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空務원'의 비명

소속 부처 기능 빠진 직원들 패닉 상태방통위는 절반 대이동해양공무원도 선택 기로에통상업무 맡던 외교관도 당황[아시아경제 진희정 기자, 김효진 기자, 심나영 기자] 제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정부조직 개편안이 발표된 뒤 관가는 술렁이고 있다. 특히 소속 조직이 기능을 잃은 공무원들은 말그대로 기로에 섰다. 방송통신 진흥 업무와 규제 업무를 모두 관장하다가 진흥 기능은 빼앗기고 규제 기능만을 갖게 된 방송통신위원회가 대표적이다. 소속 공무원 절반 가량이 짐을 싸서 옮겨가야 할 가능성이 높아 어수선한 분위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진흥 업무 기능만 떨어져나간다고 하지만 가져가는 곳이 새 정부 핵심 중의 핵심인 미래창조과학부라서 실질적인 업무 분장의 범위가 어디까지일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진흥과 규제 업무를 딱 잘라 나누기가 어렵다는 점도 방통위 입장에서는 골치가 아프다. 지금까지 진흥 업무만을 떼어서 담당해온 곳은 전체 조직의 약 4분의1에 불과하다. 조직 내 상당수 부서가 분해 내지는 해체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방통위의 한 과장급 공무원은 조직개편안 발표 하루 뒤인 16일 "우리 과의 업무는 진흥이 30%, 규제가 70%인데 과가 통째로 미래창조과학부로 가는 것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며 "실ㆍ국 단위로 들어낼 것인지 개별 과만 옮겨갈 것인지 등이 정확히 드러나기 전까지 조직은 계속 술렁일 것"이라고 토로했다. 국토해양부로 편입됐던 해양부문 공무원들의 고민도 본격화됐다. 박근혜 당선인의 공약대로 해수부 분리독립이 기정사실화된 이후 인수위의 확정발표에 따라 이제는 가야할 곳을 정해야 하는 입장이어서다. 특히 국토해양부는 최장수 기록을 세운 전 정종환 장관 시절부터 최근까지 해양부문과 건설ㆍ교통분야 출신간 교차 인사를 폭넓게 단행, 상당수의 공무원들이 갈등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수부 출신이면서 주택과 교통분야 업무를 담당해온 한 사무관은 "해양쪽에 그대로 남아있는 이들은 해수부로 이동하는 것을 환영하고 있으나 개인적으로는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역시 과거 해수부에서 근무했던 또다른 사무관은 "과장급 이하 직원들 중 세종시에 집을 마련한 경우가 적잖다"면서 "해수부가 어디에서 업무공간을 마련할지를 놓고도 논란이 많아 갈피를 잡기가 힘들다"고 했다. 국토해양부 시절 새롭게 배치된 신참 공무원들도 비슷한 고민에 휩싸였다. 교통분야 업무를 하는 한 사무관은 "과거 건설교통분야와 해양분야 업무를 구분하지 않고 선배들과도 거리낌없이 소통을 해왔다"면서 "어느쪽이든 선택을 하거나 선택당해야 하는 입장이어서 괴롭다"고 토로했다. 국토해양부 정원 5952명 중 해양담당 관련부서 인은 30%인 1800여명이다. 외교통상부도 술렁이긴 마찬가지다. 외교부는 핵심 업무였던 통상업무 권한을 산업통상자원부(현 지식경제부)로 넘겨주게 됐다. 1998년 김대중 정부가 '경제외교'를 내세워 정무외교와 대외통상업무를 외교부로 일원화한 뒤 15년 만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외교에서 경제분야의 중요성이 커지는 추세이고 15년 동안 노하우가 쌓이면서 충분히 시너지 효과를 낸다고 봤는데 이런 결과가 나와 허탈하다"며 "분위기가 매우 안좋다"고 전했다. 특히 15년 전 경제부처에서 외교부로, 이제는 다시 경제부처로 옮겨가는 통상교섭본부 소속 공무원들의 심정은 복잡하기만 하다. 경제부처로 옮길 경우 세종시로 내려갈 가능성이 높은 만큼 고민도 깊을 수밖에 없다. 한 공무원은 "전 세계적으로 외교에서 경제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다시 옛날로 돌아가겠다는 게 잘 이해되지 않는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재외공관에서 통상업무를 맡던 외교관들도 갑작스러운 조직개편에 당황스러워하는 모습이다. 한편 농림수산식품부의 수산 부문, 교육과학기술부의 과학기술 부문 조직과 인력은 별다른 변동 없이 각각 해양수산부와 미래창조과학부로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 두 부서에서는 해당 조직의 인력이 다른 부문과 인사교류가 별로 이뤄지지 않았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진희정 기자 hj_jin@김효진 기자 hjn2529@심나영 기자 sny@<ⓒ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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