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모종과 사과 확보하라!”‥ 빗 속 60분 간의 혈투

얽히고설켜 치열했던 농산물 쟁탈전 현장‥ 마음은 ‘넉넉’

[아시아경제 나석윤 기자] 10만 주의 배추모종과 10t의 비료, 1300봉지의 사과가 동나는 데 한시간이면 충분했다. 점심식사도 거른 채 행사 시작 두시간 전부터 모여든 시민들은 서울광장 주변에 장사진을 펼쳤다. 광장 잔디밭을 둘러 길게 늘어선 시민들은 시작을 알리는 팡파르 소리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행사장을 찾은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배추 재배할 때 가장 중요한 게 뭔지 아십니까?”라며 운을 뗀 뒤 “배추는 97%가 물입니다. 깜빡하고 물 안 주면 금방 죽습니다”고 시민들에게 재배 비법을 전달했다. 서 장관의 짤막한 축사가 끝나기 무섭게 줄을 섰던 시민들의 발걸음은 빨라지기 시작했다. 어느덧 모종 배포가 실시됐고 질서정연하게 순번을 기다리는 행렬 사이로 일부는 하나라도 더 모종을 챙기겠다며 두세 번씩 손을 뻗었다. 빗 속 치열했던 혈투는 그렇게 마무리됐고 시민들의 두 손과 마음은 넉넉했다.

▲ 비가 오는 궂은 날씨 속에서도 시민들은 행사 시작 2시간 전부터 광장으로 몰려 들었다. 배추모종을 받으려는 시민들이 배포대 앞으로 길게 줄을 서 있다.

4일 오후 서울광장 ‘김장배추 모종 나누기’ 행사장은 액션영화 촬영지를 방불케 했다. 모종을 나눠주는 동안 제 몫을 챙기려는 시민들의 열띤 몸싸움이 전개됐다. 준비된 배추모종은 1인당 1박스(30주) 씩 총 3300여 박스. 밀려드는 시민들에 선착순 무료 배포가 이뤄지다 보니 한 때 현장 곳곳에선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에 행사 관계자들은 분주하게 움직이며 대열을 통제했다.행사 시작 20여 분 정도가 지나면서는 빗줄기가 굵어졌다. 이내 줄을 선 시민들의 발걸음은 한층 분주해 졌고 덩달아 상품을 내놓는 행사 관계자들도 쉴 틈 없이 손길을 재촉했다. 한 손으로 우산을 든 불편함 속에서도 시민들의 농산물 쟁탈전을 멈출 줄 몰랐다. 싱싱한 배추모종을 얻은 시민들 표정은 한결 같이 흐뭇했다. 도봉구 창동에서 온 정정순 씨는 “더 가져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은데 더 이상 짊어질 손이 없어 포기한다”며 애써 아쉬움을 표했다. 금천구 가산동에서 온 주부 김모 씨 역시 “행사 시작 한시간 전부터 와 줄을 서 있었다”면서 “비가 와서 우산은 써야겠는데 이것저것 짐이 많아 어떻게 들고 갈지가 걱정”이라며 애써 웃음을 지었다. 그 정도로 참가한 시민들의 양손에는 너나 할 것 없이 농산물이 쥐어져 있었다.

▲ 사과 판매에 나선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한 시민에게 사과를 건내고 있다.

태풍 볼라벤과 덴빈의 영향으로 수확을 앞두고 떨어진 사과는 1봉(2kg) 당 5000원의 가격에 선보였다. 시민들은 구입한 사과를 봉지에 옮기기 바빴고, 판매를 맡은 농협중앙회 직원들은 박스에 담긴 사과봉지를 꺼내는데 서둘렀다. 낙과인 탓에 맛을 우려하는 시민들에게 관계자들은 “저희도 먹어 봤는데 맛은 아주 좋습니다”라며 구매를 독려했다. 뜨거운 분위기 속에서 시민들의 지갑은 쉴 새 없이 열렸다. 행사가 마무리될 즈음에 시민들 손에는 2~3박스 씩의 모종과 사과가 들려 있었다. 사과 판매를 맡은 최선식 농협중앙회 과수화훼팀장은 “이번 행사를 준비하면서 피해농가에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길 바랐는데 시민들 반응이 좋아 뿌듯하다”며 “이를 계기로 도시민들이 농민들의 아픔과 상처를 공유하고 나누는 기회가 자주 마련되길 바란다”고 소회를 밝혔다. 행사를 주관한 로컬푸트운동본부의 유동천 대표도 “재배와 수확의 기쁨을 통해 농업과 농민들에 대한 도시민들의 이해가 제고됐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오늘 행사가 앞으로 있을 가을배추와 농산물 수급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행사는 우리 농산물의 생산과 소비를 촉진하는 동시에 태풍 피해를 입은 농가의 아픔을 나누기 위한 차원에서 마련됐다. 김장배추 나누기 행사는 6일 인천, 대전, 대구 등 지방에서도 진행된다.나석윤 기자 seokyun1986@<ⓒ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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