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下]공정위 담합 과징금, 기업 승복 못하는 이유는

[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전부패소'.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행정처분 취소소송을 낸 기업들의 초라한 전적이다.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공정위의 3년 승소율은 평균 82%에 이른다. 그런데도 기업들은 공정위의 담합 제재가 나올 때마다 불복 소송을 낸다. 기업들이 지는 싸움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소송을 부르는 공정위의 담합 제재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된다. 정부 부처 한쪽에서는 업체들을 규제하고, 공정위는 그 결과를 담합으로 판정한다는 것이다. <편집자 주>공정위의 제재는 매년 강화되는 추세다. 2011년 통계연보를 보면, 전체 사건 중 검찰 고발·과징금 부과·시정명령 등 기업에 대한 제재 수위가 전반적으로 높아졌다. 지난해 공정위가 처리한 사건은 모두 3879건이다. 2010년보다 6.6%(241건) 늘었다. 유형별로는 검찰 고발 건수가 1년 사이 두 배나 증가했고(19건→38건), 과징금을 물린 경우도 66건에서 156건으로 2.4배 늘었다. 시정명령을 내린 사건도 277건에서 370건으로 30% 이상 많아졌다. 약한 수위의 제재에 속하는 시정권고나 경고로 마무리된 사건은 10% 이상 감소했다. 지난해 공정위가 물린 과징금 6017억원 가운데 약 95%(5710억원)는 부당한 공동행위, 즉 담합 사건에 따른 것이었다. 5대 정유사에 몰린 과징금이 2548억4000만원으로 가장 컸다. 공정위가 담합 사건에 물린 과징금 총액의 절반에 이르는 규모다. 16개 생명보험사의 담합 사건에도 1178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과징금을 물렸다. 이외에 11개 초박막 액정표시장치(TFT-LCD) 사업자와 13개 유제품 회사 등 5개 업체들도 수 백억원 대의 과징금을 물 처지가 됐다. 눈여겨 볼만한 점은 공정위의 제재를 받는 업종이 대개 정부 소관부처의 촘촘한 감시 아래 있는 소위 '규제업종'이라는 점이다. 정유와 금융, 대형 제조업체 등이 단골 제재 대상이 되는 이유다. 기업들은 그래서 불만이 많다. 소관부처에서 한 번, 공정위에서 또 한번 이중 규제를 받는 입장이어서다. 소관부처와 공정위의 생각이 엇갈리면 기업은 더 곤혹스러워진다. 단적인 예가 금융 관련 담합 사건이다. 보험료 담합 등으로 공정위의 단골 제재 목록에 오른 보험사들은 금융감독원의 가이드라인을 따르고도 공정위의 담합 제재를 받는 일이 잦다. 행정소송도 빈번하다. 공정위는 2007년 순보험료율을 담합했다면서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등 10개 손해보험사에 407억원의 과징금을 물렸다. 2010년에는 자동차보험료를 담합해 올린 혐의를 잡았다면서 대대적인 현장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보험사들은 "금감원이나 국토해양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요율과 보험료를 조정하다보니 비슷한 구간에 몰린 것 뿐"이라고 항변했지만, 공정위는 주무부처의 규제가 큰 영향을 줬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중규제 논란과 거듭되는 법리다툼에 대해 홍대식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근 기고를 통해 "공정위의 담합 규제는 긍정적인 부분이 있지만 그 과정에 행정지도 같은 기업이 통제할 수 없는 요인이 작용했다면 기업에만 책임을 묻는 건 공평하지 않다"면서 "제재 일변도의 집행에서 벗어나 제재와 제도 개선의 균형점을 찾아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연미 기자 chang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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