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파스퇴르연구소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유는 무엇일까.25일 서울 팔레스호텔에 앨리스 도트리 파스퇴르연구소장이 모습을 나타냈다. 올해 62세인 그녀는 물리학과 생물학을 전공한 기초과학 분야의 전문가이다. 120년 역사를 자랑하는 파스퇴르연구소의 최초 여성 소장이기도 하다. 그녀는 "120년 동안 파스퇴르연구소가 명성을 유지하고 전 세계적으로 잘 알려져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고 운을 뗐다. 다섯 가지로 정리한 파스퇴로연구소의 존재 이유는 현실적이었다.◆파스퇴르연구소가 유명한 이유는=창조적 연구가 가능하도록 환경 조성을 해 주는 것이 첫 번째 배경이라고 강조했다. 둘째 연구하는 과학자에게 최소 5년 동안 전권을 위임한다고 했다. 다른 데 신경 쓰지 않고 연구에만 전념하는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는 것이다.
▲앨리스 도트리 소장
셋째 파스퇴르연구소의 평판이 꽤 괜찮다 보니 능력 있는 과학자가 많이 찾아온다고 강조했다. 넷째 파스퇴로연구소 내의 모든 자원을 연구자들이 공유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최첨단 장비가 어떤 연구에서든 필요하다면 맘껏 활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꼽았다.앨리스 도트리 소장은 "현재 파리에 파스퇴르연구소가 있지만 절반은 프랑스 과학자이고 절반은 전 세계에서 모인 글로벌 인재들"이라며 "과학에만 매몰되는 과학 순수주의도, 현실과 너무 밀착된 현실주의도 우리가 지향하는 목표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과학은 사회와 동떨어져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각국 정부와 시민사회, 나아가 사회에 자극을 주고 또 사회로부터 자극을 받는 것이 과학이라고 설명했다.최초의 여성 연구소장이라는 타이틀도 그녀는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다. 그녀는 "처음에는 여성으로서 최초 소장이 됐다는 질문에 무슨 답을 해야 할 지 난감했다"며 "지나고 보니 중요한 것은 여성과 남성이라는 이분법적 사고가 아니라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장점과 단점을 어떻게 잘 조율하느냐에 있더라"고 말했다.◆신종 질병 대처에 노력=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힘 있는 말투로 대답했다. 그녀는 "세계는 갈수록 교류가 많아지고 인구밀도가 높아지면서 신종 질병이 창궐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한 뒤 "신종 질병에 대해서는 제대로 진단하고 전 세계가 빠르게 공조하는 시스템이 중요하다"고 분석했다.이를 위해 '네트워크의 네트워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앞으로 발생 가능성이 있는 신종 질병은 촘촘한 공조체계가 절실하다"며 "전 세계 파스퇴르연구소 네트워크와 함께 정부와 시민단체와 또 다른 네트워크가 필수"라고 진단했다.한국의 과학기술 수준에 대해서는 높은 점수를 줬다. 30여 년 전 자신도 직접 한국 과학자들과 연구를 많이 수행했다고 밝힌 뒤 "한국 과학자들은 기술력이 대단하고 무엇보다 열정이 넘치는 분 들이었다"고 회고했다. 아쉬운 부분도 지적했다. 그녀는 "그동안 한국은 기초과학에 대한 관심이 조금은 적었다고 본다"며 "다행히 최근 한국에서 기초과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과학기술 분야에서는 기초과학은 정말 중요하다고 방점을 찍었다. 또 단기간 성과보다는 장기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연구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앨리스 도트리 소장은=1950년 생으로 2005년 파스퇴르연구소장에 취임했다. 파리 대학에서 고체물리학과 뉴욕대에서 분자생물학을 전공했다. 미보건연구소(NIH)에서 연구했고 MIT의 방문연구를 거쳐 에콜폴리테크의 교수가 됐다. 현재 국제보건기구 자문위원, 유엔 생명공학 이니셔티브 위원으로 있다.◆파스퇴르연구소는=인류 최초로 광견병 백신을 개발해 인류 보건에 이바지한 루이 파스퇴르 박사가 전 세계의 기부를 받아 1887년 프랑스 파리에 연구소를 만들었다. 2012년 현재 5대륙 28개국에 32개의 파스퇴르연구소가 운영되고 있다. 현재까지 일리야 메치니코프, 자크 모노, 프랑소와 바레-시누시 박사를 비롯해 총 10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2012년 전 세계 파스퇴르연구소의 예산은 2억4000만 유로(3470 억 원) 정도이다. 우리나라에는 2004년 비영리법인으로 설립됐다. 한국파스퇴르연구소는 2012년 예산 209억, 153명이 근무하고 있다.정종오 기자 ikokid@<ⓒ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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