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일본의 급증하는 국가부채는 일본을 제2의 그리스로 만들 시한폭탄이라는 분석이 나왔다.특히 일본이 국제 자본시장에 손을 벌릴 경우 국채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3일(현지시간) 세계의 이목이 그리스와 남유럽의 다른 과다채무국에 가 있지만 일본의 사정은 더 안좋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일본의 국가부채는 지난 해 말 현재 11조유로(미화 14조6000억 달러)로 국내총생산(GDP)의 230%에 이르렀다고 슈피겔은 지적했다. 일본 재무성은 9월 말 현재 국가부채 규모를 983조2950억 엔(미화 약 12조 달러)라고 발표했다.부채비율은 구제금융을 받은 그리스(174.7%)보다 월등히 높다. 부채규모도 경제규모가 두 배나 큰 미국(16조42376억 달러)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문제는 국가예산의 25%가 이자지급에 쓰이고 있는 데도 일본 정부는 별다른 손을 쓰지않았고, 아베 신조 총리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해 다시 국채를 발행하려고 해 부채가 더 늘어나게 돼 있다는 점이다.일본 정부는 지난해 12월20일 채권매입 프로그램을 기존 66조엔에서 76조엔으로 10조엔 증액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일본이 태산같은 빚을 지고 있지만 이자율이 0.75%에 그쳐 고금리를 문 그리스 등 남유럽국가와는 대조를 이루고 있다.이는 일본 국채의 95%를 일본의 은행과 보험회사들이 일본 국민들의 저축액으로 사들인 결과였다. 슈피겔은 일본 국민들은 정부가 이자지급을 계속할 수 있는 만큼 무한정 돈을 계속 빌려주겠다는 확신을 갖고 있지만 이런 체제는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이토 다카토시 도쿄대 교수는 “정부가 방향을 틀지 않으면 일본은 제2의 그리스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이토 교수와 동료들은 일본 국민이 보유자산 전부를 국채에 투자한다고 하더라도 기껏해야 12년간 정부 지출을 감당할 수 있다고 계산해놓았다. 독일 코메르츠방크의 외르크 크래머 수석 이코이노미스트는 “일본이 해외투자자를 찾을 수밖에 없게된다면 부채위기는 피하지 못할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슈피겔은 이같은 재난을 막을 막중한 임무를 띤 일본 중앙은행의 시라가와 마사아키 총재는 불행하게도 서방 중앙은행장들이 설파하는 ‘규율잡힌 통화정책’을 더 이상 고수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시라카와 총재는 경기부양을 위해 2011년 이후 무려 9000억 유로 규모의 비상계획을 단행해 유로존(유로 사용 17개국)의 구제기금 규모 7000억 유로를 빛바래게 했다고 슈피겔은 덧붙였다.그렇지만 돈은 은행에서만 맴돌아 이자율은 낮은데도 실물로 가지못해 경기부양 효과는 제한적이었다.그런데도 시라카와총재는 아베 총리로부터 돈을 더 찍어내라는 강한 압박을 받고 있다. 시라가와는 “돈은 통증을 완화시키며 시간을 벌어주는 수단일 뿐”이라며 개혁조치를 촉구하고 이지만 아베는 중앙은행이 경기부양과 무제한 양적완화 조치를 따르지 않는다면 중앙은행법을 뜯어고치겠다고 윽박지르고 있다. 크래머는 이를 운전자가 차를 돌진시켜면서 충돌직전에 가속페달을 한번 더 밟는 것에 비유했다.도쿄 후지츠연구소의 마틴 슐츠는 “규제완화는 부진했고 소매부문은 낙후돼 있으며 많은 기업들이 일자릴 보전을 위해 IT혁명기에 잠잤다”고 비판했다.슈피겔은 일본의 재정개혁을 하지 않으면 일본의 국채 수익률이 오를 것이라는 시라가와의 경고를 전하면서 이자지급을 더 많이 하면 산더미 같은 빚이 급속도로 불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슈피겔은 여기에 일본 은행들이 대규모 국채를 ‘잠재 리스크’로 규정하고 장기 이자율이 급등하면 일본 금융시스템을 뒤흔들고 나아가 일본 국경을 넘어 주변국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박희준 기자 jacklondo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국제부 박희준 기자 jacklondon@ⓒ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