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십자가는 보수다?

[아시아경제 김수진 기자]정치적 격변기를 맞아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말 중의 하나가 '이념논쟁'이다. 통합진보당 부정선거와 박근혜 새누리당 경선 후보의 5.16 관련 발언까지 이슈는 사회적 논의를 양산하지 못하고 매번 이념논쟁이라는 모호한 수사로 수렴된다. 그러나 '이념'을 지지할 정치적 저변은 대체 어디에 있는 것일까.'소모적 이념논쟁을 지양하자'는 정치권이 이념논쟁을 편리한 전략으로 활용하는 가운데 대중은 정작 구경꾼 이상의 역할을 맡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우파의 불만'은 한국 사회의 대중들, 그 중에서도 우파가 지닌 '욕구불만'을 다룬다. 지금 한국 사회에 존재하는 우파를 어떻게 정의내릴 것이며 그들의 의식과 무의식에 깔려 있는 욕망은 어떤 것인지를 탐색하는 책이다. "과거에 진보적 가치를 일정하게 지향했던 중간계급이 보수화되고 노동운동의 퇴조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면서 우파의 스펙트럼은 더욱 다채로워졌다는 판단이다(12쪽)" 새로운 우파에 대한 성찰은 한국 사회를 이해하는 단초로서 기능한다. 더 이상 우파를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파악할 수 없다. 이 책은 '불만'이라는 코드를 사용해 우파를 분석하고 이들이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내다본다. 6명의 저자들은 각기 다른 주제로 책의 한 장(章)씩을 나눠 맡았다. 제 1장의 저자 이택광은 최근 출현한 '강남좌파'의 실체를 포착한다. 강남좌파는 곧 '도시산업사회에서 탄생한 중간계급'이다. 역시 저자 중 한 명인 박권일이 '표준시민'이라고 지칭한 이들은 '금융자본주의와 정보기술산업에 힘입어 등장한' 집단으로 '평균적 사회 수준보다 자신들이 조금 앞서 있다'고 생각한다. 양극화의 심화로 더 이상 중산층이라는 표현을 적용하기 어려워진 한국 사회에서 이들 중간계급은 부르주아와 노동자 사이에 '끼인 존재'다. 이들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좌파'로 분류되기 시작했지만 사실은 정상국가를 열망하는 보수 집단이다. '끼인 존재'인 중간계급의 모순은 결국 사회에 대한 '불만'으로 귀결되고 있다. 대형 교회가 우파들과 어떤 식으로 공존하는지 짚은 3장은 특히 흥미롭다. 지난 역사에서 한국의 대형교회는 이데올로기를 생성하는 기능까지 안고 있었다. 대형 교회들은 '성공'을 종교적 가치로서 제시했다. 군사정권의 산업화에서 소외된 사람들에게 성장 담론과 결합된 신앙은 말 그대로 '구원의 메시지'였다. 대형 교회가 주도한 집회는 한국인들이 처음 접하기 시작한 '성장'의 결실을 일종의 체험으로 제시하는 행사였다. '흔치 않던 총천연색의 세련된 포스터'가 뿌려지고 '팝송풍의 복음성가'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부강한 나라'에서 온 부흥사가 영어로 강연을 한다. 잘 먹고 잘 살고 싶은 세속적 욕망이 종교적 경지로 발돋움하는 장면이다. 어쨌든 연말에는 선택을 해야 한다. 대선은 또 한번 한국 사회를 뒤흔들 것이다. 이 책은 내 선택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선택까지 가늠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더불어 우리 사회가 이러한 지평 속에 놓여 있다면, 과연 어떤 미래가 거기 걸맞을지 생각해 볼 일이다. 김수진 기자 sjkim@<ⓒ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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