설정한 뒤 입사하기 때문에 경력 몰입 만족도가 높은 반면 동일 직급이라도 조직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 조직 몰입이 상대적으로 저조한 것이다. 또 높은 직급일수록, 연령이 높을수록 조직에 더욱 잘 적응했고 여성 직원 보다는 남성 직원이, 이직 이후 1년 이하 경력사원이 조직에 잘 동화됐다. 이전 직장에서의 근속연수가 길수록, 내부 임직원 소개로 입사한 경력사원의 경우도 조직 적응도가 높았다. 경력사원의 조직 적응에 가장 중요한 근무 환경으로는 ▲직무 적합성 ▲상사 지원 ▲제도 공정성이 꼽혔다. 경력사원 개인 차원에서는 직무 적합성이 높을 경우 경력 몰입, 직무 만족, 조직 몰입이 모두 양호했다. 특히 업무를 수행할 때 스스로 의사결정 내릴 수 있는 권한 정도를 측정하는 업무 자율성이 직무 만족과 조직 몰입에 큰 영향을 미쳤다. 팀 차원에서 상사가 업무를 지원하거나 경력 개발에 관심을 기울일 경우도 조직 적응을 더 도왔다. 조직 차원의 제도 공정성은 경력사원의 조직 적응에 직격탄이 됐다. 개방적인 조직 풍토는 직무 만족과 조직 몰입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지만 경력사원의 만족도는 38.9점으로 매우 저조했다. 새로운 방식을 도입하기 보다 기존 방식을 수용하고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조직 적응에 유리하다고 판단한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 목표 관리와 성과 평가가 공정하지 못하다고 인식한 탓에 경력사원의 제도 공정성에 대한 만족도는 55.4점으로 저조했다. 일-가정생활간 균형(만족도 51.5점)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었다. ◆어떻게 조직 적응을 도울까= 경력사원의 조직 적응을 돕기 위해서는 입사 준비부터 조직 정착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회사 차원의 세심한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진입 단계 ▲적응 단계 ▲정착 단계 등 3단계 프로그램으로 나누고 단계별로 추진 목표와 과제를 설정하는 식이다. 입사를 준비하는 진입 단계에서는 수행 직무를 명확히 설정하고 조직에 대해 사전 교감을 강화한다. 적응 단계에서는 커뮤니케이션 강화와 조직 사회화 전략 추진을, 정착 단계에서는 경력 개발과 조직 소속감 제고에 중점을 둔다. 예를 들어 IBM은 2000년대 초반 사원 채용이 늘자 3단계로 구성된 프로그램을 개설했다. 입사자 출근 전 1단계예서는 근무 환경을 살펴보고 조직 적응을 도울 선임자를 지정한다. 입사 후 1개월 동안(2단계)은 기존 인력과 팀, 사내 인트라넷에 소개하고 입사자의 책임과 역할을 분명히 해준다. 3단계인 입사 2개월 이후부터는 인적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사내 커뮤니티 가입을 격려한다. 3~6개월간에는 성과 관리와 업무수행 방식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 1년 후 신규 입사자가 조직에 완전 동화될 수 있도록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경력사원의 성공적인 안착과 성과 창출을 위한 조직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경력사원을 위한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멘토링 프로그램에 내실을 기해야 한다. 경력사원이 '무엇'을 알아야 하는가가 아니라 '누구'를 알아야 하는지 알려줘 부서 안팎의 조직원들과 효과적인 협업을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조직 사회화 교육 프로그램도 보강해야 한다. 경력사원은 이전 직장에서 했던 관행대로 무의식적으로 반복할 가능성이 높아, 조직 문화에 반하는 행동을 할 확률이 신입사원 보다 높다. 따라서 회사의 핵심 가치와 업무 수행 방식 등의 이해를 높일 수 있는 콘텐츠 개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고현철 수석연구원은 "입사 1년 경과 후 직무 만족도를 평가해 업무 재배치 기회를 주고 2년차 경력 대상으로는 경력개발 워크숍을 실시하는 방법도 있다"며 "개인별로 다양하고 유연한 방법을 적용해 조직 적응의 효과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박혜정 기자 parky@<ⓒ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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