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식 훔쳐먹는 집쥐·병 옮기는 등줄쥐 포식자70년대 보신문화로 개체수 급감하며 멸종위기구렁이처럼 천천히, 여유롭게 사는 지혜 필요[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뱀 가운데 사람과 가장 친숙한 종이 바로 구렁이다. 어른 키를 훌쩍 넘는 길이, 커다란 덩치와 달리 성격이 비교적 온순하고 우리 생활에도 퍽 유익한 동물이기 때문이다.60~70년대까지만 해도 구렁이가 농가 근처 야트막한 바위 위에, 혹은 초가집 돌담에 널브러져 햇볕을 쬐고 있는 모습은 그리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고 한다. 2013년 계사년을 맞아 국내 최고의 뱀 전문가 심재한 한국양서·파충류 생태복원연구소장으로부터 구렁이의 생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황구렁이(사진 제공: 심재한 소장)
구렁이는 보통 몸길이가 1.1~2m로 국내에 서식하는 뱀 중에 가장 크다. 보통 황갈색, 또는 검은색을 띠며 몸 전체에 걸쳐 비스듬한 밝은 색의 띠무늬를 지니고 있다.우리나라에서 구렁이는 재물이나 집을 지킨다는 '지킴이', 또는 '텃구렁이'와 같은 긍정적인 존재로 여겨져 왔다.심 소장은 "곡식을 축내는 집쥐나 병균을 옮기는 등줄쥐 등을 대단히 많이 잡아먹는 동물이다 보니 사람들은 구렁이가 집안에 들어오면 해치거나 괴롭히지 않고 재산을 지켜주는 재신(財神)으로 여겼다"고 설명한다.몸 길이 1m가 넘는 구렁이는 해마다 4~11월 활동 기간에만 무려 100마리가 넘는 쥐를 잡아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구렁이는 쥐를 잡을 때 서서히 뒤따라가다 먹이가 코 끝에 닿을 정도까지 접근하게 되면 목을 S자형으로 굽혀 눈깜짝할 새에 입으로 물고 몸통으로 말아 버린다. 빠져나가려 발버둥치던 쥐가 질식해 죽고 난 뒤에야 칭칭 말고 있던 몸을 풀고 통째로 삼켜 서서히 소화시킨다. 구렁이는 자기 머리보다 4배 가량 큰 먹이도 삼킬 수 있다. 구렁이는 제주도를 제외한 한반도 전역에서 발견됐지만 70년대 이후 시골 초가집과 같은 주요 서식처가 하나둘 사라지고 그릇된 보신문화로 인해 마구잡이식 포획이 이뤄지면서 그 수가 급감했다. 최근엔 사람의 출입이 거의 없는 비무장지대와 섬 지역 일부에 남아 있는 정도다. 이 때문에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돼 있어 불법 포획할 경우 최대 5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구렁이의 종 보존을 위해 전문 연구소나 유전자은행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심 소장은 "뱀이 사라지면 쥐가 마구 늘어나 농작물을 뿌리째 먹어버리거나 병원성 세균인 유행성 출혈열을 옮기게 된다"며 "인위적으로 자연생태계의 평형이 깨지면 그 대가를 인간이 받아야 하는 만큼 구렁이와 공존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이어 "'구렁이 담 넘어가듯'이라는 속담도 있지만 구렁이는 느리더라도 꾸준히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며 "2013년에는 모두가 천천히 여유롭게 세상을 바라보고 주변을 돌아보면서 살아가는 한해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조인경 기자 ikjo@<ⓒ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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