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재계 '지나치게 급속한 엔약세 경제도움 안된다'한목소리

연료비 가격 폭등우려...소비세인상 연기시 일본 국채 매도

[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아베 신조 총리 정부가 무제한 양적완화를 통해 엔화 약세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 기업인들은 지나치게 급속한 엔화 약세는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속도조절을 촉구하고 나섰다.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몇 달간 일본 정부에 엔화 약세를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해온 일본 기업인들이 엔화 평가절하가 지나치게 빠르고,일본을 연료비 상승에 노출시키게 된다면 도를 넘을 것으로 경고하고 있다고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일본의 3대 기업단체들이 주최한 신년 하례회에 참석한 이들 기업인들은 아베 신조 정부의 경기부양 조치와 엔화 강세 억제 정책을 높이평가하면서도 이같이 경고했다고 WSJ는 전했다.이들은 경제가 계속 취약하거나 비대한 금융부문을 통제하는 조치를 단행하지 못한다면 투자자들은 일본에 대한 신뢰를 잃고 이탈해 엔화를 급락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엔화 강세는 그동안 수출의존도가 높은 일본 전자 업체들과 자동차 업체들의 수출 가격경쟁력을 떨으뜨려 많은 기업들이 엔고 대책 수립을 촉구해왔다. 그러나 일본 기업들은 지금은 지나치게 빠른 엔화 평가절하 속도에 놀라움을 금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 건설장비업체 코마츠의 사카네 마사히로 회장은 “셀 저팬 추세와 엔화 약세가 갑자기 올지가 염려된다”고 털어놨다. 그는 “일본 정부가 경기부진을 이유로 재정안정을 위한 핵심조치로 간주되는 판매세 인상을 연기할 지가 특히 걱정된다”고 말했다.일본은 1990년대 이후 디플레이션 탈출을 위해 재정정책을 쓰느라 국가부채가 9월 말 현재 983조2590억 엔으로 불어나 국내총생산(GDP)의 230%에 이르러 디플레이션 탈출과 재정안정 등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게 급선무로 떠올랐다.니산자동차의 시가 도시유키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좀 다른 견해를 보였다.그는 “닛산은 엔화의 추가 평가절하를 바란다”면서 “투자자들이 일본에 대한 신뢰를 잃는다면 나쁜 엔화약세가 일어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전자업체 도시바의 사사키 노리오 대표이사는 “엔화 약세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태이후 일본이 대량으로 수입하고 있는 연료비 가격을 높일 것”이라고 지적했다.그는 “엔화 약세는 일본 경제 전체로는 좋을 지몰라도 에너지 가격을 가장 걱정한다”면서“에너지와 엔화 평가절하간의 적절한 균형점을 찾은 이후 엔화 약세를 달성하느냐가 열쇠”라고 강조했다.아베 총리는 총선에서 승리한 이후 경기부양과 디플레이션 극복,엔화 약세를 위한 강력한 조치를 약속하고 있고 이 덕분에 달러화가치는 지난해 11월 중순 이후 약 11%나 올랐다.바꿔말하면 그만큼 엔화 가치가 하락한 것이다.엔달러 환율은 지난 4일 달러당 88.48엔까지 올라갔다가 7일에는 87.80엔을 기록했다.WSJ에 따르면, 니산과 도요타와 같은 다수의 일본 제조업체들은 달러당 100엔이나 그 이상을 희망하고 있다.도요타는 달러당 1엔이 변동하면 영업이익이 350억엔(미화 3억9700만달러) 영향을 받고 니산은 200억엔,혼다는 160억엔 오르내린다. 그러나 경제전문가들은 일본의 과다한 국가채무가 그리스식의 재정위기를 초래하지 않을 것이라고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고 싶다면 금융부문을 통제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일부 시장 감시자들과 기업들은 엔화 약세가 수입가격을 염려스런 수준까지 밀러붙인다면 경제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일본 편의점 업체 로손의 니나미 타케시 최고경영자(CEO)는 신년 하례회에서 “엔화 약세는 수출업체들이 고용을 유지하고 소비를 진작시키는 만큼 우리와 같은 수입업체도 혜택을 입는다”고 전제하고 “경기부양을 위한 조치가 소비세 인상을 연기해서는 안된다.그럴 경우 일본 정부의 부채관리 능력에 대한 신뢰를 잃고 국채매각에 나설 것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박희준 기자 jacklondo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박희준 기자 jacklondon@<ⓒ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newsva.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국제부 박희준 기자 jacklondon@ⓒ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