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또 다시 법원판결 왜곡…'인혁당 논란' 전철 밟나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21일 정수장학회 논란에 대해 정면 돌파를 선언했다. 박 후보는 정수장학회 설립과정의 정당성을 설명하며 법원 판결까지 인용했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야권에서 즉각적으로 이 부분을 집중 공격하면서 '제2의 인혁당 논란'으로 비화될 조짐이다.
박 후보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정수장학회 의혹에 대한 입장표명 기자회견에서 설립과정의 정당성을 설명하는데 상당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부일장학회의 설립자인 고 김지태 씨에 대해 "김 씨의 부일장학회가 이름만 바꿨다고 알고 있는 분이 많은데 사실과 다르다"며 "부일장학회 승계한 것이 아니라 독지가, 해외 동포 등 많은 분들의 성금과 뜻이 더해 만들어졌다"고 해명했다.또 "당시 김 씨는 부정부패로 많은 지탄을 받았던 분으로, 그 과정에서 처벌을 받지 않기 위해 부산일보와 문화방송 주식을 기부한 것"이라며 "당시 부산일보와 MBC의 규모는 현재와 비교도 할 수 없이 작았다"며 "오히려 견실하게 커지자 지금과 같은 문제가 터진 게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라고 지적했다.특히 질의응답 과정에서 김씨 유족이 장학재단 반환청구소송에서 패소한 것에 대해 "법원에서 강압적으로 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가 어렵다고 해서 원고패소판결을 내놨다"고 설명했다. 그는 "법원이 더 많은 자료를 보고 조사해 결론을 내렸을 것"이라고 강조했다.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정수장학회 반환청구 소송에 대해 서울중앙지법 민사17부는 지난 2월 24일 판결을 내리며 강압 부분에 대해 인정했다.재판 판결문에서 김 씨는 1962년 당시 중앙정보부 부산지부장에게 권총을 차고 와서 "모든 국민의 재산은 우리 것"으로 확인됐다. 또 김 씨가 기부승낙서에 도장을 찍은 후에야 관세법 위반 혐의 등의 공소가 취소됐다. 재판부는 "과거 군사정부에 의해 자행된 강압적인 위법행위로 주식이 증여됐으므로 국가는 김지태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재판부가 유족에게 패소판결을 내린 것은 공소시효가 주된 원인이었다. 재판부는 "강박에 따른 증여 의사표시에 대한 취소권은 주식을 증여한 1962년 6월20일로부터 10년이 지나 소멸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김씨 유족의 소송은 서울고법에 계류중이다.이 때문에 기자회견이 끝난 직후 측근들은 박 후보에게 일부 기자회견 내용에 문제가 있었음을 지적하는 내용의 자료를 건넸다. 한참을 지켜보던 박 후보는 "강압이 없었다는 내용은 잘못 말한 것"이라면서도 "강압에 의해 주식증여의 의사표현이 있음이 인정되지만 강박의 정도가 김씨 스스로 의사결정의 여지를 완전히 박탈당한 상태였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고 강조했다.이에 대해 김씨 유족은 즉각 박 후보를 사자(死者) 명예훼손으로 고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고 김지태씨의 장남 김영구씨(73)는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법원에서는 국가가 강압적으로 주식을 강탈한 것을 분명하게 인정하고 있다"며 "그런데 박 후보는 자기 마음대로 강압이 없었다고 판결을 부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지태씨가 부정부패로 지탄 받았던 사람이며 시민들이 김지태씨에게 분노해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는 박 후보의 발언에 대해 "사자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박 후보의 발언 직후 야권은 총공세에 나섰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측 진성준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 직후 "박 후보가 (강압성에 대해) 시인하기를 완강히 거부하고 있지만 '진실과 화해위원회'와 법원의 판결, 그리고 국민적 인식 모두가 강압에 의해서 강탈된 재산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망을 넘어서 분노스럽다"고 평가했다.안철수 후보 측 유민영 대변인은 "국민의 상식과 사법부의 판단에 반하는 내용"이라며 "사법부의 판단을 부인하는 것은 대통령 후보로서 중대한 인식의 문제"라고 비난했다.앞서 박 후보는 지난 9월 10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인혁당 사건을 두고 "대법원 판결이 두 가지로 나오지 않았느냐"고 밝혔다. 1974년 2차 인혁당 사건의 판결이 2007년 재심을 통해 무죄로 확정된 것을 '두 가지 판결'이라고 평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야권의 공세와 논란이 확산된 바 있다.이민우 기자 mwle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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