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 밑 가시' 中企 아우성]<4>중소기업 때 뺀 가시, '중견'되니 다시 쑤셔

이세용 중견기업특별위원회 공동위원장

이세용 중견기업특별위원회 공동위원장(이랜텍 대표)이 중견기업 '손톱 밑 가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9월 출범한 중견기업특별위원회에서 정구용 인지컨트롤스 대표, 곽수근 서울대 교수와 함께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다.

R&D 세액 공제 25% 서 8%로 축소대출 더 어려워지고 규제만 늘어[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더니 조세와 인력지원 혜택이 줄고, 중소기업은행에서 돈 빌리기도 어려워졌다. 적합업종 지정으로 국내 영업까지 막혀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세용 중견기업특별위원회 공동위원장은 17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기업 지원정책이 지나치게 중소기업 위주로 운영되고 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순간 160여가지 혜택은 사라지고, 규제는 지나치게 엄격해져 재벌 대기업과 같은 선상에서 경쟁해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특히 R&D 관련 조세지원이 줄어드는 게 가장 치명적이다. 예를 들어 R&D 세액 공제율의 경우 중소기업은 25%에 달하지만 중견기업은 8% 수준이다. 지난 해 세법개정을 통해 기존 3~6%보다는 높아졌지만 중소기업에 비하면 여전히 낮다. 이 위원장은 "세제혜택 감소로 R&D 투자 여력도 줄어들고 있다"며 "중견기업들이 R&D에 더 투자해야 기술경쟁력도 생기고 규모도 커져 글로벌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견기업특별위원회에 소속된 연 매출 2000억원의 중견기업 한 곳은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면서 세제혜택이 사라져 10억원 정도를 더 부담해야 했다.  정부가 중견기업으로 넘어온 기업에도 중소기업 혜택을 주는 '유예기간'을 기존 3년에서 5년으로 늘려주기로 했지만, 이보다는 기존 혜택 중 중견기업에 필수적인 것들을 남겨놓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전문연구요원(병역특례) 배정도 중소기업보다 중견기업 쪽이 훨씬 적다. 전문연구요원들은 석사급 이상의 고급 연구인력들로, R&D 인력을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인 중견기업들에게는 가뭄의 단비같은 존재다. 하지만 정부가 중소기업을 우대한다며 중소기업 배정 비중을 크게 늘려 중견기업은 혜택을 제대로 못 보고 있는 것이다. 병무청에 따르면 2013년 전문연구요원 배정 인원은 중소기업이 1007명, 중견기업은 171명이다. 이 위원장은 "중견기업들이 R&D를 맡을 고급 엔지니어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데 정부는 중소기업을 우대한다며 그쪽에만 전문연구요원을 몰아준다"며 "중견기업에 배정되는 인력 비율을 더 늘려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중소기업은행의 역할도 좀 더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중견기업의 경우 시중은행은 신용등급이 낮다며 꺼리고,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대출 의무비율(70%)을 맞추느라 중견기업 대출을 크게 늘리지 못한다는 것. 이 위원장은 "기업은행에서 중소기업 때부터 오랫동안 거래해 왔는데, 중견기업이 되어 찾아갔더니 대출 기준이 더욱 까다로워지고 의무비율 때문에 대출도 원활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기업은행이 중소ㆍ중견기업에 고루 대출해줄 수 있도록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혜택은 줄어드는 반면 시장 규제는 중견기업에 지나치게 엄격하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선정해 대기업 뿐 아니라 중견기업까지 시장에서 몰아내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 경우 중견기업들은 국내 시장에서 생존을 위협받을 뿐만 아니라 해외 진출에도 악영향을 받는다. 현지 기업들이 국내 납품실적을 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위원장은 "아무리 중견기업이라도 국내 매출 비중이 30~50%에 달하는데 갑자기 하지 말라고 하면 살아남기 힘들다"며 "중견기업을 국내 시장에서 완전히 배제할 것이 아니라, 10~20% 정도의 기반은 국내에 남겨둘 수 있게 배려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지은 기자 leez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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