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치'를 상징하던 문재인, '친노'와 '민주당'이라는 굴레에 갇혀'문안드림'으로 막판 역전 드라마 노렸지만 끝내 실패[아시아경제 김종일 기자] "민주당 쪽에서 혁신의 의지가 없는 것으로 최종 확인된다면 통합을 포기하겠다."안철수 전 무소속 후보의 말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아직 민주당원이 아니던 문재인 후보가 '혁신과 통합' 상임대표 시절에 한 말이다. 당시 문 후보는 범야권에서 '새 정치'를 상징하는 인물이었다. 아이러니다. 지난 몇 개월 '새 정치'라는 깃발은 오로지 '안철수'의 것으로 문 후보는 민주당이라는 틀 속에서 개혁의 주체가 아닌 대상이 돼 왔다. 이렇듯 '새 정치'를 실현하라는 요구 아래 정치인의 길을 '강요'당한 문 후보는 민주통합당 창당 이후 4ㆍ11 총선부터 대선까지 본인이 치켜들었던 '새 정치'라는 깃발로부터 끊임없이 흔들리고 공격당했다. 문 후보를 계속해서 괴롭힌 아킬레스건은 '친노(親盧)'와 '민주당'이라는 꼬리표였다. 자초한 면도 적지 않다. 문 후보의 참모들이 두고두고 '악수(惡手)'로 꼽는 순간이 있다. 총선 이후 '이해찬 당 대표 박지원 원내대표 구상'이 외부로 알려져 담합이라는 공격을 받을 때, 문 후보가 "담합이 아니라 단합이다"라고 거들고 나선 장면이다. 대선주자가 '정파의 대변인'을 자처한 꼴로, '친노'라는 굴레에 갇혀지는 순간이었다. 이 프레임은 좀처럼 극복되지 못했다. '낙동강벨트'의 선봉장으로서 4ㆍ11 총선 패배를 책임지라는 요구는 이에 비하면 '새발의 피'였다.문 후보의 위기의 대부분이 여기서부터 발생됐다. 대선후보 경선 당시 민주당은 사분오열됐다. 손학규, 김두관, 정세균 후보와의 갈등은 일촉즉발 상황으로 치닫았다. '문재인 대 反문재인'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수없이 쏟아졌다. 친노 패권주의가 문제였다. 폭발적인 '안철수 현상'도 문 후보의 발목을 한동안 잡고 괴롭혔다. 안 전 후보의 대선 출마 이후 문 후보는 줄곧 3위 주자에 머물렀다. 민주당의 쇄신과 개혁도 그의 몫이었다. 민주당은 그에게 날개가 아니라 족쇄 같았다. "문재인은 좋은데 민주당은 싫다"라는 말이 문 후보의 지지율을 계속 주저앉혔다. 그는 '친노'와 '민주당'이라는 꼬리표를 '읍참마속'과 '새 정치'라는 칼로 결국 쳐냈다. 참여정부 때부터 손발을 맞춰 가족과도 같던 친노 9인의 백의종군 선언이 신호탄이었다. 이해찬 대표가 당 대표직을 내려놓았고, 최고위원 전원의 사퇴가 뒤따랐다. 캠프 선대위원장단 사퇴도 이어졌다. 한편에서는 '당의 쇄신과 단결'을 내걸고 당심(黨心)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용광로 선대위'를 구성했다. 선대위도 수평적으로 운영했다. '안철수 현상'이 상징하던 개혁에 대한 열망은 '새 정치 공동선언'과 '문안(文安)드림(dream)'이라는 단일화 완성화로 담아냈다. 안 전 후보와의 '아름답지 못한 단일화' 과정은 문 후보가 '국회의원 정수 축소' 등 안 전 후보가 바라던 정치개혁 안을 받아들이고 공동의 '새정치 공동선언문'을 발표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단일화 이후에도 지지부진한 안 전 후보의 움직임에 일각에서는 '지지 사퇴설'까지 흘러나왔지만 대선을 불과 4일 앞두고 '아름다운 단일화'는 '문안드림'으로 완성됐다. 안 전 후보는 3차 광화문 유세에 노란 목도리를 매고 나타나 마이크를 잡고 문 후보의 지지의사를 확실히 피력했다. 10만여명이 모인 '광화문대첩'의 결정판이었다. 문 후보는 고비 때마다 승부사적인 기질을 보이며 위기를 극복하는 모습도 보였다. 특히 총선과 대선 경선을 거치며 정치인으로 '압축 성장'했다. 투표시간 연장에 합의하는 조건으로 중도 포기 후보 국고보조금 환수법(일명 '먹튀방지법')을 전격 수용한 것이나, 이에 당황한 새누리당의 말바꾸기를 "정치가 장난인가"라고 짧고 굵게 일축한 것은 대선후보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낸 장면이었다. 안 전 후보와의 단일화 조건에도 연연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던져, 지루한 샅바싸움을 예상하던 여론에 청량감을 주기도 했다. 본격 선거전 이후 '의료비 100원 상한제' 등 정책선거를 고집하며 사실상 처음으로 '문재인 이슈'에 박근혜 후보가 끌려 들어오는 구도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김종일 기자 livewi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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