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먼' 세금 1000억원, 어디로 갔나 했더니...

인천 주거환경 개선사업 기반공사 '선투자' 논란

[아시아경제 노승환 기자]인천지역 주거환경 개선사업에 당장 쓸 일도 없는 기반공사비 수 백억원이 시민 세금으로 투입돼 몇 년째 '낮잠'을 자고 있었다.이미 준공된 사업구역을 합하면 그 규모는 1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현실에 맞지 않는 규정이 문제였다.22일 인천시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확인한 결과 인천에서 현재 진행 중인 3개 주거환경 개선사업에 지금까지 투입된 기반공사 보조금은 총 830억7400만원이다.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 동안 정부와 인천시, 인천 각 자치구가 도로, 상ㆍ하수도 등 기반공사비로 분담한 돈이다. 보조금은 사업시행자인 LH 공사 계좌로 들어갔다.가장 규모가 큰 남구 '용마루' 구역에는 360억2400만원이 투입됐다. 하지만 용마루 구역에서 실제 공사는 2년 뒤인 2014년에야 시작된다. 기반공사를 할 일이 없는데도 애궂은 보조금만 9년이나 앞서 지원돼온 것이다.부평구 '십정 2' 구역에 투입된 보조금은 279억1600만원이다. 십정 2구역 기반공사 착공은 2015년 8월로 예정돼있다. 보조금 지원이 시작된 2005년을 기준으로 보면 실제 착공 시기와 정확히 10년 차이가 난다.남동구 간석구역은 지난 3월 공사가 시작됐지만 역시 그에 앞서 2005년부터 191억3400만원이 '선투자'됐다.이 세 구역 외에 이미 사업이 끝났거나 취소된 구역 4곳을 합하면 정부와 인천시가 LH 공사에 몇 년 씩 앞서 미리 건넨 기반공사비는 무려 1056억원에 달한다. '재정파탄'을 호소해온 인천시와 각 자치구의 자금난이 무색한 상황이다.원인은 현실과 동떨어진 행정절차에 있었다. 5년 단위인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 기본계획'이 문제였다. 기본계획에 따라 사업추진 가능성과 무관하게 연도별 투자계획이 수립되는데 그러면 정부와 지자체는 곧바로 기반공사비를 투입해야 한다.용마루 구역의 경우 사업시행 인가가 난 건 지난 2007년, 당초 착공 예정 시점은 2010년이었다. 이대로만 사업이 추진됐어도 기반공사비가 묶인 기간은 2년으로 끝날 수 있었다.하지만 2009년 LH 공사의 막대한 적자문제가 불거지고 원주민들의 사업 찬반 논란이 커지면서 착공이 4년 이상 미뤄졌다. 늦어진 기간 만큼 시민 세금이 고스란히 통장에 붙잡이게 된 것이다.LH 공사는 "불가피하게 사업이 늦어지면서 일어난 일로 미리 지원된 보조금으로 인한 이자분은 자치구와 맺은 협약에 따라 사업정산 후 원칙적으로 LH가 돌려주게 돼있다"고 설명했다.인천시 관계자는 "관련법에 따라 분담율과 보조금 규모가 정해진 것이기 때문에 논란의 소지가 있지만 해마다 자금이 지원돼왔다. 법ㆍ제도가 바뀌지 않는 이상 이미 준 보조금을 되돌려받기는 어려운 실정"이라고 밝혔다.노승환 기자 todif77@<ⓒ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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