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부터 편의점 藥 판매…20년 걸린 독점권과의 싸움

[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내일(15일)부터 타이레놀ㆍ베아제 등 가정상비약의 편의점 판매가 시작된다. 간단한 의약품은 약국 밖에서도 팔게 해 국민 편의와 선택권을 높이자는 사회적 요구가 20년 만에 받아들여진 것이다. 예기치 못한 문제점이 있는지 관찰하고, 제품 가짓수를 늘일 필요성에 대한 고민은 향후 논의 과제다. ◆진통제ㆍ파스 등 13가지 편의점 판매 '첫발'김원종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14일 "안전상비의약품을 편의점 등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약사법 개정안 발효에 따라 15일부터 판매가 시작된다"고 밝혔다.해열진통제 5개 품목(타이레놀, 어린이타이레놀현탁액, 어린이부루펜시럽 등)과 감기약 2개 품목(판콜에이내복액, 판피린티), 소화제 4개 품목(베아제, 훼스탈 등), 파스 2개 품목(제일쿨파프, 신신파스에이) 등 13가지다. 안전상비의약품을 취급하는 편의점은 현재 전국 1만 1538개 곳이다(전체 편의점 중 66%). 나중에 판매를 신청하는 곳이 생기면 수치는 늘어날 수 있다. 1회 1일분만 판매하며 만 12세 미만 또는 초등학생은 구입할 수 없다.24시간 편의점이 없는 농어촌 지역에는 1907개의 보건진료소를 통해 약을 구입할 수 있다. 보건진료소마저 없는 읍면지역은 이장집 등 특수장소 144곳을 지정했다. ◆1993년 첫 논의..20년만에 법개정 소위 '감기약 슈퍼판매'라 불리던 이 논란은 1993년 슈퍼체인협회 등 유통업계가 보건당국에 제도개선을 건의하며 시작됐다. 하지만 "편리함보다는 안전"이라는 목소리가 우세해 힘을 얻지 못했다.이후에도 약국이 문을 닫는 시간에 약을 구입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는 계속됐지만 보건당국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 때마다 약사들이 정치권과 정부를 압박하기 때문이란 비난이 이어졌다.2010년 12월 22일 이명박 대통령의 한 마디가 해묵은 논쟁을 재촉발시켰다. 그는 복지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미국은 슈퍼마켓에서 감기약을 파는데 우리는 어떠냐"는 질문으로 제도개선을 지시했다. 그러나 진수희 당시 복지부 장관은 2011년 5월 31일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며 대통령의 지시를 사실상 거부했다. 그리고 4일 뒤인 6월 3일 "당번약국의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대한약사회의 대안을 수용한다고 발표했다."약사회 로비에 굴복했다"는 비난이 거세지자 진 장관은 입장을 바꿔 7월 5일 "약사법 개정안을 9월 국회에 제출하겠다"며 공을 국회로 넘겼다.

2011년 7월 5일 일반의약품 약국외 판매를 허용하는 내용의 약사법 개정 계획을 밝히는 진수희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

◆약사 눈치 본 국회, 법안처리 '질질'약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데도 진통이 있었다. 약사회는 여러 방법을 통해 국회를 압박했고 2012년 4월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국회는 국민의 뜻과 반대로 움직였다. 약사들의 표를 의식해 국민의 요구를 거절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복지부가 제출한 약사법 개정안은 2월 14일 국회 보건복지위 전체회의를 어렵사리 통과했지만 본회의를 통과하기까지는 3달을 더 기다려야 했다.5월 2일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며 20년 걸린 논란은 종지부를 찍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안전성이 확보된 20개 품목으로 제한한다"는 규정이 삽입되는 등 애초 취지가 퇴색된 측면도 있었다. 2012년 7월 5일 복지부는 사용경험이 축적된 13개 의약품을 '안전상비의약품'으로 선정해 발표했다. 진 장관이 법개정 계획을 밝힌 지 딱 1년만의 일이다. ◆"의약품 선택권을 국민에게... 논의 시발점 돼야"상비약 약국외 판매에 찬성해온 전문가들은 "의료소비자의 권리를 향상시키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권용진 서울대 의료정책실 교수는 "소비자들의 의약품 선택을 가로막는 약국 구조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계산대 안쪽에 의약품을 배치해 소비자들이 의약품의 장단점과 가격 등을 비교할 수 없게 하고 약사가 '집어주는대로' 구입하는 현실을 꼬집은 것이다.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히는 방안도 고려 대상이다. 이번에 허용된 13개 제품도 같은 제품에 용량만 다른 게 많아 실제로는 8가지 종류에 불과하다. 개정된 약사법은 복지부장관이 안전상비의약품을 20개까지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편의점 판매가 허용되는 13가지 중 시장 수요가 있는 것과 없는 것에 대한 상황을 관찰한 후, 필요에 따라 확대 여부를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범수 기자 answe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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