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가계부채 2008년 대비 17.5% 줄어..내년 말 소비 증가 기대돼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미국의 가계 부채가 크게 줄면서 내년 미국 소비 경기가 살아나 미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미 경기 침체의 원인은 미국인들이 너무 많이 부채를 늘린 상황에서 가계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주택 가격이 하락한 때문이었다. 부채의 덫에 사로잡힌 미국인들은 어쩔 수 없이 부채를 갚는데 주력해야 했고 이로 인해 미 경제의 근간인 민간 소비가 위축되면서 미 경제가 나락으로 추락한 것이다. 하지만 금융위기 당시 국내총생산(GDP) 수준을 크게 웃돌았던 미 가계 부채 규모는 현재 GDP 대비 85% 수준으로 줄었다. 신용평가사 무디스에 따르면 내년에는 75% 수준까지 하락해 예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2008년 사상최고인 13억8000억달러를 기록했던 미 가계 부채는 현재 11조3800억달러로 줄었다. 2008년에 비해 17.5% 감소한 것이다. 반면 미 정부 부채는 같은 기간 동안 10조달러에서 16조달러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최근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은 100%를 넘어섰다. 이처럼 미 정부가 빚을 무리하게 늘리면서까지 다양한 부양책을 쏟아냈던 것은 미 경제의 근간인 민간 소비 경기를 되살리기 위함이었다. 많은 시장관계자들은 정부 노력이 결실을 맺어 내년 미 소비가 살아나면서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스캇 호이트 애널리스트는 "줄어든 소비자 부채와 주택 가격 상승, 고용시장 개선으로 소비자 지출 증가율이 내년 말에 3.5%까지 늘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는 올해 2·4분기 증가율의 두 배에 이르는 것이다. 리전스 파이낸셜의 리처드 무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의회가 경기 침체 없이 재정절벽 문제만 해결하면 내년에는 상황이 더 나아지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택시장은 개선되고 있으며 주정부와 지방정부 지출 둔화 속도도 완만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성장률이 약 2.7%로 높아지면서 올해 초처럼 매달 20만개 이상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소비 증가-경제 성장-일자리 증가-소비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도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부채 축소가 소비자 지출 증가로 직결된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하버드 대학의 케네스 로고프 경제학 교수는 소비자 부채는 현재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경제 성장으로 빠르게 전환되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문제는 부채 수준이 얼마나 돼야 정상적인 것이냐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비자들이 적절한 부채 수준을 어느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소득이 줄고, 미국 가계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주택 가격이 하락한다면 부채가 줄어도 가계 소비 여력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호이트는 소비 지출이 강력하게 회복되지 않는다면 소득 수준이 경기 침체 이전 수준보다 낮기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 가계는 주택 가격 하락으로 약 7조달러의 자산을 잃었다. 이러한 측면에서 최근 미 주택시장이 개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또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최근 고용시장 회복을 위해 모기지 채권 매입에 초점을 맞춘 3차 양적완화를 발표했다는 점도 기대해볼만 하다. 장기화된 저금리 정책도 드디어 효과를 보게 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타나고 있다. 미 은행가협회(ABA)의 짐 체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초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면서 소득 대비 부채 부담률이 1984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짐 체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억눌려 있던 잠재 수요가 엄청 많다"고 말했다.박병희 기자 nut@<ⓒ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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