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블로그]'빚'을 줄이세요

[아시아경제 조영신 기자]스페인이나 이탈리아, 그리스 관광을 다녀오신 적이 있나요?무슨 관광 타령이냐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이들 국가에 다녀오신 분 가운데 혹여 저와 같은 생각을 하신 분들이 있지 않나 싶어서 이렇게 말을 꺼냈습니다.먼저 이들 국가를 결코 폄훼하거나 비아냥하기 위해서 이 글을 쓰는 것이 아님을 말씀드립니다.제가 처음 스페인에 간 것은 2005년입니다. 그리고 3년 뒤 두번 더 스페인에 갈 기회가 있었습니다. 출장중 짬을 내 세고비아, 톨레도, 구엘공원 등 고대ㆍ중세ㆍ근대시대 스페인 유적지 몇 곳을 본 적이 있습니다. '2000년 전 만들어졌다고? 어떻게 저렇게 오래된 건축물이 지금까지 남아 있을 수 있을까'라고 독백한 기억이 생생합니다. 또 마치 중세시대 갑옷을 입은 기사가 된 듯한 착각에 빠져들게 했던 아주 매력적인 곳도 있었습니다. 콜로세움, 폼베이, 파르테논신전 등에 대해서 언급하면 잔소리겠죠.유적지들은 세계 곳곳에서 온 수많은 관광객들로 넘쳐났습니다.참으로 부러웠습니다. 상당수의 문화유산이 일제침탈과 6ㆍ25 전쟁으로 소실된 한국의 현실을 떠올리면서 말이죠. 시기심까지 생겼습니다. 좀 더 솔직히 말하면 '조상 잘 만나, 조상 덕분에 잘 하는 나라'라고 말입니다(저와 같이 시샘한 분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그런데 조상 덕분에 줄곧 잘 살 것 같았던 이들 나라에 같은 문제가 생겼습니다. 재정위기에 따른 국가부도에 직면한 것입니다.국가별로 다소 차이가 있지만 부채(빚)가 가장 큰 원인중 하나입니다. 스페인의 경우 지난 2007년 이후 부동산시장의 거품이 꺼지면서 은행들이 위기에 몰렸습니다. 빚 내 산 집은 가격이 반토막 나고, 빚에 쪼들린 사람들은 하우스푸어로 전락했습니다. 스페인 정부는 부랴부랴 은행을 살리기 위해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했습니다. 불행의 서막이 시작된 거죠.그럼 지지리 조상 복(?)이 없는 한국은 어떨까요. 사실 우리도 불난 집 구경할 입장이 아닙니다. 2010년 기준 우리나라 가계 부채는 GDP대비 81%. OECD 평균 73%보다 높다고 합니다. 재정위기에 내몰린 스페인(85%)과 별 다를 바 없습니다. 통계를 쉽게 해석하면 금융권에서 빚을 내 주택 마련을 한 사람들이 스페인 못지않게 많다는 뜻입니다.대한민국 부동산 거품이 오늘 내일 이야기는 아니지만 째깍째깍 한국의 금융시간이 스페인 등 유럽 현지시간에 맞춰지고 있습니다.부동산 경기를 살리기 위해 총부채상한비율제도(DTI) 등 각종 규제를 풀 수도 없습니다.금융당국이 쓸 수 있는 카드가 별로 없어 보입니다. 재벌기업 지원 등 정치적, 정책적 판단 역시 절대 좋은 카드는 아닙니다.결국 빚 문제는 개개인 스스로 해결해야 합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답은 하나입니다. 빚을 줄이세요. "누가 그걸 모르냐"라고 반문하신다고 해도 빚을 줄여야 합니다.허리띠를 더 졸라매지 않으면 우리는 후손에게 빚이라는 유산을 남겨준 부끄러운 조상이 될 것입니다.조영신 기자 ascho@<ⓒ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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