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조직개편]역할·기능 축소‥외교안보·대통령보좌에 집중

박근혜 정부 청와대 조직도(예상)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내각과 더불어 차기 정부의 두 축을 이룰 청와대 조직 개편안이 21일 발표됐다. 현 이명박 정부의 청와대에 비해 조직이 축소ㆍ재편됐고, 국가안보실이 신설된 게 주요 뼈대다. 박근혜 18대 대통령 당선인의 평소 소신대로 경제 등 국정 현안은 내각이 주도하고 청와대는 외교 안보 통일 분야에서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한편 국정 아젠다 개발 등에 치중하는 등 역할을 축소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김용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삼청동 인수위원회 브리핑룸에서 "현 2실장 9수석 6기획관 체제의 청와대 조직을 2실 9수석 체제로 개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 청와대 조직 중 정책실장(장관급)과 기획관(수석비서관ㆍ차관급) 제도를 폐지하는 한편 국가안보실을 신설했다. 이어 ▲정무 ▲민정 ▲홍보 ▲국정기획 ▲경제 ▲미래전략 ▲교육문화 ▲고용복지 ▲외교안보 등 9개 수석을 두기로 했다. 기존 9개 수석실의 뼈대를 거의 유지(국가위기관리실만 폐지)하는 대신 국정기획ㆍ미래전략 수석을 신설했다. 또 현 대통령실의 명칭을 비서실로 바꾸기로 했다. 인사위원회 구성, 국민대통합위원회ㆍ청년위원회 신설, 지역발전위원회를 제외한 나머지 현 위원회 폐지 등의 계획도 밝혔다. 이날 발표된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 조직개편안은 우선 '조직 슬림화'를 통한 청와대의 권한ㆍ역할 축소와 이에 따른 내각에 힘실어주기로 요약된다. 박 당선인이 후보 시절부터 강조해 온 "청와대는 대통령 보좌역에만 충실하도록 하겠다"는 소신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통령실'이라는 명칭을 '비서실'로 변경한 것에서 상징적으로 박 당선인의 청와대 역할 축소라는 의지를 확인할 수는 대목이다. 대통령실의 경우 일반적으로 좀더 넓고 강한 권한을 갖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는 반면 '비서실'은 말 그대로 대통령을 보좌하는 역할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옥상옥'으로 여겨졌던 정책실장 폐지도 청와대 역할 축소의 의지로 분석된다. 노무현 정부 때 신설된 청와대 정책실장은 2008년 2월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폐지됐다가 1년 반만인 2009년 8월 부활했다. 당시 '왕수석'으로 불렸던 윤진식 경제수석이 정책실장을 겸임하면서 정부부처 간 조율을 총괄했다. 그러나 이번 조직개편으로 정책실장은 3년 6개월 만에 다시 폐지되게 됐다.이는 새정부에서 경제부총리제가 도입되는 만큼 정책실장이 옥상옥(屋上屋)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로 풀이된다. 지금도 예산 편성권을 무기로 사실상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가 부총리제를 통해 더욱 기능을 강화하게 된 마당에 굳이 정책실장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측면이 고려된 것이다.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정책실장이 폐지되면 경제부총리가 경제정책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가"라는 질문에 "비서실은 대통령을 보좌하는 역할에 집중하고 각 부처장관이 실질적으로 부처의 업무를 수행하고 결과에 책임지는 체제"라며 '경제부총리'에 힘을 실어줬다. 정책실장을 존치시킬 경우 경제부총리-정책실장 간 엇박자가 생길 가능성도 차단하려는 조치로 보인다.실제 노무현 정부에서는 이헌재 부총리와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이 부동산대책 등을 놓고 상반된 견해를 밝히면서 시장의 혼선을 줬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박 당선인은 또 차관급인 6개 기획관실과 18개에 달하는 대통령 산하 위원회 대부분을 폐지하는 등 청와대의 조직을 대폭 슬림화했다. 청와대의 권한과 역할을 최소화하는 대신 내각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미다. 박선규 당선인 대변인은 발표 직후 기자들과 만나 "(명칭 변경은)청와대 내의 비서실은 기본적으로 내각과의 관계를 갖는 관계가 아니고 대통령을 오롯이 보좌하는 데만 충실하게 해야 한다는 원칙을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용준 위원장도 "비서실은 대통령 보좌역에 집중하고, 각 부처는 실질적으로 장관이 맡게 될 것"이라면서 장관이 수석의 입김에 휘둘리던 관행에 종지부를 찍겠다고 강조했다.이에 따라 차기 청와대에서는 국무총리와 경제부총리 등 내각의 컨트롤타워에 국정 운영의 힘이 실릴 전망이다. 다만 국가안보실 신설과 미래전략수석 제도 도입 등은 청와대가 외교 안보 분야 및 국정 아젠다 개발 등에선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박 당선인은 후보 시절 일찌감치 대선 공약을 통해 국가안보실 설치를 약속했었다. 국가안보실은 지난 참여정부 때 설치됐던 안보정책실과 유사한 형태로, 국방ㆍ외교ㆍ대북 정책 등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또 미래전략수석실의 경우 박 당선인이 최근 정부조직개편안에서 밝힌 미래창조과학부 등과 연계해 경제철학인 '창조경제' 구현을 통해 일자리창출ㆍ경제위기극복ㆍ신성장산업 육성 등을 전담하게 될 전망이다. 관심을 모았던 제2부속실 폐지 여부나 '소통 활성화'를 위한 내부 리모델링, 조직 축소에 따른 인원 조정 등의 여부는 발표되지 않았다. 한편 이번 청와대 조직 개편안은 대통령령 개정 사항으로, 국회와의 협의 과정없이 오는 2월25일 박 당선인의 취임 이후 국무회의에서의 대통령령 개정으로 시행된다. 김봉수 기자 bskim@<ⓒ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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