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월 4000원 ‘패시브 하우스’의 매력

정원에서 바라본 3리터 하우스의 모습. 이 주택은 건물 두 개가 마주보고 있는 형태다.[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지현기자]

‘3리터 하우스’는 발전소다. 에너지를 생산하는 집이 투박할 것이라는 고정관념은 잠시 내려놓아야 한다.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동선과 그 안에 머물고 있는 공간은 패시브의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봐야 할 듯하다. 집은 이제 외형을 넘어 '성능시대'에 들어섰다. 여기서 말하는 ‘성능’은 자동화 장치를 잔뜩 채운 공간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에너지를 생산하고 건축주와 에너지를 함께 나누는 것을 뜻한다. 이런 이유로 ‘패시브 하우스’(Passive House)가 최근 각광을 받고 있다. 경기도 파주시 동패리 577-7번지에 위치한 ‘3리터 하우스’는 겉으로 보기엔 그저 아름다운 단독주택처럼 보인다. 패시브 하우스의 외부가 투박할 것이라는 선입견이 잘못됐음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아름다움이 돋보인다. 이 주택이 3리터 하우스로 불리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가로세로 1미터 즉 ㎡당 1년에 사용되는 에너지의 양이 3리터라는 점에서 그런 별명이 붙었다고 한다. 주택 입구는 길게 뻗어 우측으로 한번 꺾인 점이 특징이다. 대문에서 바로 마당을 바라보기보다 입구를 길게 줘 공간을 높이는 효과를 염두에 뒀다는 얘기다. 이 주택은 대지 231㎡(70여평), 건물 198㎡(60여평)에 건물 두 개가 마주 보고 있는 형태를 띠고 있다. 큰 마당과 뒤편 작은 중정 등 60여평에서는 보기 드문 넓은 구조다.

1. 2층은 1층과 달리 남향으로 설계해서 넓은 시선과 자연환경을 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br /> 2. 1층과 2층 오가는 계단은 왼쪽에 채광창을 넓게 설치해 빛이 항상 1층까지 들어오도록 디자인 됐다. <br /> 3. 이 주택의 뒷뜰은 주방과 세탁실 등과 이어지도록 설계됐다.<br />

현관 입구에서 우측으로는 거실과 주방이 일직선 동선에 놓여있고, 그 옆으로 아름답고 작은 뜰인 중정(中庭)을 배치했다. 또 주방과 세탁실 뒤편으로 작은 테라스 길을 만들어 좌우로 편하게 다닐 수 있도록 동선의 편의성을 고려했다. 또 우측에는 2층에 다락방을 설치해 게스트들의 쉼터 등 다양한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건물 우측은 건축주의 전용 공간으로 꾸몄다. 1층에는 안방, 2층에는 두개의 작은 방을 만들었다. 2층은 일반적인 공간과 달리 이른바 ‘뷰’를 감상할 수 있도록 남향으로 창을 설계했다. 2층 중앙에 작은 공간을 조성해 테라스로 활용할수 있도록 신경을 썼다. 2층으로 향하는 계단은 오른쪽에 채광창을 넓게 설치해 빛이 항상 1층까지 들어오도록 디자인을 설계했다. 주택 입구와 측면 등에는 자그마한 공간을 설치해 자갈을 깔았다. 이 공간은 비가 오면 빗물이 치솟아 건물 외벽을 더럽히지 않도록 하려는 건축사의 세세한 배려가 느껴진다. 거실 전면 창에는 자동 블라인드 시스템을 달아 리모컨 하나로 빛의 양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도록 했다. 발전소와 친환경 주택으로 마무리이 주택의 가장 큰 매력은 친환경시스템이 완벽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먼저 모든 공간은 천연염료를 사용한 페인트로 마무리했다. 이 페인트는 단열이 잘되는 창과 만나면 곰팡이 등을 발생시키지 않는다는 강점을 갖고 있다.

4. 주방은 주택의 맨 뒷편 중정과 나란히 했다. <br /> 5. 안방은 1층에 뒀고 드레스룸과 파우더룸을 함께 설치했다. <br /> 6. 다락방은 다용도실로 사용하는 동시에 게스트들이 쉴 수 있도록 만

