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용산참사·제주 해군기지 관련 농성 중인 덕수궁 대한문 옆 농성장노동자들, “해결된 것 없이 이대론 떠날 수 없다”
▲ 17일 덕수궁 대한문 옆에 설치된 천막농성장의 모습. 현재 이곳에는 지난 4월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이 설치한 2동을 비롯해 총 3동의 천막이 설치돼 있다.
[아시아경제 나석윤 기자] 설치된 천막 주위로 쌍용차와 용산참사, 제주 해군기지 등의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플래카드가 나부꼈다. ‘쌍용차 해고자 전원복직, 국정조사 실시, 책임자 처벌’, ‘해고는 살인이다, 23번째 죽음 이제는 멈춰야 합니다’ 등의 문구가 바람에 흔들렸다. 농성장을 지키는 노동자들의 등엔 ‘공장으로 돌아가자’라고 쓰인 푯말이 내붙었다. ‘쌍용차 문제 해결을 위한 100만 서명운동’에는 지나가는 시민들의 서명행렬도 이어졌다. 서명대 옆으로는 ‘해고 노동자 복직 촉구 동조단식’을 약속한 조합원들의 이름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바로 위로 쌍용차 사태로 희생된 23명의 명복을 비는 플래카드도 보였다. 한 천막 안에선 용산참사 희생자 추모를 위해 절을 올리는 조합원 모습도 띄었다. 17일 오후 덕수궁 대한문 옆 천막농성장은 하루 전 일촉즉발의 상황과 달리 평온했다. 관할인 중구청에서 불법 천막 철거와 관련해 공문을 보낸 건 지난 14일, 이후 16일 직원들은 변상금 부과를 위한 농성장 면적 측정 차 현장을 찾았다. 하지만 노동자들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측정은 이뤄지지 못한 채 미뤄졌다. 3동의 농성장 천막에는 네댓 명 정도의 관계자들이 상주하고 있었다. 현대자동차 울산집회 참석을 위해 대다수의 조합원들은 울산으로 이동한 상태였다. 해고 노동자들은 농성장을 방문한 대학생들과 쌍용차 사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한편 서명운동을 위한 시민들의 참여를 독려하기도 했다. 노동자들은 서울시와 중구청, 경찰의 일방적 철거 논의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아울러 지난 13일 한 일간지가 보도한 농성촌 불법시비에 대해서도 격한 반응을 보였다. 쌍용차 한 노동자는 “지금의 언론이란 게 도대체 언론이 맞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그는 쌍용차 해고 노동자를 경찰이 무력으로 제압하는 사진이 담긴 한 장의 팜플릿을 건넸다.
▲ 17일 덕수궁 대한문 옆 천막농성장에서 만난 노동자가 건넨 팜플릿. 팜플릿 속 사진에는 경찰이 한 쌍용차 해고 노동자의 얼굴을 밀치는 모습이 담겨 있다.
팜플릿 속 사진에는 경찰이 한 노동자 얼굴을 손으로 밀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그는 “경찰은 이런 식으로 우리를 대하면서도 우리가 그들 옷깃만 잡아도 무력시위를 했다고 떠든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현재 이곳에는 지난 4월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이 설치한 2동의 천막과 12일 추가로 설치된 천막 1동 등 총 3동이 설치돼 있다. 모두는 관할구청의 허가를 받지 않은 도로법상 불법 설치물이다. 현행 도로법은 인도나 차도 등에 시설물을 설치하려면 관할구청의 허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중구청이 천막 철거의 근거로 내세우고 있는 법적조항도 바로 이 부분이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경찰에 집회시위를 위한 신고를 마친 상태고, 농성진행에 대해 법원이 법적 문제가 없다는 허락을 두 차례나 해줬다며 맞서고 있다. 농성장 한 관계자는 “문제가 원만히 해결되고 나면 우리가 자진해서 철수할 것”이라며 “아무런 해결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농성을 멈추고 이곳을 떠날 순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중구청 관계자는 “도로법상 (천막은) 명백한 불법 설치물이고, 이는 집회시위를 허가 받은 것과는 별개의 사안”이라며 “강제적인 철수를 진행하기 보다는 원만한 해결을 위해 서울시가 중재에 나서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법적으로 철거가 가능한 상황에서 집회시위를 위한 경찰 쪽 신고는 접수돼 있고, 서울시 역시 이래저래 주저하는 상황이라 원만한 업무조율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나석윤 기자 seokyun1986@<ⓒ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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