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를 춤추게 하라'… 성수동 상가 부활 작전

'공장 활성화 계기', '잡음만 심할 것'… 기대 반 우려 반

▲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위치한 수제화타운 매장의 모습.

[아시아경제 나석윤 기자] 서울시의 성수동 구두산업 지원책 발표 이후 일대 관계자들이 보인 반응은 ‘기대 반 우려 반’이었다. 내년 4억5000여만원 예산 투입이 예정된 가운데 산업 전반의 ‘3중고’가 여전하다는 이유에서다. 자금력을 앞세운 수입브랜드에 자리를 내준 건 오래 전이고, 높은 공장 임대료와 판로 부족에까지 허덕이는 상황이다. 오죽하면 “이대로 가다간 7년 안에 수제화산업 다 망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올 정도다. 현재 성동구 성수동에 위치한 구두산업 업체는 660여개, 종사자 수만 6000명이 넘는다. 1980년대 후반 명동에서 지금의 위치로 옮겨 온 공장과 업체들은 20년 넘게 영세한 규모에 머물러 있다. 줄줄이 들어서는 백화점, 대형마트가 영역을 잠식했고, 소비자들 역시 편의성을 들어 이들을 외면했다. 이 일대 100여개 업체가 난국을 타계하고자 2009년 서울성동제화협회(SSST, Seoul Sung-su Sujewha Town)를 결성한 것도 이런 절실함의 발로였다. 최근 방문한 성수역 인근 SSST 매장에는 수제화를 찾는 소비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SSST에서 운영하는 2개 매장에는 각각 150켤레 안팎의 구두가 진열돼 있었다. 이는 협회 소속 25개 업체들이 제작·납품한 상품들이다. 이들 업체는 직거래로 중간마진을 줄여 시중가격의 3분의 1 수준으로 구두를 제공하고 있다. 30만원 대 구두가 이 매장에선 11~12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었다. 관계자들이 정책추진에 가장 기대하는 건 공장 활성화다. 공장이 살아난다는 전제가 성립돼야만 산업 전체가 활기를 띈다는 구상이다. 이는 공장주들의 고질적 고민거리인 임대료와도 맞물려 있다. 264㎡ 기준 평균 임대료는 월 300만원 안팎, 원자재 구입과 직원들 급여를 제외하면 감당하기 벅찬 수준이다. 여기에 대부분 업체들이 직원 10~15명의 영세규모다 보니 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연구개발(R&D)은 꿈도 못 꾸는 실정이다. 이해삼 SSST 사무국장은 “공공 임대공장을 마련해 임대료 부담 없는 생산환경 조성이 급선무”라며 “지금과 같이 생산부담이 높고 하청 계열화가 견고한 상황에서 내수시장 회복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위치한 한 구두공장의 모습.

‘제2의 가든파이브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실상을 외면한 채 의지만 가지고 밀어붙여선 낭패를 볼 수 있다는 문제제기다. SSST의 한 관계자는 “2010년 5월 1조가 넘는 예산을 들여 개장한 가든파이브는 중간중간 잡음이 얼마나 심했나”라며 “가려운 곳을 정확히 찾아내 그 곳을 긁어주는데 역량을 모아야 한다”고 덧붙였다.송파구 문정동의 동남권유통단지(일명 ‘가든파이브’)는 올 10월 현재 전체 5개동 중 3개동의 평균 분양률이 50%를 밑돌아 여론의 질책을 받았다. 당시 서울시와 SH공사는 ‘아시아 최대 유통단지’를 표방하며 연면적 82만여㎡에 1조3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한 바 있다. 다른 하나는 인재육성을 위한 투자와 정책일관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현 50~60대 장인들을 계승할 후진을 양성하는 동시에 흐트러짐 없는 정책이행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정치적 상황에 영향 받지 않는 정책 추진으로 젊은 인재들을 공장으로 유입해야 한다는 게 협회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이곳에서 13년 째 공장을 운영 중인 박동희 SSST 이사는 “교육생을 체계적으로 교육하고 육성하기에 그 기반이 절대적으로 취약한 게 사실”이라며 “정치적 성격이 아닌 사업을 책임지고 완성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박 이사는 “내부를 들여다 보면 지원의 손길을 기다리는 분야가 많고 각기 의견도 천차만별”이라며 “이대로라면 우리의 우수한 손기술은 다 죽고 모든 구두를 수입해야 할 지도 모른다”고 역설했다. 한편 서울시는 지난달 9일 디자인, 제작, 판매, 마케팅 등 4개 분야 17개 핵심사업으로 구성된 ‘서울시 성수동 구두제화산업 활성화 반안’을 발표하고 지원을 약속했다. 서울시는 내년 8월까지 성수역사 내 공동매장 조성과 내부 인테리어 공사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나석윤 기자 seokyun1986@<ⓒ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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