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어린이 박물관' 건설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어린이를 위해 박물관을 짓는다는데 박수를 보내고 싶지만, 의욕을 넘어 지나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경기도는 지난해 용인에 305억 원을 들여 어린이박물관을 지은 데 이어 이번에는 고양과 동두천에 230억 원과 200억 원을 들여 두 개의 어린이박물관을 짓는다고 한다. 낙후된 경기북부지역 지원이 명분이다. 그러나 그럴싸한 '명분'보다 '우려'의 목소리가 더 크다. 용인어린이박물관은 개관 초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개관효과'까지 맞물리면서 한 해 40만 명 이상이 박물관을 찾았다. 거둬들인 입장료 수입만 17억 원을 웃돈다. 하지만 이 박물관이 한 해 운영을 위해 필요한 경비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경기도는 올해 26억 원을 긴급 수혈했다. 이런 상황에서 용인보다 입지나 교통 등 모든 면에서 열악한 고양과 동두천에 짓는 어린이박물관에 대한 걱정이 앞서는 것은 당연하다. 어린이와 관련된 출산율, 어린이 숫자 등에서 용인과 고양, 동두천은 큰 차이를 보인다. 용인은 어린이집 400개, 유치원 150개가 있다. 반면 이들 두 지역은 다 합쳐도 용인의 절반이 안된다. 출산율도 용인을 쫓아오지 못한다. 용인은 또 서울에서 20분 거리에 자리하고 있다. 이에 반해 고양과 동두천은 30분 이상 걸린다. 인접 도시 규모도 확연히 다르다. 용인은 수원과 화성, 성남, 안양 등 공룡 도시들이 주변에 있다. 고양과 동두천은 인구 10만~30만 도시들이 고작이다. 당초 경기도가 어린이박물관을 직영으로 운영하려다 포기한 것도 이 때문이다. 경기도는 결국 어린이박물관 사업을 시군 매칭으로 전환했다. 이어 사업을 진행할 시군 모집에 들어갔다. 응모는 북부 전체 시군의 절반인 5개 시군이 나섰다. 경기도는 10회 이상 회의를 거쳐 재정상태가 양호한 고양시와 동두천시를 낙점했다. 경기도는 이 과정에서 향후 박물관 운영비 지원 등 '엉뚱한 소리'를 못하게 확약서까지 받았다. 그러나 경기도의 이 같은 처사는 형평성을 잃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용인어린이박물관은 100% 지원하면서 고양과 동두천은 50%만 지원한다는 게 이치에 맞지 않다는 얘기다. 경기도는 무리를 하더라도 두 개의 어린이박물관을 지을 요량이다. 해당 시장들도 '보여주기' 용으로 박물관만큼 안성맞춤인 게 별로 없으니, 향후 재정문제는 뒷전으로 밀어 넣고 일단 '질러보고' 있다. 그러나 잘못된 길은 애초부터 가지 말아야 한다. 그래도 가야 한다면 상대적으로 안전한 길을 찾아야 한다. 그것은 바로 철저한 사전준비다. 그나마 두 박물관의 컨셉트는 일단 합격점을 받았다. 고양은 방송영상체험 중심 박물관으로, 동두천은 자연생태 및 오감체험 박물관을 테마로 한다. 그러나 아이템이 좋아도 철저한 마케팅 분석이 수반되지 않으면 그 사업은 '사상누각'이다. 지역 내에서 얼마나 관람객이 올 지, 또 지역과 외부의 관람객 비율은 어떻게 될지 등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 이런 작업들을 생략한 채 밀어붙이면 '적자'로 허덕이는 경기영어마을의 재판이 될 수 있다. 이영규 기자 fortun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이영규 기자 fortune@<ⓒ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newsva.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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