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종일 기자]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는 끝내 막판 역전 드라마를 완성하지 못했다. 문 후보는 지난 달 27일부터 시작된 22일간의 공식선거운동 기간 동안 내내 밀렸다. 숨 가쁘게 달려온 대선 정국을 되짚어보면 결국 문 후보와 민주당은 막판 선거의 3요소라는 구도ㆍ인물ㆍ이슈를 장악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는 결국 패배라는 결과로 귀결됐다. ◆ '왜 문재인인가'를 답하지 못하다 = 민주당은 선거운동 기간 내내 프레임(구도) 싸움에서 밀렸다. 그간 민주당이 펼쳐온 프레임 전쟁, 즉 '박정희'와의 대결에서 '이명박'과의 싸움으로 변경한 프레임 전쟁은 계속해서 실패했다. 유권자들에게는 선거 구도가 '과거(박정희 유신 독재)'에서 '현재(이명박 정권 심판론)'로 이동한 것뿐이었기 때문이다. 문 후보 측은 선거 막판까지 '왜 문재인인가, 왜 문재인이 대통령이 돼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내놓기 보다는 '박근혜 가 당선되면 안 되는 이유'라는 프레임을 고집했다. 박 후보를 끊임없이 '유신의 딸'이자 '이명박근혜'라는 프레임으로 공격했다. 하지만 '이명박근혜 공동책임론'은 이미 4ㆍ11 총선에서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한 '재탕 전략'이었다. '기울어진 축구장'으로 표현되는 한국의 정치지형 속에서 정권심판론은 정치적 파급력을 강하게 갖지 못했다. 문 후보가 유리한 고지에 올라서 박 후보를 불리한 계곡에 가둔 것은 '디데이' 일주일 전부터였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는 매력적인 구호가 '마침내' 등장하고, 윤여준 국민통합추진위원장은 찬조연설을 통해 대중들에게 어째서 박 후보가 아닌 문 후보를 지지해야 하는지를 국민의 눈높이에서 설명해냈다. 하지만 '골든 크로스(지지율 역전지점)'는 오지 않았다. '왜 문재인인가, 왜 문재인이 대통령이 돼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하고 갈팡질팡 헤매던 중도층과 무당파들은 끝내 문 후보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 문재인 캠프의 고질병, 컨트롤타워 부재 = 문재인 캠프의 고질병은 컨트롤타워의 부재였다. 대선처럼 큰 선거판에서 큰 방향을 잡은 후, 일정ㆍ메시지ㆍ공보 전략을 그 방향에 맞게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건 기본이다. 이른바 '톱다운 방식'이다. 상대편인 박 후보 캠프에는 '야전사령관' 김무성이 있었다. 문재인 캠프는 마치 '봉숭아 학당' 같았다. 선대본부장단과 캠프 핵심 4장(비서실장ㆍ상황실장ㆍ전략본부장ㆍ공보단장)은 문 당선인과 손발을 맞춰본 경험이 없는 인사들이 대부분이었다. 여기에 이른바 캠프 내 '친노 9인방'도 사퇴했다. 컨트롤타워에 이어, 실무 책임자 급에서도 힘의 공백이 발생했다. 그러다보니 '애매한 균형'이 발생했다. 애매한 균형은 묘한 타협으로 이어졌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지루하고 결론은 나지 않는 회의만 많은 선대위가 돼 버린 것이다. 대선을 불과 보름 앞두고 문재인 캠프는 안 전 후보 측 인사들의 결합에 대비해 전원 사퇴했던 공동선대위원장단 체제를 '정세균 원톱 체제'로 전환했다. 캠프 내에서도 '안철수만 바라보다 컨트롤 타워 없이 선거운동 10여 일을 허비했다'는 반성이 나왔기 때문이다. '톱다운'이 제대로 작동하자 전략 기조는 캠프 속속 공유되기 시작했다. 후보의 메시지도 유권자에게 효과적으로 전달됐다. 역량 있던 캠프가 시너지 효과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문재인 캠프는 '광화문 대첩'과 같은 유권자가 공감하고 감정이입할 수 있는 히트작을 마구 쏟아냈다. 하지만 문 후보 측에게는 시간이 부족했다. 보름이라는 시간은 막판 역전 드라마를 쓰기에는 너무나 부족한 시간이었다. ◆ 지지부진 '문안드림' 부동층을 놓치다 = '문안드림.' 문재인-안철수의 화학적 결합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 이 조어는 결과적으로 '드림(dream)'을 만들어 내지 못했다. 사실 대선 막판 남은 변수는 안철수, 투표율, 세대투표 정도였는데 이는 안철수라는 한 가지 변수의 세 가지 모습에 지나지 않았다. 문 후보는 '안철수 효과'를 충분히 가져오지 못했고 안 전 후보는 문 후보를 적극적으로 돕지 않았다. 이는 큰 패착이었다. '안철수 효과'는 마법이 아니었다. 안 전 후보는 선거 막판 유권자 절반이 몰려 있는 수도권과 지방 대도시의 대학가와 번화가를 누볐다. 젊은 층의 거점을 공략한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안 전 후보는 젊은 층들과 부동층의 마음을 끄는데 실패했다. '아름다운 단일화'에 실패한 안철수는 이미 예전의 안철수가 아니었다. 문 후보로서는 안 전 후보의 적극적이지 않은 유세가 아쉬웠다. 안 전 후보의 유세는 자신의 미래를 위해 돌아다니는 것 같다는 평가를 받았다. 안 전 후보는 문 후보 지지가 아니라 선거 독려 캠페인만 펼쳤다. 안철수 지지자들은 그런 안 전 후보의 지시를 충실히 따르지 않았다. 김종일 기자 livewi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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