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 무기계약직으로 바뀌던 날, 서럽던 '기간제'들 펑펑 울었다
은행권, 최초 정년 보장 선언
조준희 IBK기업은행장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그동안 언제 잘릴지 몰라 불안했었는데 이제 완전히 마음을 놓게 됐어요."새해 첫 영업일인 지난 2일. 기업은행 본점은 물론, 지점 곳곳에서는 여직원들이 한데 모여 울고 있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이들은 모두 기간제 계약직들로 이날부터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돼 기쁨의 눈물을 흘린 것이다. 이날 조준희 기업은행장은 또 한 번의 인사 혁신을 단행해 창구텔러와 전화상담원, 사무지원, 본부서무, 비서 등 현재 기업은행에서 근무하는 기간제 계약직 총 1132명을 무기계약직으로 일괄 전환했다. 계약직원들에게 사실상 정년을 보장한 것. 향후 채용도 모두 무기계약직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은행권 최초다.지체장애 5급인 김민주 씨(가명ㆍ31)는 "몸이 불편해 항상 부모님께 걱정만을 안겨 드렸다"면서 "하지만 이제 정년까지 직장생활이 보장돼 부모님이 안심하실 수 있을 것"이라며 쏟아져 나오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조 행장이 큰 결단을 내렸다. 은행권이 저금리ㆍ저성장 기조로 어느 때보다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에 기간제 계약직을 폐지하고 나선 것. 조 행장은 "위기를 극복하는 힘도 상황을 바꾸는 아이디어도 결국 사람에게서 나온다"며 "처음부터 무기계약직으로 채용해 고용을 안정화시키면 편안한 마음으로 업무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또 그는 "무기계약직으로 채용하면 연간 20억원의 비용이 추가로 들지만 무기계약직들이 할 수 있는 업무의 범위가 넓어 실질적으로 더 이득"이라며 "게다가 근무시간 정상화로 야간 수당에 드는 비용이 줄어 고정비가 더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고 덧붙였다.최근 은행권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원샷 인사'는 조 행장의 전매 특허다. 올해 상반기 인사까지 벌써 세 번째 원샷 인사를 했다. 처음 시행할 때만 해도 금융권의 시각은 회의적이었다. 내부에서도 우려가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여타 은행들도 이를 따라 하고 있을 정도다.또 조 행장은 특성화고 졸업자 채용으로 고졸 채용을 선도했으며 장애인 연중 상시채용을 실시했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3월 금융기관 최초로 장애인 의무고용비율(2.5%)을 초과 달성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조 행장은 중소기업과의 상생에도 앞장 서왔다. 조 행장 취임 이후인 지난 2011년 1월부터 지난해 12월 말까지 기업은행은 은행권 전체 중소기업대출 순증액 22조4000억원의 68.8%인 11조9000억원을 지원했다. 조 행장은 취임 당시 17~18%에 이르렀던 중소기업 대출금리의 상한선을 인하해 올해부터는 한 자릿수인 9.5%까지 낮췄다. 일반 개인에 대한 대출 최고금리도 9.5%로 전격 인하했다. 일련의 과정들을 살펴보면 조 행장의 새로운 시도들은 일자리 창출, 서민과 중소기업 지원이라는 새 정부의 정책 기조와도 궤를 같이 한다. 하지만 분명한 차이점은 새 정부의 정책기조가 이제 앞으로 실현될 것이라면 조 행장의 정책들은 이미 실천되고 있다는 점이다. 여타 은행들이 이제야 겨우 '코드 맞추기'를 하고 있는 것과는 구별된다. 일각에서는 조 행장의 잇단 퍼주기식(?) 지원이 기업은행의 건전성을 해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내놓기도 한다. 하지만 조 행장은 이에 대해 단호히 "노(No)"라고 말한다.실제 조 행장은 취임 이후 2년간 은행 내 중소기업과 개인 부문의 '균형성장'을 이루어냈다. 총자산 200조원, 중소기업대출 100조원, 창구조달예금 100조원이라는 안정적 성과를 냈다. "기업은행에 예금하면 기업을 살립니다"라는 조 행장이 직접 작성한 메시지에 힘입어 개인고객 수 1100만명 돌파의 기염도 토했다. 조 행장의 임기는 오는 12월 27일. 행장으로서 은행을 이끌어갈 시간은 이제 1년이 채 안 남았다. 그가 행장에 취임하면서 내걸었던 약속은 대부분 지켰다. 조 행장은 "행장 취임 이후 2년이 혁신을 찾아 사업을 벌렸던 시기였다면 올해는 벌려놓았던 사업들을 다듬는 작업을 해야 할 때"라며 "올해는 뿌렸던 씨앗들의 결과물을 거두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조강욱 기자 jomarok@<ⓒ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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