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과 공포'…폭염의 두 얼굴

낮에는 불볕더위가, 밤에는 열대야 현상이 연일 이어지고 있는 24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난지캠핑장을 찾은 시민들이 도심 속 캠핑을 즐기며 시원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윤동주기자 doso7@

[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오진희 기자] 불볕더위로 시민들의 일상생활은 물론 산업현장에 위기가 찾아왔다. 시민들은 불면 등 열대야 증후군에 건강을 걱정할 지경이다. 기업들도 걱정은 마찬가지다. 다음달 초 불랙아웃(정전사태) 가능성이 예고돼 공장 가동 중단 및 생산 차질을 우려하고 있다. 산업단지 내 공장들은 자기발전기 설치, 변압기 용량 증설 등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앞으로 더위로 인한 시나리오는더욱 비관적인 상태다. 이에 따른 대책이 절실하다. ◆ 잠, 강변 바닥서 잤다24일 밤 열대야의 습격으로 도심 곳곳이 피서지로 변했다. 잔혹한 불면이 시작되자 시민들은 찜질방, 영화관, 한강변, 난지도 캠핑장, 서울 광장, 청계천변 등에서 더위와의 전쟁에 돌입했다.벌써부터 두통과 소화불량, 만성 피로 등 열대야 증후군을 호소하는 시민들도 부쩍 늘었다.서울에선 불쾌지수마저 최고 81.5도까지 올라 무더위로 인한 일상생활은 물론 건강마저 위협받을 지경이다. 이날 저녁 서울광장은 가족과 연인들, 퇴근길에 들른 직장인들로 가득 찼다. 잔디밭 위에 자리를 깔고 도시락을 먹거나 얘기꽃을 피우는 사람들로 소란스러웠다. 난지도 캠핑장에서는 텐트를 치고 아예 밤을 새는 사람도 눈에 띠었다. 일부는 벤치에서 노숙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캠핑장에 가족들을 이끌고 나온 정인성씨(45)는 "강바람을 쐬서 좋기는 하지만 내일 일이 걱정"이라며 "벌써 며칠째 밤마다 잠을 못 잘 지경"이라고 호소했다. 극장이나 마트도 붐볐다. 카페 등 냉방이 잘 된 곳도 사람들로 가득 찼다. 찜질방에도 만원을 이뤄 밤새 피서를 하는 시민들로 불야성을 이뤘다. 영화관람을 하는 젊은이들로 극장은 평소보다 더 몰렸다. 강변역 CGV 등 심야극장에선 영화 표를 구하지 못한 이들이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한강변에는 자전거의 행렬이 이어졌다. 조깅 등 운동하는 사람들도 크게 늘었다. 잠실 석촌호수가에는 자정이 넘은 시간에도 반바지 차림의 시민들이 운동하느라 땀을 흘렸다.  한편 25일 최고기온 36도까지 오르는 등 열대야현상은 다음달 초순까지 이어져 당분간 불면의 밤이 지속된다. 열대야에 잘 대처하지 못하면 일상적인 리듬이 깨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한국건강관리협회 등은 수면 시간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카페인과 술, 과식 등을 피하라고 권고한다. ◆전력, 밑바닥이 보인다낮 기온 32.1도. 평년 기온을 3도 가까이 웃돈 24일은 에어컨 없이 버티기 어려운 날이었다. 전력 사용량은 폭증해 순간 최대 사용량 기록을 하루 만에 고쳐써야 했다. 전력거래소가 집계한 24일 오후 2시 30분 순간 전력 수요는 7328만㎾까지 올라갔다. 전례가 없는 수치다. 최대 공급 능력(7732만㎾)을 기준으로 본 전력 예비율은 5.52%까지 떨어졌고 예비 전력량은 405만㎾로 줄었다. 사상 최고치라던 23일의 순간 전력 최대 사용량(7285만㎾) 기록을 가볍게 따돌렸다. 전력 예비율이 5%를 밑돌고 예비 전력량이 400만kw 아래로 내려가면 말 그대로 '비상'이다. 예외적인 경우로 보는 지난해 9·15 정전사태 당시를 빼면 최근 전력 예비율이 가장 낮았던 날은 추위가 절정에 다다랐던 1월 17일이다.(5.5%) 24일의 전력 예비율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이 기록은 25일 또 다시 경신될 가능성이 있다. 기상청은 이날 대구·울산 36도, 전주·포항 35도 등 남부 내륙지방을 중심으로 한낮 기온이 35도를 넘나드는 불볕 더위가 찾아올 것으로 예상했다. 서울과 수원·대전·부산의 기온도 33도까지 올라 하루 전보다 더 찌는 날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오전 11시 서울·부산·창원·거제·광명·시흥·고양·양주·의정부·수원·안양·의왕·화성 등에 폭염주의보를 발령했다. 지난해 대규모 정전사태로 곤욕을 치른 지식경제부와 전력거래소는 잔뜩 긴장한 모습이다. 당국은 이날 전력 수요가 폭증할 가능성에 대비해 예비 전력량을 살피면서 오후 2시~3시 사이 전기 사용을 삼가달라 요청하기로 했다.박연미 기자 change@오진희 기자 valer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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