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곡동 봐주기' 논란 재점화... 특검 수사에 주목

檢, '배임 적용 어렵지만 이익 귀속주체는 李대통령 일가'

[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내곡동 사저부지 매입 의혹 수사를 총괄지휘한 최교일 서울중앙지검장(50)이 ‘대통령 일가에 대한 부담’을 언급해 검찰 봐주기 수사 논란이 재점화됐다. 갓 닻을 올린 내곡동 특검이 이명박 대통령을 정면조준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최 지검장은 8일 기자들과 함께한 오찬 자리에서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을 담당한 청와대 경호처 실무진의 배임 혐의 적용 여부에 대해 “형식적으로는 배임의 여지가 있다. 기소하려면 배임에 따른 이익의 귀속주체는 대통령 일가“라고 말했다.최 지검장은 이어 '대통령 일가를 배임의 귀속자로 규정하는 것이 부담스러워서 기소를 안 한 걸로 보면 되나'라는 기자의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했다. 듣기에 따라선 지난 6월 수사결과 발표 당시 관련자 전원에 대해 무혐의 처분한 검찰 결정을 정면으로 뒤엎는 내용이다. 최 지검장은 논란이 확산되자 “검찰이 다각도로 검토했으나 법리상 책임을 물을 수 없어 처벌하지 못했다는 취지를 설명한 것”이라고 즉각 해명했다. 검찰은 실제 부지를 사들인 청와대 직원과 결과적으로 이익을 누리게 된 대통령 일가를 연결지어 배임죄로 처벌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이명박 대통령 등은 지난해 5월 사저부지 및 경호부지 명목으로 서울 서초구 내곡동 땅 9필지 788평을 54억원에 사들였다. 청와대 경호처 대통령실과 이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는 해당 부지를 공동명의로 사들이며 각각 42억 8000만원과 11억 2000만원을 부담했다. 당초 지분비율대로라면 3필지를 소유한 시형씨가 18억원을 부담했어야 함에도 대통령실이 이를 떠안은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돼 결국 이 대통령 내외와 아들 시형씨, 청와대 관계자 등 7명은 지난해 검찰에 고발됐다. 검찰에 따르면 청와대 경호처 직원 김모(전문계약직 가급)씨는 매도인 측의 요청 등으로 인해 필지에 따른 비율 대신 사저부지와 경호부지 명목으로 나눈 각 140평, 648평을 기준으로 시형씨와 대통령실이 부담할 몫을 정했다. 김씨는 가격을 정하며 과거 사저부지 개발을 전후한 지가변동 등 ‘나름의 기준’을 적용해 현물 시가와 달리 가격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김대중·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의 사저부지 매입 업무도 담당했던 직원이다. 청와대는 이미 퇴직한 김씨를 특별채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객관적 불균형을 인정하면서도 실현되기 전의 개발이익에 대한 뚜렷한 기준이 없는 만큼 김씨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봤다. 검찰은 이날 최 지검장의 발언도 당시 여론의 압력 등을 고려해 고발 취지대로 기소가 이뤄졌을 경우를 가정한 것일 뿐 수사 결과 배임의 여지가 있었다는 이야기는 아니라고 해명했다. 전후 맥락을 떠나 당장 일주일 앞으로 다가운 국정감사 일정을 앞두고 검찰은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그간 ‘대통령 일가를 봐주려고 수사를 축소했다’는 야당의 공세를 비켜가기 힘들다. 청와대가 특채로 들여온 직원이 가격 산정 과정에서 이 대통령 일가를 위해 계산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저부지의 명의상 소유자이자 차익을 거둔 당사자인 이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에 대한 소환조사 없이 검찰이 수사를 매듭지었던 대목도 다시 논란을 부를 전망이다. 검찰은 시형씨를 비롯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등이 부지를 사들이며 가격을 정하는 과정에 구체적으로 개입한 적이 없어 피고발인 신분이라는 이유 외 소환조사할 필요가 없었다고 해명했다.특검 수사에도 사실상 가이드 라인이 제시된 셈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5일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의혹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내곡동 특검법)’에 따라 이광범 변호사(53·연수원13기)를 특별검사로 임명했다. 이광범 특검은 수사본부 구성을 마치는 대로 앞서 제기된 이 대통령 일가의 배임 및 부동산실명제법 위반 의혹을 수사할 계획이다. 최 지검장은 “이미 팩트가 다 나와있어 더 수사할 게 없는, 판단의 문제”라고 말했다. 하나의 진실을 토대로 특검이 어느 선상까지 조사 대상에 올려 ‘판단’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정준영 기자 foxfury@<ⓒ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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