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 업체 54% '짝퉁의 습격'에 노출

'앱 르네상스' 체질 강화가 우선이다

[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해외에서 인기를 얻은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이 나오면 얼마 지나지 않아 국내에서도 유사한 앱이 출시됩니다." 올 들어 앱 부문에 중점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임지훈 케이큐브벤처스 대표의 지적은 현재 국내 앱 산업의 실태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앱으로 만들기 보다는 인기를 얻는 앱을 복제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아직은 저작권 분쟁이 많지 않지만 시장이 커지면서 자연스레 저작권 소송도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29일 업계에 따르면 앱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저작권과 관련된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인기 앱을 조금만 바꿔 내놓는 표절 앱들이 판을 치고 있어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경쟁력인 앱 산업 전체를 갉아먹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저작권위원회가 최근 앱 개발사 100곳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16곳이 저작권 침해를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고 54곳은 저작권을 침해당할 위험이 있는 것으로 인식했다.국민 게임으로 통하는 애니팡도 기존에 있는 게임 방식 등을 표절했다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비쥬얼드, 다이아몬드 대쉬 등 해외 개발사들의 기존 게임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애니팡 개발사인 선데이토즈측은 "애니팡은 무수히 많은 게임을 통해 저작권 이슈 없이 서비스되고 있는 퍼즐 게임의 한 형태"라고 반박했다. 애니팡을 표절했다는 지적을 받는 게임도 속출하고 있다. NHN의 모바일 메신저 라인을 통해 서비스되는 '라인팝'은 애니팡과 게임 규칙이 닮아 뒷말을 낳았다. 업계 관계자는 "애니팡도 기존 게임의 아이디어를 가져와 만들었지만 라인팝은 애니팡의 인기 요소를 그대로 가져와 디자인만 바꾼 것 같다"며 "애니팡이 서비스되고 있는 카카오톡과 라인은 경쟁 관계인만큼 표절 시비로 불거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모바일 게임 업계에서는 아이디어 베끼기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야구게임이 한 번 인기를 얻으면 경쟁사에서도 일제히 비슷한 게임을 쏟아내고 징가의 팜빌 등 농장을 만드는 소셜네트워크게임이 인기를 얻자 '팜'이 붙은 유사 게임이 홍수를 이루는 식이다. 뿐만 아니라 닌텐도의 '슈퍼마리오'를 사칭한 앱이 애플 앱스토어에 올라오기도 했고 넥슨의 '메이플스토리'를 표절한 앱이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 유통되기도 했다. 창의적인 게임 개발을 통해 해외에 진출하기 보다는 잘 되는 게임을 우선 베껴 내놓는 사례가 많은 것이다. 모바일 앱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카카오톡이 인기를 얻자 다음 마이피플, NHN 라인 등 유사한 서비스들이 쏟아진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 앱들은 친구와 메시지를 교환하는 대화창부터 친구를 초대하는 방식까지 형제처럼 유사하다. 라인은 이모티콘, 플러스친구, 게임 등 카카오톡과 전략 측면에서도 같은 길을 걷고 있다. 하지만 카카오톡 역시 '왓츠앱'이라는 메신저 앱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와 NHN의 라인과 대놓고 얼굴을 붉힐 수 없는 노릇이다.전문가들은 이 같은 베끼기가 창의성 퇴보로 이어지면서 모바일 앱 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국내 앱의 해외 진출과 맞물려 국제 소송에 휘말릴 것도 경계해야 한다. KT경영경제연구소 고윤전 박사는 "많은 앱들이 해외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오고 있어 해외 기업들이 비즈니스에 타격을 받는 상황이라고 판단하면 앱 분야도 국제 소송에 휩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김철현 기자 kch@<ⓒ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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