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詩]윤제림의 '매미'

내가 죽었다는데, 매미가 제일 오래 울었다//귀신도 못되고, 그냥 허깨비로/구름장에 걸터앉아/내려다보니/매미만 쉬지 않고 울었다//대체 누굴까,/내가 죽었다는데 매미 홀로 울었다,/저도 따라 죽는다고 울었다.
윤제림의 '매미'■ 조선시대 시인 최경창은, 친구이던 시인 백광홍이 마흔 다섯 살로 죽은 뒤 그가 근무하던 평양에 갔다. 거기에 백광홍을 사모하던 기생이 있었다. 그녀에게 백광홍의 최대 히트곡인 '관서별곡'을 부탁했다. 그 노래 한 곡이 채 끝나기도 전에 손수건이 눈물로 흥건히 젖는다. 최경창이 써놓은 일곡관서누만건(一曲關西淚滿巾)의 구절을 읽으면서 생각한다. 내가 죽은 뒤 누가 나를 위해 저토록 울어줄 수 있을까. 내가 쓴 시 한 구절을 읊으며 눈물 펑펑 흘릴 이 있을까. 윤제림은 그 비감을 코메디로 풀었다. 매미는 원래 우는 놈이니 내가 여름쯤에 돌아가시기만 하면, 저 놈은 죽도록 울 것이다. 딱 일 주일 사는 놈이니 따라죽는 것과 진배없이 슬피 울 것이다. 생각해보면 어처구니 없는 억지춘향이지만, 나의 부재를 저토록 애통해하는 듯한 저 인연에도 무엇인가 '의미'가 설계되어 있지 않을까. 나의 타계 이후, 뭔가 이 태무심한 우주가 뭔가 작은 관심이라도 남겨놓기 바라는 마음과, 버썩이는 비닐조각같은 시(詩).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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