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불황의 터널에 서다](중)라면도 두부도, 뛰는 장바구니 물가…밥상엔 한숨이 먼저 오른다

서민경제 직결되는 식음료값 봇물터지듯 올라밀가루·소주 줄줄이 대기..정부, 눈치보며 압박"원자재 폭등에 가격 인상 불가피" 업체도 비명
[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2012년은 유독 가격 인상이 많은 한 해였다. 정권 말을 맞아 정부의 가격 통제가 힘을 잃으면서 이쪽저쪽 눈치만 살피던 식음료업체들이 담합이라도 한 듯 일제히 가격을 인상 하고 나섰다. 서민들의 바로미터라 할 수 있는 라면에서부터 두부, 콩나물, 햇반, 조미료 등 가공식품과 맥주까지 안 오른 것이 없을 정도다. 식음료업체들은 지난해부터 애그플레이션으로 정부에 수차례 가격 인상을 요구했지만 번번히 거절당해 영업이익률은 나빠지고 적자요인이 누적되면서 수익구조가 악화돼 가격 인상 이 불가피했다고 항변한다. 실제로 하이트진로는 지난 해 높은 수익을 올렸지만 올해는 수익성이 줄어들고 있다. 국제 맥아가격과 보리, 캔재료인 알루미늄 등 원재료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했기 때문이다. 또한 참치캔 시장점유율 1위인 동원 F&B도 가다랑어의 국제가격이 급등하면서 참치 부분이 적자로 돌아서는 등 이에 따라 영업이익률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올해 3분기까지 영업이익은 401억원으로 전년 동기(573억원) 대비 20% 이상 감소했다. 이 외에도 가격을 인상하지 못해 수익성이 악화된 식음료업체들은 한두 군데가 아니다. 그러나 식음료업체들의 가격 인상으로 소비자들의 장바구니 물가에 비상이 걸리는 등 곳곳에서 비명소리가 쏟아졌다. 저녁 식탁에 올릴 반찬거리나 아이들의 주전부리 과자 한 봉지를 사면서도 불과 몇 십원에 살까 말까 망설이는 주부들이 늘어났고, 지금도 물가는 하루가 다르게 올라 민생고에 시달리는 서민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서민의 술인 소주 가격이 인상전이고 국제 곡물가격 급등에 따라 밀가루에 대한 가격 인상도 꿈틀거리고 있어, 소주와 밀가루에 대한 가격 인상이 이뤄질 경우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현재 매출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방 소주업체를 중심으로 가격 인상설이 일파만파로 퍼지면서 곳곳에서 '인상 시기가 언제냐'라는 말들이 돌고 있다. 일반 소매점에 물품을 납품하는 도매상의 물품인수증에는 '소주가격이 언제 인상된다'는 말이 적혀 있을 정도다. 또한 국제 곡물가격이 오르면 6개월에서 1년새 국내 식료품 가격과 사료 가격 등에 반영되기 때문에 조만간 밀가루에 대한 가격도 인상될 조짐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부도 고민이 깊다. 어려워진 경제 여건에서 물가마저 오르면 정책의 폭은 더욱 좁아지고, 그렇다고 계속해 가격을 누르면 '시장을 통제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어서다. 이번 제18대 대선 후보들도 이러한 상황을 인지하고, 물가안정을 공약으로 내세우는 등 민생고를 해결 시급과제로 꼽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올겨울 식탁물가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다"며 "일부 제과업체는 밀가루 가격 인상에 대비해 국내산 밀로 만드는 제품을 확대하는 등 대응책을 찾고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한편 올해는 삼양라면이 라면의 원료인 밀가루와 팜유, 스프의 원료인 농산ㆍ해산물 가격 폭등으로 수타면, 대관령 김치라면, 삼양라면 클래식 등 총 6종 제품에 대해 최대 10% 인상했다. 또 농심이 새우깡의 가격을 11.1%, CJ제일제당이 햇반과 다시다의 가격을 각각 9.4%, 8%, 해태제과는 맛동산ㆍ구운양파ㆍ구운감자 등 3개 제품의 가격을 7.1%, 오리온이 초코파이의 가격을 25%, 롯데제과가 찰떡파이와 가나 초콜릿의 가격을 각각 20%, 14.3%, 대상이 홍초(500㎖)의 가격을 5.4%, 롯데칠성음료가 사이다, 콜라, 커피, 주스 등 10개 제품의 가격을, 풀무원이 두부와 콩나물 제품을 평균 8.5%, 13% 인상했다. 풀무원이 인상한 제품은 총 49개에 달한다.아울러 하이트진로가 병맥주, 캔맥주, 페트맥주 등 맥주 전제품에 대한 공장출고가격을 5.93% 인상한데 이어 오비맥주도 제품 가격 인상을 발표했다. 오비맥주는 카스, OB골든라거, 카프리 등 맥주 제품의 출고가를 5.89% 올렸다.이광호 기자 kwang@<ⓒ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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