또 외부 공기를 순환하는 ‘공조시스템’을 설치해 모든 방에 24시간 신선한 공기가 들어온다. 이 때문에 창문을 열어 환기를 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없다. 이 공조시스템은 여름에는 찬 공기를 겨울에는 열교환기를 통해 따뜻한 공기를 넣어준다. 패시브 하우스는 단열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때문에 이 주택도 일반 주택에 비해 벽이 1.5배 이상 두꺼우며, 창들도 3중창으로 설계됐다.내 집이 발전소가 되는 현장패시브 하우스는 태양광 발전을 통해 에너지를 생산해 사용하는 집이다. 이 때문에 어두운 날이면 에너지를 생산하지 못한다는 오해가 많았다. 하지만 패시브 하우스는 일반 전기를 사용하고 태양광을 통해 생성된 에너지는 한전으로 보내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 과정에서 생산한 전기를 1년 단위로 정산해 차액을 계산하는 방식인 셈이다. 최근처럼 햇볕이 강한 날은 에너지 생산량이 높다. 이 주택도 한여름에 생산한 전기를 겨울에 사용하고 있다고 보면 틀림없다. 전기요금도 월 기본요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여름에는 에어컨을, 겨울에는 난방기를 최대한 올려도 전기요금에는 큰 차이가 없다.

7. 거실은 천정을 크게 높여 공간감을 높였다. <br /> 8. 공조시스템의 모습. 외부공기를 각 공간으로 뿜어주는 역할을 한다. <br /> 9. 각 방마다 환기구를 설치해 창문을 열지 않아도 신선한 공기를 받을 수 있다.

패시브 하우스는 일반주택 설계보다 건축비가 높게 마련이다. 이 주택의 경우도 ㎡당 600여만원이 들어갔다. 다만, 이 주택의 건축비와 에너지 효율을 환산해보면 8~10년이면 이 비용을 건질 수 있다.패시브 하우스는패시브 하우스(Passive House)는 자연 상태의 태양에너지를 통해 냉·난방 등을 진행하는 주택이다. passive는 (피동, 수동)의 의미로 외부에서 액티브하게 열을 공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독일 건설물리학자인 볼프강 파이스트가 패시브 하우스란 말을 처음 사용했다. 패시브 하우스의 연간 소비되는 난방에너지는 단위 면적당 15kWh/㎡다. 또 3중창을 설치하고, 30cm가 넘는 단열재를 통해 밖으로 새는 열을 막기도 한다. 최정만 자림 이앤씨 소장&건축사“패시브 하우스는 단순명료한 주택”
“사람이 사는 공간은 어떤 타협을 할 수 없습니다. 추위나 더위 혹은 외부적인 압력과 타협하는 순간, 더이상 집이 아닌 것이죠.”최정만 소장이 바라보는 집의 핵심은 바로 ‘사람’이다. 움직이고 활동하는 공간을 모두 사람에게 맞춰야 한다는 얘기다. 이 패시브 하우스가 단순하게 에너지효율만 강조하는 기능성 공간이 아니라 ‘건강하게’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세상에 나온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사람들이 내가 살집에 대해 너무나 외형적 요인에만 치중하는 경향이 커요. 외국 건축물의 경우에는 건강을 생각하는 요소들을 많이 넣고 있지만 우리는 그런 요소들을 반영하지 못해 안타깝게 생각한 적이 꽤 많지요.”공간의 활용성도 중요한 사안이다. 단순하게 사각형태의 집에 방을 넣는 구조. 그 안에 아름다운 인테리어로 치장하기에 급급한 것이 현실 아닌가. 이런 성향 때문에 공간은 그저 죽은 곳이 되어버린다는 것이 최 소장의 견해다.“예전에 시골집을 보면 30평을 지어놓고도 실제로는 10평도 채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요. 비용과 비례해 효율적인 공간활용을 제대로 못하기 때문에 그같은 일이 생기는 것이죠. 면적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공간을 어떻게 활용하고 사용하느냐에 따라 집의 효용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패시브 하우스는 이제 걸음마단계라는 것이 최소장의 시각이다. 앞으로 경제적인 요소 등을 두루 감안할때 반드시 필요하지만 현상황에서는 아직 사용자가 적고 건축비가 높아 그다지 각광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패시브 하우스는 에너지 효율 외에도 장점이 많은 집입니다. 우선 쾌적함을 기준으로 해도 일반 아파트나 주택은 감히 따라올 수 없을 정도죠. 이 밖에도 친환경적인 요소들이 많이 포함돼 있습니다.”패시브 하우스는 2017년부터 의무화될 예정이다. 차츰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패러다임의 변화도 예상된다. “패시브시대에 접어들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건축회사들도 저마다 다양한 주택을 연구하고 견본을 내놓고 있죠. 조만간 패시브시대가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올 것 입니다."이코노믹 리뷰 최재영 기자 sometimes@<ⓒ 이코노믹 리뷰(er.asiae.co.kr) - 리더를 위한 고품격 시사경제주간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주간국 최재영 기자 sometimes@ⓒ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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